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기 싫을 때

나는 오늘도 로또를 산다. 그리고 어떤 때를 생각한다.

by 비나리

"저 다음 주부터 안 나옵니다~"


요즘 들어 같이 일하는 팀원들에게 장난 삼아 자주 하는 말이다. 그리고 저 말은 항상 이뤄지지 않는다. 왜냐하면 저 말은 항상 로또를 샀을 때 하는 말이고, 그 로또는 당첨이 안 될 것이기 때문이다. 좋은 꿈을 꾸면 3주 동안 행운이 찾아온다길래 좋은 꿈을 꿀 때마다 로또를 샀다. 하지만 행운은 꼭 돈으로만 찾아오는 게 아닌가 보다. 그런데 다른 행운은 어떤 게 온 거지?


시대가 흐를수록 점점 더 많은 것을 요구하는 것도 모자라 AI의 공격에 의해 미래가 정신없이 흔들릴 때가 많다. 정확히는 내 정신이 흔들리는 것일지도 모른다. 물가는 오르고 내 월급은 오르지 않고 돈을 더 벌고 싶어도 다른 장기는 없다. 새로운 무언가를 시작하려 해도 시간과 돈이 융합된 여유가 필요하기 마련인데 당연히 부족하다.


어떤 일이든 다 힘들고 어떤 곳이든 나를 불편하게 하는 사람은 존재한다. 만약 내가 다른 직장을 찾는다 해도 결국 비슷한 스트레스의 반복일 거라고 생각하며 하루하루를 버틴다. 하지만 어떤 마음을 먹든, 생각을 가지든 어쩔 수 없이 나오는 말이 있다.


"아~ 일하기 싫다~."


나도 모르게 일하는 도중에 나와서 흠칫 놀랄 때가 있는 말. 내 친구들이 30대가 넘고 가장 많이 하는 말. 같이 일하는 팀장님과 팀원이 하는 말. 아마 대한민국 모든 직장인이 하는 말.


브런치에 글을 올릴 때 독자들의 힘들어하는 마음을 달래주고 주변의 행복을 잘 찾을 수 있도록 도와줘야지 생각했다. 그런 각오를 다졌던 작가가 지금 로또를 사니, 일하기 싫니 그런 글을 쓰고 있다. 하지만 하기 싫은 것은 역시 하기 싫은 것.


좋든 싫든 일을 계속하고 있는 것은 더 끔찍한 것이 있기 때문에 버티는 것이다. 그것은 바로 백수. 무언가를 준비하기 위한 자발적 백수면 상관없다. 하지만 타인에 의한, 건강에 의한, 때론 억까에 의한 퇴사로 인해 백수가 된다면 그 시간은 끔찍하다.


첫 직장은 잦은 부상과 우울증으로 두 번째 직장은 갑자기 생긴 후천성 알러지성 천식과 발가락 골절로 그만두게 된 나는 갑자기 백수가 되었었다.


처음 느끼는 백수의 문은 천국의 문이다. 너무 행복하다. 실수로 꺼두지 않은 알람에 화들짝 일어나도 아직 몇 분, 몇 시간을 더 잘 수 있다. 매번 건물 속에서 걱정하던 비타민D 결핍을 더 이상 걱정하지 않으며 낮의 햇살을 만끽한다. 하지만 며칠이 지나고 몇 주가 지나면 천국은 지옥으로 바뀌기 시작한다.


통장의 돈이 줄어들면 그와 동기화된 나의 HP가 같이 줄어든다. 사람이 여유가 없어지고 새벽공기와 친해진다.


지금은 다행히도 건설업 기술자를 하고 있다. 흔히 말하는 노가다이다. 일을 시작하고 2달쯤 지났나 위에서 떨어진 철덩어리에 맞아 병원에 가서 4 바늘 정도 꿰맨 적이 있다. 안전모를 쓰고 있어서 망정이지 아니면 그 자리에서 내일을 못 볼 뻔했다. 그럼에도 난 그만두지 않고 일을 계속했다. 사정상 당장 다른 일을 구하기 힘들고 준비하기도 어려웠기 때문이다.


하고 있는 일이 아무리 힘들고 어렵고 하기 싫어도 돈이 없을 때의 서러움을 다시 느끼기 싫었다. 그러기에 어떤 일이든 오늘 하루도 일을 할 수 있음에 감사하고 번 돈으로 가족의 미소를 지킬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순간들을 버텼다.


일하기 싫을 때면 일을 안 했을 때의 고통을 떠올리며 버티고 있다. 그리고 밝아질 미래를 상상한다. 이렇게 열심히 살고 있는데 미래가 밝지 않을 리가 없다. 거기다 이번에 산 로또는 꼭 1등이 될 것이기 때문에 나는 또 다음 주에 퇴사할 생각을 하며 출근을 한다.


"팀장님~ 저 진짜 다음 주부터 안 나올지도 모릅니다."


아마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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