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나리의 행복 찾기 시리즈 2편 '요리'
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행복 중 하나가 먹는 행복이 아닐까요? 점심을 먹기 전 쓰는 글이라 아마 음식에 대한 찬양글이 될 것 같기도 하네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은 햄버거였어요. 탄단지가 모두 들어가 있고 입을 크게 벌려 한 입 가득 넣는 그 만족감. 그리고 입안에서 온갖 재료들이 턱을 괴롭게 하며 씹히죠. 고기의 듬직한 식감, 야채의 아삭한 식감, 치즈의 느끼하고 부드러운 식감. 마치 여러 악기가 모여 연주하는 오케스트라 같은 거 있죠! 세끼를 꼬박 먹을 수 있는 메뉴를 말한다면 저는 당연 햄버거를 골랐어요. 하지만 최근에 제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 바뀌었어요. 그건 바로 제가 직접 만든 음식이에요.
처음엔 요리라는 게 낯설고 어려워 보여서 시작이 어려웠어요. 하지만 자취를 시작하게 되고 식비 절약이 필요했고 요리는 연습해서 나쁠 게 없다고 생각했죠. 그리고 요즘도 그렇지만 당시에도 힘들었던 일이 많아 잡생각이 많을 때였어요. 잡생각을 최소화하고 시간을 보내기엔 요리만큼 좋은 게 없어요. 뭐 만들지 정해야 하지, 재료 사러 가야 하지, 레시피 봐야 하지, 요리하고 먹고 설거지해야 하지 정말 바빠요.
제가 자취를 하기 전 집에서 요리라고 불릴 만한 걸 처음 만들었던 때는 고등학생이었을 거예요. 오징어젓갈을 좋아하는데 마침 냉장고에 그게 있었어요. 하지만 그냥 밥과 먹기엔 심심했죠. 그래서 어떤 생각을 가지고 그랬는지, 가열하고 있는 프라이팬에 기름을 조금 두르고 밥을 꾹꾹 눌러서 누룽지를 만들었어요. 그 위에 오징어젓갈을 깔고 가위로 잘게 잘랐죠. 열기로 인해 오징어젓갈이 약간 익어요. 그 상태로 젓갈과 누룽지를 비벼서 먹었습니다. 누룽지의 고소함과 오징어젓갈의 달고 짭짤한 맛이 잘 어우러져서 맛있었어요. 여동생에게도 해주자 맛있다고 반응이 좋았습니다. 요리의 즐거움을 제대로 안 건 자취를 시작했을 때부터지만 아마 첫 즐거움을 안 건 그때 같았어요. 내가 만든 음식이 맛있게 됐을 때의 행복과 그 음식을 맛있게 먹어주는 누군가의 행복을 보는 것. 요리는 행복을 배로 불려주는 마법 같은 일이었어요. 다 먹고 난 후 정리하는 건 불행이 쪼금 있지만 그래도 일단 행복했으니 됐잖아요??
요리는 고생의 결과물이에요. 위에서도 말했다시피 생각하고, 나가서 재료를 찾고, 만들어야 하죠. 고생이 좀 있어야 나중에 오는 행복감이 큰 것 같아요. 열심히 만든 요리가 매번 맛있진 않지만 요리사가 아니니까 먹을 만한 정도의 요리만 나와도 얼마나 기쁘던지. 다행히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것처럼 음식이 보라색으로 변한다던가, 내가 넣지 않은 재료의 머리가 들어가 있다던가, 혼자 먹다가 쓰러지거나 하는 일은 없었어요.
이따금 스스로가 생각해도 맛있는 요리가 나오면, 자기가 만든 요리에 우와 감탄하면서 허겁지겁 먹어요. 그렇게 성공한 음식은 하나하나 머릿속 깊이 저장해 놔요. 언젠가 제가 요리를 만들어주고 싶은 분이 나타나면 꼭 해주려고요.
지금은 헤어졌지만(?) 그 기회는 생각보다 빨리 찾아왔고 저는 당시 여자친구에게 미역국을 끓여주었어요. 친숙한 음식이고 생각보다 만들기 쉽지만 생각보다 만들기 어려워요. 액젓을 넣어야 하는데 이걸 아주 적당량만 넣어야 해요. 많이 넣으면 비려지고 적게 넣으면 맛이 별로 안 나요. 소중한 사람을 위해 만드는 요리라 더욱 집중해서 양을 넣었어요. 다행히 그날의 미역국은 성공적이었어요. 여자친구가 매번 음식 얘기를 할 때마다 그때 만들어준 미역국이 정말 맛있었다고 자주 말해줬거든요.
두 번째 기회는 가족이었어요. 음식은 어묵탕! 입맛 까다로운 아버지가 국물이 시원하고 적당히 얼큰하고 맛있다며 연신 국물을 들이켜셨어요. 그걸 보는데 얼마나 뿌듯하던지요! 당시에 아버지가 술을 안 드실 때라 소주 한 잔 못한 게 아쉬웠어요. 요즘엔 조금 드시긴 하시니 다시 대접해 드리고 같이 한 잔 기울이고 싶네요.
쓰다 보니까 요리는 나와 여러 사람을 연결해 주는 매개체 같아요. 원래 요리 자체의 행복에 대해 쓰려고 했어요. 그런데 요리 자체보단 요리로 이어진 추억들이 저를 더 행복하게 해 줬던 것 같네요.
아직 요리를 시도해 보지 못하셨던 분들 꼭 해보시길 권해드려요. 망할 것 같지만 생각보다 맛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