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주변에서 엄마와 친하게 지내서 부럽다는 말을 종종 듣곤 한다. 예전 어렸을 적에는 사느라 바빠서 서로를 챙기지 못했다는 엄마의 말처럼 우리 모녀는 데면데면했다.
그런데 요즘은 매일 아침에 서로 운동하며 전화통화를 한다. 각자의 이야기하는 게 주이긴 하지만 그래도 많은 변화다. 서로 다이어트를 독려해 주는 사이기도 하고 이 상태가 영원히 지속되기를 바란 적도 있다.
주변에 조금씩 양부모님 중 한 분씩 편찮아지셨다는 이야기들도 종종 듣는다. 이제는 남일 같지 않다.
그러다가 엄마와 이야기하는 중에 서로의 기억이 다르게 자리 잡고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를테면 대학교 합격 당시 힘들었던 엄마의 상황 때문에 나에게 대학을 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하면서 흰색 머리끈을 머리에 둘렀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엄마의 기억에는 그 사건이 완전히 삭제되어 있었다.
또한 초등학교 1학년 때 고열로 수업시간에 엎드려있는데 급하게 연락받고 온 엄마가 병원에서 주사를 맞히고 다시 학교로 보낸 일_그때 나는 엄마가 진심으로 계모인 줄 알았다. 하지만 엄마는 그때 집으로 간 기억밖에 없다고 했다.
이렇게 기억이라는 것은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남는 것 같다. 나는 딸이라는 이유로 엄마에게 이런 이야기를 보따리에서 하나둘 꺼내는데 엄마는 늘 대답하는 입장이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엄마도 나에게 하고 싶은 말이 분명히 많을 것이다. 하지만 항상 엄마가 먼저 이런 말을 꺼내는 건 본 적이 없다. 엄마라는 이유로 엄마는 딸의 좋은 것만 기억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리라.
나도 나이가 하나 둘 들면서 내가 기억하는 엄마의 나이와 비슷해질 때면 엄마가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아니, 오히려 엄마가 대단하다고 여긴 적이 거의 대부분이다.
앞으로도 엄마와 추억을 많이 만들어가야겠다. 남은 시간 엄마와 축억의 퍼즐을 많이 만들어가는 그런 모녀사이가 되리라 다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