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사랑한다.

by 이다

저는 우리나라에 가정폭력이 이렇게 많은 줄 몰랐습니다.

정확히 통계적으로 몇 건이라는 것은 잘 모르겠지만,

피부로 느끼는 가정폭력의 숫자는 분명 굉장합니다.
하루에 1~2건은 꼭 들어오는 편입니다.


예전에는 가정폭력이라는 단어조차 생소했겠지만,

'내 가족일에 경찰이 뭔데 껴드슈?'

라는 말을 들으면

'그것도 맞는 말이네?'

라고 느꼈겠지만 요즘에는 또 법이 그렇지가 않습니다.


사회적으로 가정폭력은 심각한 범죄이고 또 쉽게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수면 밖으로 나오는 가정폭력의 숫자보다는 숨겨진 가정폭력이 더 많을 겁니다.


얼마 전에 조선족 아주머니가 신고를 했습니다.

남편한테 맞았다는 거예요. 술을 많이 마신 상태라고 합니다.


그 남자를 힘들게 제압하고 분리해서 상담을 합니다.

그 아주머니는 사실혼 관계를 시작한 지 2년 정도 되었는데

술만 먹으면 그렇게 때리고 못살게 군답니다.

근데 또 술을 안 마시면 잘해준다는 겁니다.

이쪽 업계에서는 쉬이 들을 수 있는 레퍼토리죠.


그 후 며칠이 지나고 또 똑같은 신고가 들어오는 거예요.

'또 맞았다'라는 겁니다.


"그렇게 폭력적인 사람이라면 헤어지는 것도 한번 생각해보셔야 되는 거 아닌가요?"

라고 묻자,

"술 안 마시면 나한테 잘해줘요."

라고 합니다.


제 나이 때에서는 이해 못하는 그런 사랑이 있는 것인지,

둘 사이를 온전히 알기에는 제가 그 남자를 본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어요.

술을 안 마시면 볼일이 없거든요 저랑은.


결국 그 술 안 마시면 잘해준다는 남자는

그 후로 동네에서 몇 가지 사고를 친 후 잠잠해졌습니다.

아마도 제 생각엔 구속당하지 않았나 싶어요.


아주머니한테 묻고 싶었던 질문이 있는데

제가 너무 오지랖일까 봐 물어보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사랑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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