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 그럴수도 있지!

그 말을 너에게 배우던 날

엄마가 퇴근하고 집에 왔을 때였어.

3살이었나? 한참 '호비'를 즐겨 보던 너는

블록으로 생일 케이크를 만들었어.


엄마에게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주고 촛불을 끄라고 했는데,

내가 잘못해서 네가 만든
케이크 블록을 치는 바람에 한 귀퉁이가 떨어져 나갔어.

"oo야, 미안해."라고 사과했더니
너는 "괜찮아. 그럴 수도 있지."라고 말했어.

그 순간 나는
마음 한가운데를 톡 건드린 느낌이었어.


너에게 나는 “괜찮아, 그럴 수도 있지.”라는 말을
그렇게 쉽게 건네지 못했던 엄마였는데…


너는 미안해 할 내 마음을 먼저 알아봐 주고,
환하게 웃은 뒤 떨어진 블록을 다시 붙이며
나랑 다시 생일 축하 놀이를 이어갔어.

물론 그날 생일 축하 노래를 몇 번 불렀는지 몰라~~~

하루에 가장 많은 축하 노래를 부른 날이었어.^^


이젠 다시 돌아오지 않을 시간이라고 생각하니
한편으론 많이 아쉽고, 또 그리운 것 같아.


사춘기 절정에서
조금은 내려온 듯한 지금의 너는


방문을 열기 전 노크도 해야 하고,
괜히 마음 닫게 할 말들은 삼켜야
대화가 이어지는 시기잖아.


그땐 그 시간이
이렇게 소중한 줄 몰랐던 것 같아.


속도는 조금 느려졌지만
여전히 너와 함께, 나는 안전바를 꼭 잡고 버티는

롤러코스터에 앉아 있는 기분이야.


나는 처음부터 끝까지
눈을 뜨고 오르락 내리락 하는 걸 지켜보는 사람이라
너의 강렬한 사춘기도
기록으로 남게 되겠지.


나중에 너에게
“엄마, 왜 이런 것까지 썼어???”
한소리 들을지도 모른다는
작은 두려움도 함께 안고 말이야.


며칠 전, 엄마 아빠 결혼기념일이라 이야기했더니
“그걸 뭘 매년 챙겨?”라고 묻던 너에게

“그럼 생일도 매년 안 챙겨도 되겠다, 그치?
올해부터는 그냥 넘어가자.” 했더니

순간 당황하던 너의 표정이
아직도 생생해.


너에겐 결혼기념일이 없으니
그 의미가 아직은 와닿지 않겠지만,


엄마 아빠에겐
너를 가족으로 맞이하게 될
소중한 시작의 날이었거든.


시간이 더 흐르면
이 순간들도 결국
웃으며 꺼내보는 기억이 되겠지.


그래서 오늘은,
꼭 한 번 말해보려고 해.

“괜찮아, 그럴 수도 있지.”라고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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