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또 만나."

그땐, 내일 또 볼 수 있을 줄 알았다.

by 비나리

친구, 동료를 만난 뒤에 헤어질 때면 당연하게 말하는 게 있다.


"내일 또 만나."

"다음에 또 보자."

"또 봐요~!"


우리는 매일 보는 사람들을 내일도, 모레도, 내년에도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을 내일 또 만날 수 있다는 것은 너무나 소중하고 기적적인 일임을 안다.


벌써 5년쯤 지났을까. 나에게는 대학 때 만난 아주 친한 형이 있었다. 공부도 잘하고 축구도 잘하고 여자친구도 곧잘 사귀었다. 나이는 1살 많은 형이지만 같은 학번 동기로서 몇 년의 시간을 같이 보냈다. 살고 있는 지역도 같아서 아주 빨리 친해졌다.


군대를 다녀오고 그 형과 같이 보내는 시간이 더욱 많아졌다. 집은 멀었지만 우정만은 아주 가까웠기에 같이 자주 시간을 보냈다. 밥도 먹고, 다 같이 축구도 하고 농구도 했다. 남는 시간이면 여자친구가 끊이지 않는 형에게 연애상담을 했다. 결과적으로 잘 이뤄진 건 하나도 없었다. 그럼에도 계속 형을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언제부터인가 난 형에게 많이 의지했던 것 같다. 공부도, 연애도, 운동도 말이다. 그렇기에 연락을 자주 주고받았는데, 가끔씩 오랫동안 연락이 안 될 때가 있었다. 나중에 만나서 이유를 물어봤다. 형은 평소에 어머님이 자주 아프셔서 병원에 간병하러 갈 때가 많았다. 그럴 때마다 연락이 힘들었다고 말했다. 장난으로 매번 연락이 왜 그렇게 안 되냐며 장난 삼아 뭐라 하면, 형은 멋쩍게 웃으며 미안하다고만 했다.


형은 모자를 자주 쓰고 다녔다. 머리카락은 대체로 짧은 편이었다. 그래서 그냥 형은 모자 쓰는 걸 좋아하나 보다고 생각했다. 평소에 늦게 일어날 때가 많아서 머리 감기 귀찮아 모자를 많이 쓰는 편이기도 했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형이, 당연히 내일도, 모레도, 내년에도 함께 있을 줄 알았다. 아마 누구나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까.


어느 날 형과 공원에서 만나 농구를 했다. 꽤 긴 시간 농구를 하다가 저녁 7시쯤 되었던 것 같다. 난 너무 배가 고팠다. 그래서 이제 슬슬 그만하고 밥이나 먹으러 가자고 했다. 하지만 형은 아쉬운 듯 계속 농구공을 잡아 슛을 했다.


"조금만 더 하자. 오늘따라 더 하고 싶어서."


계속 가자고 하는 내 말을 무시하는 듯 계속 계속 골대에 공을 넣었다. 그러자 내가 조르는 것에 못 이겨 저녁을 먹으러 갔다.


아직도 기억에 또렷하게 남는다. 프라이가 올라간 짜장면. 맛있게 먹었는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둘 다 전공이 잘 안 되면 같이 이사 가서 사업을 하자고 했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들이 오갔지만 그냥 둘이서 같이 힘을 합치면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짜장면 한 그릇이 비워지는 동안 그 안에는 밀가루 면보다 훨씬 많은 젊은 청년의 미래 이야기들이 가득 담겼을 것이다.


"내일 또 봅시다. 형님~."


"그래."


그게 마지막 인사였다. 일주일 동안 아무런 연락이 없었던 형의 메신저로 연락이 왔다. 그동안 내 동생을 좋아해 줘서 고마웠다는 내용. 그리고 하늘나라로 갔다는 내용.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믿기냐 믿기지 않냐의 문제가 아니었다. 머리를 망치로 내리친 느낌도 아니었다. 누군가 시간을 멈출 수 있는 도구를 사용했을 때 내가 그 순간을 느낄 수 있으면 그런 느낌이지 않았을까 싶다.


나는 화장실로 바로 달려가 씻을 준비를 했다. 샤워기를 틀었는데 머리를 감지 못했다. 아직 머리에 물도 끼얹지 않았고 샴푸칠도 하지 않았는데 눈이 뜨거웠다. 따가웠다. 마음이 너무 아팠다. 괴로웠다. 눈물이 쏟아져 나왔다.


나중에 알고 보니 병원 때문에 자주 연락이 안 되었던 건 자신의 암치료 때문이었고, 모자를 쓰고 다닌 것은 가발을 감추기 위함이었다. 몇 년을 같이 지냈는데 그거 하나 눈치 못 챈 자신이 너무 한심스러웠다. 또 한편으론 아무것도 가르쳐주지 않았던 형을 원망하기도 했다. 하지만 동기들도 마찬가지로 형의 성격을 잘 알았다. 우리는 항상 웃었다. 물론 슬픈 날도 있었지만 형과 함께 있을 땐 대부분을 웃었다. 형은 분명 우리에게 걱정을 끼치게 하고 싶지 않아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아직도 난 그때가 후회된다. 공 몇 번 더 던지는 게 뭐 어려운 일이라고 그걸 힘들어했을까 하는.


나이가 들수록 사람은 죽음과 많이 접하게 된다. 그럴 때마다 느낀다. 하루하루는 정말 소중한 것이라고.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소중한 사람과 또 다른 날을 맞이할 수 있는 것은 축복이고 기적이라고.


오늘도 난 가족과 내 사랑하는 연인에게 말한다. 사랑한다고. 그리고 친한 친구들에게 항상 말한다. 함께 있어줘서 고맙다고.


그리고 이젠 안다.


"내일 또 만나."


이 말의 소중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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