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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다 May 10. 2017

집에 대한 생각

27살 내 집을 가지다.

내 나이 27살, 내가 살았던 집은 12군데다.

기숙사까지 합하면 15군데가 된다. 이사를 많이 다니면서 나는 집에 대한 소유욕이 생겼다.


어렸을 적 우리 집은 화장실이 없었다.

밤늦게 주인집 옆에 작게 딸려 있는 화장실을 가려면 누나와 둘이 손 꼭 잡고 가야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방이 2개 있던 그 집은 네가족이 살기에는 많이 좁았다. 학군이나 주변 상권 이런 것 따위는 중요치 않은 그저 살아가는 공간이었다. 그래도 하나 좋았던 것은 옥상이 딸려 있어서 부모님이 일하러 간 시간에 혼자 옥상에 올라가 놀 수 있던 공간이 있었다. 그 옥상에서 혼자 구슬도 굴리고 내 팔뚝보다 더 컸던 토끼도 키우고 꽃도 키웠다. 지금도 그 집을 가끔 지나갈 때면 그때 생각이 많이 난다. 8살부터 13살까지 살던 그 집은 내 어린 시절 대부분을 꿰차고 있다. 

온 가족이 앉을 수 있는 가죽소파도 없고, 내방은커녕 침대도 없던 그 집에서 살았었다.

중학교 1학년이 돼서야 내 방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침대 하나 책상 하나 들어가면 끝나는 공간이었지만 그래도 내 공간이 있음에 감사하게 됐다.

그래서 그런지 집에 대한 소유욕이 강하다. 집이 더러우면 기분이 좋지 않다. 내 공간에 대해서는 이뻤으면 좋겠다. 내가 살아가고 마음 놓고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공간이 나를 표현해 주는 기능까지 해줬으면 좋겠다.


12군데 집을 거치면서, 사회생활을 하게 되면서 내가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 어떤 스타일을 싫어하는지 이제 대략은 알 수 있다. 그런 개성이 표현되었으면 좋겠다. 


집은 나의 거울이다.




27살의 나이가 되어서 조그맣고 오래되었지만 내 집을 갖게 되었다.

앞으로 '집'이란 주제로 매거진을 써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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