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달을 함께했던 동지에게, 오늘의 사과
어려서도 키가 컸던 너는 같은 또래의 아이들보다 훌쩍 큰 아이 같았어.
그래서 기대를 더 많이 했던 걸까? 바르게, 남들 보기에 멋지게 보이려고
엄마는 안간힘을 다쓴 것 같아.
어린아이라 당연한 일에도 “안돼!”, “이렇게 해야지!”가
늘 입에 붙어 있었어.
너는 그걸 쫓아오느라 발을 동동거리며
엄마의 미움을 살까 두려워하고 있었다는 걸
엄마는 몰랐어.
엄마는 바르게 잘 키우는 게 사랑이라고 생각했어.
하지만 그건 사랑이 아니라
엄마의 잣대에 너를 세워두고 이리저리 옮기던 일이었어.
마치 장기판의 말처럼,
여기저기 부딪히게 하고 상처를 주는 일이었지.
엄마도 처음이라서 그래라는 말은
지금 와서 보니 그저 핑계일 뿐이야.
너의 입장에서
단 한번이라도 더 생각해봤더라면
그런 결론을 내리지는 않았을 텐데…
엄마가 너에게 "괜찮아! 지금도 충분해!"라고 말해주지 못해서 미안해.
"너의 가장 좋은 친구가 되어줄게!"라고 말해주지 못해서 미안해.
"니가 힘들 땐 언제든지 엄마에게 와. 꼬옥 안아줄게!
나는 언제나 너의 편이야!"라고 표현해주지 못해서 미안해.
긴 머리를 휘날리며
그걸 말려달라는 너의 말에
“엄마 손목이 약한데…”라며
그런 것조차 귀찮아했던 순간이 미안해.
어쩌면 너에게는
그 시간이
엄마와의 기억을 켜켜이 쌓는 순간이었을지도 모르는데
말이야.
오늘 아침,
머리를 말려줄 수 있냐고 조용히 묻는 너에게
“엄마가 잘 말려줄게.”라고 기쁘게 말할 수 있어서 고마워.
“날이 추운데 바짝 말리고 싶어.”라는 너의 말에
“잘 말렸는지 한번 만져봐.”라고 말할 수 있어서 행복했어.
행복은 멀리 있지 않고
이렇게 가까이에 있었는데,
그걸 이제야 깨닫다니
엄마는 참 눈치가 없다. 그치?
조용히 흘러가는
너의 아침의 매 순간에
따뜻한 기억이 쌓이길 기도해.
너를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을
매일 함께 기억하면서
사춘기의 정글도 같이, 천천히 지나가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