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질끈 감을 때

by 이다

누구나 그러겠지만 저 또한 직업에 대해 느끼는 감정이 다양합니다.

'애증의 관계'라는 말이 딱 맞을 거예요.


자랑스러웠다가, 환멸을 느끼고, 분노하곤 합니다.


대한민국에서 경찰, 그것도 순경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많은 감정을 느끼게 해주는 것 같아요.


"얼마 근무하지도 않은 놈이 뭘 안다고 그러느냐"

라고 하실 분들도 있을 거예요.

물론 그런 말을 할 사람들은 이 글을 읽진 않겠지만 말이죠.

하지만 분명히 그 '얼마 되지 않은 놈'의 시선도 필요할 겁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시선으로 제 직업을 바라봤을 때

분명히 보람보다는 화가 치밀어 오르는 순간이 훨씬 더 많습니다.


그저 눈을 질끈 감을 수밖에 없었어요.

'내가 품었던 이상은 그냥 터무니없는 것이었구나'를

느끼게 해주는 그런 것들에 부딪히고 또 부딪히면서


조금씩 적응하고 있는 내가 무서울 때도 있지요.


옹기종기 모여 험담을 펼칠 때,

타인의 흉을 같이 봐주기를 원하는 분위기에서

눈을 질끈 감았어요.

그러곤 동조해버리고 하루 종일 후회하죠.


그러다 너무나 부당한 지시에 눈을 질끈 감고

(초등학생에게 낯선 사람이 따라오라고 할 때의 모범 답안처럼)

'싫어요'를 외치기도 합니다.


눈을 질끈 감아야 할 때가 분명히 옵니다.

올 수밖에 없죠.


그런데 그 질끈 감은 다음에 후회는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러려면 내가 어느 정도는

준비되어 있는 사람이어야만 합니다.

어느 정도의 깊이는 갖춘 사람이어야 합니다.

눈을 질끈 감은 다음에 나오는 행동은 거의 그 사람 본연의 것일 확률이 높거든요.


'만일을 대비한 돌발적인 상황이 있을 수도 있으니 평소에 나를 준비시켜놓아야 한다.'

라는 정도가 이 글의 주제가 되어 버렸네요.


내일 만약에 눈을 질끈 감고 뭔가를 해야 한다면 그냥 합시다 좀.

해보면 그렇게 큰일도 아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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