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나리의 행복 찾기 시리즈 1편 '산책'
행복이란 무엇일까? SNS나 영상을 보면 저마다 행복의 정의를 세워 행복을 찾아가는 사람이 보인다. 그중에는 자신만의 행복이 명확한 사람과 아직 어떤 게 행복인지, 행복 자체가 뭔지 고민을 이어가는 사람이 있다. 나 자신도 사실 행복이 뭔지 구체적으로는 모르겠다. 하지만 최근에 스스로 내린 정의가 있다. 그건 바로 행복은 '내가 행복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행복을 특정한 것에 얽매이게 정의를 내려놓고 그것이 아니었을 땐 행복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것 같았다. 지금부터 써 내려갈 이야기는 내가 세운 행복이란 정의 안에서 행복을 느꼈던 순간이다. 아직 행복이 뭔지, 뭘 하면 행복할지 고민하는 분과 같이 일상에서 행복을 찾아보고자 한다. 우리의 일상은 세 잎클로버 속 네 잎클로버처럼 많은 행운에 둘러싸여 있고 행복은 그 속에 분명히 있다.
산책이란 건 쉽고 단순한 행동 같지만 누군가에겐 그렇지 않다. 나도 그 누군가 중 한 명이었다. 30대가 되면 안정적인 직장에 다니며 평온한 일상을 보낼 줄 알았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했고 세상은 단순히 열심히만 사는 사람에게는 좋은 결과를 내려주지 않았다. 행복한 나날보단 울적한 날이 더 많았고, 마음은 점점 우울함을 흡수하여 물을 머금은 솜처럼 무거워졌다.
조금이라도 기분이 나아지기 위해 여러 방법을 찾아봤다. 그중에 가장 많이 추천받은 것이 산책이었다. 무거운 마음을 가진 사람은 몸도 무거워지기 때문에 움직이기 쉽지 않다. 그럼에도 계속 벼르고 벼르다가 '한번 나가보자!!!!' 소리를 치며 산책을 나갔다.
한번 나가기가 어렵지 산책에 취미가 붙으면 끊을 수 없다.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온갖 것을 오감을 통해 느끼게 해 준다. 나가자마자 느낄 수 있는 건 집안 공기와는 전혀 다른 상쾌함이다. 정체된 공기가 아닌 흐르는 공기가 바람이라는 이름으로 얼굴과 목, 손을 스쳐간다. 코로 크게 숨을 들이쉬며 뷔페에서 5 접시 넘게 비울 만큼 배를 부풀려본다. 그리고 천천히 모든 숨을 뱉어낸다. 그 한 번으로도 내 머리와 마음 안에 가득했던 뿌연 무언가가 없어지는 것 같다.
급변하는 세계, 빠르게 지나가는 자동차와 버스, 빠르게 가야 할 것 같은 나의 일상 속에서 벗어나 오로지 나의 걸음걸이로 길을 걷는다. 하늘을 올려다보면 파란 하늘이 두 팔 벌려 나를 환영하고, 나만큼이나 느리게 걸어가는 구름은 같이 걸어주겠다며 하얗게 웃고 있다.
바람을 느끼고 하늘을 보며 걷다가 순간 코 끝에 어떤 향이 쓱 지나친다. 잠깐 집중하면 어떤 향인지 금방 알 수 있었다. 주변에 피어있는 꽃 향기였다. 그냥 그 자리에 서서 향을 느낄 수 있었지만 이렇게 좋은 향기를 지나치는 건 내 속에선 불법이기에 꽃에게 다가간다.
나의 속도로 세상을 볼 수 있고, 천천히 자연을 느끼며 걷다 보면 나는 분명 그 자리에서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었다. 그런 생각을 가지던 도중 나의 발걸음을 멈춘 풍경이 보였다. 가려짐 없이 넓게 펼쳐진 땅 위로 쨍하게 내리쫴어 일렁이고 있는 빛의 커튼을 보면 입과 눈이 동시에 커진다. 자연이 주는 경이로움을 꼭꼭 씹어 느낄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산책의 큰 장점이 아닐까 싶다.
산책을 하다가 더 행복해지는 순간이 있다. 그건 바로 행복을 느끼고 있는 누군가를 봤을 때다. 옛날부터 익히 들었던 말 중에 남이 잘 되면 배가 아프다는 게 있는데 별로 공감가지 않았다. 어릴 때보다 지금 이 나이대에 와서 내 친구들은 당연히 더 힘들어한다. 나이대를 불문하고 먹고사는 문제는 쉬운 적이 없었지만 결혼문제까지 끼어드는 바람에 더 가중된 탓이다. 이럴 때일수록 주변에서 덜 고통받으며 사는 친구나 다시 사업에 재개해서 안정적인 삶을 만든 지인 얘기를 들으면 오히려 행복하고 힘이 난다. 주변이 행복해야 나도 힘이 생기고 행복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나가다가 우연히 본 사람들의 웃음소리와 웃는 표정은 나까지 웃게 만들어주는 마법을 지니고 있었다.
이렇듯 산책을 하다 보면 평소에 늘 존재했던, 당연함 속에 감춰진 소중함을 다시 느낄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 그리고 그 속에 피어있는 행복을 느낄 수 있게 된다. 산책을 하며 느리게 걷는 것은 내 삶의 오선지 위에 쉼표를 만들어주는 행위이고 그로서 내 마음에 '여유'라는 아주 맛있고 몸에 좋은 걸 먹이는 행위이기도 하다.
어떤 것에 행복을 느껴야 할지 모르겠다면, 뭐가 날 행복하게 해 주는지 잘 모르겠다면 우선 산책부터 천천히 시작해 보는 게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