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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새봄 Apr 01. 2024

내 손에 들어온 진주와 수정을 멀리 던져버리다.

내 인생 최고의 실패경험


한참 꿈많고 예민하던 학창시절을 함께 해준 친구 수정이3때 함께 운동하고 공부하며 한 곳을 바라보았다그래도 힘들지 않았던 것은 같이 할 친구가 있었기에 그 시간을 견딜 수 있었다처음에는 새침하고 여리여리해서 나와는 정말 안 어울린다고 생각했는데 함께 지내다보니 맞는 것도 많고 집에 자주 놀러갈 만큼 친해졌다그렇게 1년동안 입시준비를 하면서 정말 깊은 정이 들었던 친구하지만 수정이는 입시에 실패해서 1년간 재수를 할 수 밖에 없었다  


   

그 사이에 같은 대학교 같은 과를 진학한 진주라는 친구와 함께 자취도 하면서 친해졌다가끔 수정이와는 안부를 물으면서 편지도 주고받고 혹시라도 스트레스를 줄까싶어 조심하며 지냈다진주와 수정이 우리 셋은 고교시절 같은 반 친구였다고등학교때에는 진주랑은 같은반 친구기는 하지만 많이 친하지는 않았다하지만 대학생활을 같이하고 동아리도 같은 곳에 들어가 열심히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친해졌다  


   

대학생이 되어 세상을 다 얻은 듯 모든 것을 혼자서 다 해결 할 수 있을 것 같았지만지금 생각해보면 참 어렸다그것도 아주 많이철없던 시절 돌이켜 생각해보니 질투심도 많았고나는 되고 너는 안되는 이기적인 마음도 있었다  


   

진주라는 친구는 참 좋은 친구였다조각같이 예쁘지는 않지만 생글생글 잘 웃는 탓에 예뻐보이는 친구좋은 일이 생기면 진심으로 축하해 주는 친구다이제껏 살면서 내가 잘 되는 일이 있을 때 그렇게 환하게 달려와 크게 자기일처럼 축하해 주는 친구가 있었을까생각해보면 진주같은 친구는 없었던 것 같다  


  

수정이는 날씬하고 키도 크고 얼굴도 예쁜 친구다피아노 전공을 하려고 했다가 과를 전향할 만큼 재주도 많은 친구인데자기주장이 강하기 보다는 상대방의 의견을 잘 따라주는 그런 착한 친구였다



그런데 얄궂게도 수정이는 다음해에 우리학교 우리과 1년 후배로 들어왔다정말로 축하해줄 일이었는데 기쁜 것도 잠시우리에게는 과의 특성상 선후배관계가 엄격하기에 서열정리가 시급했다우리끼리 있을 때에는 상관 없지만 수정이 학번 친구들과 있을 때에는 조심스러웠다     



또한 진주와 친해진 나 사이에 수정이가 끼어든 것처럼 느껴져서 어린 나이에 이런 관계정리가 많이 서툴렀던 것 같다수정이 옆에도 재수한 친구가 늘 따라 다녔고서서히 오해가 쌓이고 어색해져 버린 우리는 서먹서먹해져갔다진주와도 싸우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있었던 것 같은데 정확한건 기억이 나지 않는다


어린나이에 자존심 세운다고 진주가 몇 번이나 편지를 보냈는데 그것을 무시하고 읽지도 않고 화를 삭이지 못했다지금와 생각해보면 정말 어리석고 후회된다평생의 친구들을 그런식으로 보내버리다니 안타까울 뿐이다 


    

지금도 가끔 진주와 수정이는 무얼하며 지내는지 궁금할 때가 있다수정이는 경찰 공무원 준비한다고 들었는데 안양에서 경찰제복 입고 근무할 때 우연히 만난적이 있었다세상에 그렇게 어색할 수가 없었다몇 년의 세월을 뛰어 넘고 만났으니 우리에게 공통된 화젯거리가 없었다  




진주는 우리과 선배와 결혼했는데 그 선배가 중학교 체육 선생님으로 임용되었다는 얘기를 들었다우연히 내 사촌동생 중3시절 담임까지 했다는 걸 듣고 기절할뻔 했다세상이 참 좁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가장 예쁜 시절을 함께 해준 진주와 수정이를 추억하며 철없던 나의 행동을 반성해보는 시간이다.     

친구라면 친구의 결점을 참고 견뎌야 한다는 말이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 자꾸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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