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언도 아무거나 먹으면 체한다.
어릴 때 급식시간이 되면 선생님이 늘 음식을 남기지 말고 다 먹으라고 했다. 음식을 가리는 것에 대한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편식이 허용되지 않았다. 하지만 스스로도 급식을 남김없이 먹어치우면 뿌듯한 게 있었기에 평소에 편식은 잘하지 않았다. 그렇게 과거부터 편식을 잘 안 하는 습관이 있어서 그런지 명언도 꼭꼭 씹어먹으면 다 나에게 좋은 양분이 될 줄 알았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요즘 유튜브나 인스타, 스레드 등을 보면 수많은 명언들이 넘쳐난다. 유명한 사람이 한 말, 유명하진 않지만 특정한 경우 특별한 경험을 했었던 사람, 인생을 많이 앞서간 사람 등 여러 사람이 이른바 명언을 만든다. 명언들의 주제는 다양하다. 삶에 대한 철학부터 돈에 대한 이야기, 누군가의 처지에 대한 조언부터 인간관계까지 수많은 주제를 말한다. 남들이 많이 공감하는 말부터 별것 아닌 것 같은데 유명인사가 했다는 이유만으로 명언이 된 것까지 많은 말과 글들이 존재한다.
나는 행복하게 살고 싶다. 그리고 의미 있게 살고 싶었다. 하지만 세상은 행복하지 않은 경우가 많고 의미 있게 살고 싶어도 실천이 어려운 환경일 때가 많았다. 그럴 때 난 명언을 찾았다. 내 인생에 정답까진 아니어도 올바르고 긍정적인 길로 가는 힌트라도 줬으면 했다.
일부러 명언 자체를 찾았다기보단 요즘 수없이 남발되는 각종 명언들을 눈에 보이는 족족 꼭꼭 씹어먹었다. 이것도 좋은 말, 저것도 좋은 말. 다 맞는 말 같았다. 명언 아래에 달린 수많은 댓글들은 맛집의 별점 후기처럼 게시글에 대해 긍정적인 내용이었다. 나도 열심히 편식 없이 명언을 먹고 내 것으로 만들고 실천하면 그들처럼 나의 삶에 큰 도움이 될 줄 알았다. 하지만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아무리 좋은 말이라도 나의 상황과 맞지 않으면 그 말은 명언이 될 수 없다. 오히려 나의 마음을 갉아먹는 원인으로 변질된다. 지금 와서 생각해 봤을 때 나에게 큰 상처를 안겨준 말들이 있다.
빈곤하게 태어난 건 내 잘못이 아니지만, 가난하게 죽는 건 내 잘못이라는 말과 요즘은 돈 버는 것 천지라는 유튜브에 흔히 돌아다니는 말이다. 어떤 사람은 직설적으로 요즘에 돈 못 벌면 바보라는 말까지 한다. 그 말에 공감해 주는 사람들까지 많이 등장한다. 난 정말 그렇다고 믿었고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이용하여 돈을 벌려고 했다. 잘 되지 않으면 내 노력과 열정이 부족한 탓이라고 스스로를 책망했다. 그렇게 수년을 계속 버텼다. 하지만 안 되는 건 안 되는 것이었다.
사람이 살면서 마음을 건강하게 가지려면 안 될 건 안 된다고 인정할 줄도 알아야 한다. 하지만 사회는 그렇게 인정하는 사람을 겁쟁이 취급하고 잘못한 사람 취급을 한다. 삶의 도움이 되는 여러 정보와 명언, 좋은 글을 삶에 적용시켜 이른바 성공한 사람들이 자기는 이렇게 했는데 너희는 왜 안 되냐는 식으로 이해를 못 할 때도 많다.
난 계속 내 인생이 달라지지 않는 게 나의 탓만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태어난 환경, 시대, 상황 모든 것이 다 원인이 될 수 있다. 명언과 조언이 좋은 이정표 역할을 하지만 때로는 나에게 고통만 주는 채찍이 될 수도 있다. 그렇기에 명언, 조언들을 너무 가리지 않고 모두 씹어먹으려 하지 않아도 된다. 쓴 약이 몸에 좋다지만 그런 약도 아무거나 무작정 오래 받아먹으면 몸이 상하기 십상이다.
세상을 살며 너무 남의 말에 휘둘려 억지로 그 틀에 자신을 구겨 넣지 말자. 당신은 이미 열심히 잘 살고 있는 게 맞다. 힘들 때마다 좋은 계기를 찾는 건 너무 좋지만, 명언으로 둔갑하여 자신을 상처만 입히는 말들은 꼭 편식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