내 곁에 좋은 사람이 있다는 건 참 감사한 일
이제 네 번째 비행인 파릇파릇한 객실승무원이지만 비행기에 손님이 적다는 건 두 가지를 의미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첫 번째로는 회사가 돈을 못 벌고 있다는 것. 두 번째로는 승무원들이 편하게 일을 한다는 것. 초짜인 나로서는 당연히 후자가 생각날 수 밖에 없다. 손님이 많이 없으면 얼마나 일하기가 편한지…벌써부터 이걸 깨달았으니 큰일이다. 다음 비행부터는 PM(손님이 얼마나 계신 지 알 수 있는 정보)부터 보게 생겼으니 말이다.
손님이 많이 없어서 그런 지 한분 한분 개인적으로 다가갈 수 있어서 참 좋았다. 손님이 많으면 많을수록 대화의 수도 적고, 더 좋은 서비스를 해드리고 싶어도 할애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에 형식적인 대화 밖에 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처음으로 손님들께 다가가서 이런저런 대화도 걸어보고, 요구하실 것 같은(?) 것을 미리 제공해드리니 나름 재밌고 알찼던 비행이었다.
뿐만 아니라 이번에는 사랑하는 동기들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지 느꼈던 시간이었다. 33살이나 되어서 동기 타령하면 철이 없어 보일지 모르나, 내가 한 공동체에 속해있고, 그 공동체에 속한 사람들이 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면 얼마나 힘이 있고, 내 삶에 든든한 버팀목이 되는지 알고 있기 때문에, 31살에 만난 24명의 동기가 얼마나 소중한지 모른다.
살면서 참 많은 ‘동기’들을 만났다. 아는 사람은 알다시피 체대에서 내 동기들도 참 끈끈했다. 또한 해병대 동기들 역시 땀과 피를 나눈 사이라 그런지 참 끈끈했었다. 그래서 그런지 30대가 시작됐음에도 불구하고 좋은 동기가 있었으면 좋겠다 싶었다. 30대가 넘어서 ‘동기’라는 것을 가진 사람들이 많이 있을까? 난 우연이라는 것을 믿지 않는다. 내가 길을 가다 돈을 주운 것이 우연이라면 ‘앗싸~’하고 지나치게 된다. 그러나 그것이 우연이 아니라 하나님이 나에게 주신 것이라 믿으면 ‘앗싸~’와 더불어 ‘감사’가 이어진다. 내가 24명의 동기들을 만난 것이 그저 우연이라면 우연에는 아무 의미가 담겨 있지 않다. 우연은 그저 지나칠 뿐이고, 다시 돌아올 수도, 아닐수도 있는 확률에 지나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24명의 동기들을 만난 것이 나를 위해 계획된 것이라면 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전4:9-12]
9 두 사람이 한 사람보다 나음은 저희가 수고함으로 좋은 상을 얻을 것임이라
10 혹시 저희가 넘어지면 하나가 그 동무를 붙들어 일으키려니와 홀로 있어 넘어지고 붙들어 일으킬 자가 없는 자에게는 화가 있으리라
11 두 사람이 함께 누우면 따뜻하거니와 한 사람이면 어찌 따뜻하랴
12 한 사람이면 패하겠거니와 두 사람이면 능히 당하나니 삼겹 줄은 쉽게 끊어지지 아니하느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