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하는 게 아닌 상대를 위하는 말
요즘 글을 쓰는 작가로서 짧은 메시지 하나에도 신경 쓰고 말할 때도 예쁘게 하려고 노력 중이다. 오랜만에 책장에 꽂혀 있던 이기주 작가님의 '언어의 온도'를 다시 읽었는데 새삼 언어, 말에 대한 소중함을 다시 느꼈다. 그러다 보니 문득 좋은 위로의 말은 무엇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좋은 위로의 말이란 상대를 생각하는 말이다. 날카롭지 않고 부드러운 말이다. 아픈 상처를 낫게 해주진 못해도 꼭 안아줄 수 있는 말이다. 상대를 생각하는 척하며 결국 상처가 될 말을 위로랍시고 내뱉는 말은 위로가 아닌 흉기다. 소화기를 사용할 때도 상황에 맞는 것을 적절하게 사용해야 하듯 위로도 마음에 붙은 불을 적절한 방법으로 끌 수 있어야 한다.
보통 힘들 때 많이 듣고 하는 말은 "힘내.", "할 수 있어." 등이다. 스스로도 어렸을 땐 이런 말을 자주 썼음을 떠올렸다. 그런데 어떤 글에서 이미 힘든 상황에, 이미 많은 힘을 내고 지쳐있는 상황에 또 힘내라고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것을 보았다. 그 말을 듣고 보니 그럴 것 같았다. 그다음부터 위로할 때 어떻게 말하는 게 좋을지 생각해 봤다.
상대가 힘들어할 때 머릿속으로는 여름철 그늘 같은, 겨울철 손난로 같은 말을 건네고 싶었다. 하지만 뜻대로 안 될 때가 많았다. 그래새 무슨 말을 해주기보다는 주로 맛있는 걸 사주며 들어주는 쪽을 택했다. 힘들 때 우선 배부터 채워야 기운이 날 때가 많았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입맛이 없어도 막상 음식이 눈앞에 있고 코로 맛있는 냄새가 들어오면 기분이야 어찌 됐든 뇌 대신 배가 명령을 내려 먹게 하니까 말이다. 거기다 오히려 잘못된 위로가 상대를 더 상처 입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다.
계속해서 어떤 말을 해주면 좋을까 생각하다가 상대가 겪을 일과 가장 비슷한 얘기를 해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예전에 어떤 일 때문에 너무 걱정되고 힘들었던 적이 있다. 일이 시작되기 전 긴장할 때도 있었고 이미 일은 마쳤지만 잘못된 경우가 있었다. 내가 힘들어할 때 아버지는 자신이 옛날에 겪었던 일 중 거의 똑같거나 비슷한 일을 예로 들며 위로해 주셨다.
"아빠도 그랬어."
자신의 실수를 드러내는 건 부끄러운 일일 것이다. 특히 아들 앞에서 아버지가 과거의 실수를 말하는 건 어려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버지의 용기가 온기가 되어 울적했던 마음을 따뜻하게 데워주었다. 가끔 똑같거나 비슷한 경험을 한 친구들이 자기도 그랬다며 과거 얘기를 해주는데 괜히 울컥하고 고마웠다.
사실 나도 좋은 위로의 말이 무엇일지 독자들과 생각해 보기 위해 이 글을 썼지만 쓰면서 드는 생각이 있다. 좋은 위로를 위한 말의 재료는 공감, 이해, 배려인 것 같다. 지친 사람에게는 무조건 힘을 북돋아 주는 것이 아닌 지금의 힘듦을 털어내고 다시 일어설 수 있게 하는 포옹 같은 말이 필요하다.
요즘 유튜브나 뉴스를 보면 점점 살기 힘든 세상이 되어가는 것 같다. 점점 늘어가는 마음의 상처가 덧나지 않게 하는 가장 좋은 밴드는 따뜻한 위로의 말이다. 상대방을 생각하는 말이다. 짧게 살다가는 세상, 아픈 것이 너무 많은 세상에 양쪽귀로 어쩔 수 없이 들리는 말들까지 날카롭고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
글을 쓰고 있는 나도 지금 너무 아프고 힘들기에 그러니 그것을 더 잘 알기에 이 글을 남긴다. 누군가가 더 좋은 위로의 말을 듣길 바라며. 더 따스하고 행복한 세상이 되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