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여행
내가 나고 자란 곳운 충북 충주다.
이제는 추억으로 부를 수 있는
가난했던 그 쪽방도,
화장실이 없어서 빌려 써야 했던
그 푸세식 화장실도,
혼자서 눈사람을 만들며 엄마가 오기를 기다리던
그 길도,
여전히 그대로인 고향 '충주'로 여행을 왔다.
아버지가 어지럼증으로 119에 싣려 갔다는 소식을 듣자 마자 연차를 내고 일주일 동안 충주에 내려와 있기로 했다.
병간호를 하면서 잠깐씩 틈이 날 때마다 충주를 '여행'했다.
7년 동안 나 대신 우리 집을 지켜준 강아지 '덩이'
왔다갔다 하면서 좋아 보이던 빈티지컨셉의 카페
아빠라는 익숙하지만 낯선 시간들을
천천히 즐기면서 일주일이 흘렀다.
20살부터 자취를 나와 살았던
나는 내 고향을 잘 모르고 있었던 것 같다.
보고 있으면 입이 떡 벌어지는 충주호,
충주호를 바라보고 있는 길냥이 카페,
우리집 바로 앞에 있는 백번은 더 가본 호암지호수
언제나 내 옆에 있는 줄 알았던 우리 아빠의 주름살까지
내가 잘 모르고 있던 것들 투성이다.
부산도 좋고, 제주도도 좋고
해외여행도 좋지만
내가 자란 고향도 잘 모르는데
무엇을 향해 가고 있는지
앞만 보다 주변을 놓치고 있는 건 아닌지
내가 보는 나침반이 좀 더 깊이 있어지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