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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다 Oct 28. 2020

제주도 여행기#1

30살 되어 이루는 나의 버킷리스트 제주올레 1-1코스

25살 즈음에 노량진에서 공부하던 시절

힘들 때마다 버킷리스트를 하나씩 적어 놨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중 단연 1번은 나이키 조던 사기(아직 못 샀음)

2번이 혼자 여행 가기였습니다.


5년이 지나 마침 백패킹 장비도 샀겠다, 가을이라 날씨도 좋겠다, 연차도 많이 남았겠다.

안 갈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표를 알아보니 왕복 10만 원에 저렴한 가격에 다녀올 수 있었습니다.

생각해보면 26살에도 갈 수 있었고 27살에도 갈 수 있었는데 혼자 배낭 메고 제주도를 간다는 발상을 그때는 왜 못했을까요? 상상력이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안 갈 이유가 없어서 제주도행 티켓을 끊자마자 너무 설레어서 잠이 안 왔습니다.

배낭에 내가 필요한 것을 다 넣어야 한다니... 테이블을 넣을까 말까, 타프를 넣을까 말까 그런 행복한 고민들을 오랫동안 했습니다. 결국 짐을 9kg대로 맞춰 가기로 했습니다.(9kg을 위해서는 테이블, 타프, 코펠, 버너를 포기해야 했음)


제가 계획한 여행은 올레길 1일 1코스, 하루에 16km~20km를 걸어야 했기 때문입니다.

제주도 여행을 위해서 제주올레 패스포트를 구입했습니다. 올레 패스포트는 총 26코스, 425km마다 시작점, 중간점, 종료지점에 있는 스탬프를 찍게 되어 있습니다. 굳이 안 찍으실 분들은 구입하지 않으셔도 상관없습니다만, 저는 이번 기회에 틈틈이 제주도 다니면서 계속 찍을 생각으로 구입했습니다.

 

제주살이를 포기한 어느 아주머니에게 2만 원에 구입

제주도를 위해서 특별히 샀던 품목이 몇 가지 있는데 우선 트레킹 폴을 구입했습니다. 군대 행군을 제외하면 이렇게 긴 거리를 걸어본 적이 없기 때문에 졸아서 구입했는데 결과적으로는 폴이 없었으면 완주 절대 못했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오름 2개를 지날 때는 정말 폴에게 절이라도 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우의를 구입했습니다. '나름 백패커니까 우의는 있어야지'라는 생각으로 구매했는데 도착하자마자 비가 와서 아주 뿌듯했습니다. 

 

긴 이동거리, 게다가 숙소는 없고 무조건 비박. 하지만 몇 년 만에 이렇게 가슴이 뛴 적은 처음이었던 것 같습니다. 공항버스를 타러 가면서 '이제서라도 이런 걸 해봐서 다행이다'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런저런 핑계를 대고 못했던 일들이 많았는데 나를 설레게 해주는 일이라면 만사 제쳐두고 하자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누가 볼까 급하게 찍은 출발 샷(부끄럼 많은 편)

첫째 날 첫 번째 코스로 잡은 곳은 당연 비양도.

우리나라에는 백패킹의 3대 성지라고 불리는 곳이 있습니다. 비양도, 굴업도, 선자령.

굴업도는 지난번에 다녀왔고 비양도에 가볼 차례입니다. 비양도는 우도에 딸린 작은 섬입니다.

제주공항>성상한>우도>비양도

비양도는 섬안에 섬안에 섬입니다. 새벽 5시에 일어나 우도에 도착하니 2시가 되었습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니 확실히 대기시간도 있고 불편했지만 이 또한 여행으로 받아들이고 즐거운 마음으로 버스를 탔습니다.


첫째 날은 1-1코스인 우도를 한 바퀴 돌아 비양도에서 텐트를 치고 야영하는 일정입니다.

우도에 도착해서 처음 스탬프를 찍던 순간

스탬프를 찍고 '다음 어디로 간담?'하고 둘러보면 어김없이 리본이 우릴 반깁니다. 첫 번째 리본을 보는 순간 가슴이 콩닥콩닥 뜁니다. 저 리본만 따라가면 된다.

올레길을 따라가다 보면 리본을 묶어 놓은 사람과 커뮤니케이션하면서 '나라면 저기쯤에다가 하나 묶어 놨을 텐데'라고 생각하면 여지없이 묶여 있는 리본을 보며 흐뭇한 감정을 느낍니다.

때로는 길을 잃을 때도 있는데 그러면 마지막 리본을 봤던 곳으로 돌아가면 정답이 있습니다.

어쩌면 우리 삶도 올레길과 같지 않을까 하는 감성적인 생각을 할 때 즈음에 비가 옵니다.

또 흐뭇해하며 우의를 꺼내 입고 빗속을 걷다 보면 짜장면집이 나옵니다. 톳을 조금 넣어주는 8천 원짜리 짜장면.

가성비를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저로써는 평소엔 먹지 않았겠지만 '제주니까'먹습니다.

제주니까 먹은 비싼 짜장면


그렇게 걷다 보면 전동차들이 옆으로 슝슝 지나갑니다. 조금 위험하니까 최대한 안쪽으로 걸어야 합니다. 전동차로 우도를 한 바퀴 돌았던 적이 있는데 확실히 전동차보다는 걸으면서 보는 우도가 훨씬 매력 있습니다.

 

너무 아름다운 우도에서 어렵게 혼자 찍은 사진들

그렇게 걷다 보니 비양도를 지나쳐서 30분이나 더 걸었습니다. 그렇지만 화가 나지도 않았고 힘들지도 않았습니다. 잘못 왔던 길을 되돌아 가면서도 기분이 좋았던 적은 처음인 것 같습니다.

그렇게 비양도에 도착하니 세찬 비바람이 불어옵니다. 사방팔방 펄렁이는 텐트를 간신히 쳤습니다.

1. 갓성비 NH텐트 2.주인아주머니가 잔소리하시는 비양도카페 3. 비양도 캠퍼들 4. 비싸지만 맛있던 해물라면

그렇게 백패킹 3대 성지에 내 텐트를 치고 바로 옆에 있는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고 그 옆에 있는 해물라면집에서 라면을 먹고 텐트에만 누워있다가 잠이 들었습니다.

이 글처럼 하루를 급하게 마무리하고 펄렁이는 바람소리에 귀를 막고 잠이 들었습니다.

사실 백패킹을 혼자 가면 해가 지고 할 게 없어요.


다음 편에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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