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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 현장에서 내가 지역 복지 욕구 조사를 담당한다면?

by 철봉조사러너
제가 이걸 잘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어요...


사회복지사들이 '지역복지 욕구조사'를 담당했을 때, 대체적으로 보이는 반응이다. 1997년 8월 개정된 사회복지사업법에 의해 복지 시설을 평가하고, 사회적으로 복지에 대한 책임성이 높아짐에 따라 더 큰 전문성이 요구되었다(유태균, 2000). 이에 복지 현장에서는 1년 혹은 정기적으로 욕구 조사를 한다. 이를 추진하기 위한 실질적인 필수 조건에 대한 지점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우선 전제는 ‘중요한’ 지역복지 욕구 조사를 담당하게 되었을 때의 상황이다.


순수 학문이나 이론적인 체계적이고 너무 얽매이지 않는 관점으로서, 현장 사회복지사가 실질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측면에서의 대응 방법에 대한 것이다.


우선 먼저 짚고 나갈 부분으로서 중요하지 않다기 보다는 '심각하지 않은 상황'이라는 표현이 더 적절할 거 같은데, 다음과 같은 경우가 해당이 된다.


첫째는, 기관에서 그다지 관심이 없는 상황이다. 최소한의 행정적인 지원과 기존 수준에서 의무적인 수준의 수행이 근무하는 복지 기관의 방향이라면, 정답은 단순하다. 기존대로 하던지, 타 기관 자료를 최대한 참고하던지, 챗GPT 같은 AI의 기술을 어떻게든 써서 설문지를 만들고, 각 담당자들의 협조를 받아 '되는 대로' 조사를 하면 된다. 뭐 예전에 하던 그대로 적용하면 전혀 무리가 없다. 어차피 추후 면밀하게 확인도 하지 않을 테니까 말이다.


둘째는, 기관에서 신뢰를 받고 담당자인 나에게 전권을 일임받은 상황이다. 물론 이런 능력 있는(?) 분들이라면 이 글을 열심히 보지 않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하고 싶은 대로 마음대로 하면 된다. 다소 형식을 파괴하고, 창의적으로 아니면 자신이 주력하고 싶은 부분을 스스로 결정해서 방향을 수립하면 된다. 그것이 일전에 우리 기관에서 내가 수행했던 ‘트렌드’ 욕구조사 보고서였다.


1편: https://brunch.co.kr/@2day1run1read/20

기존의 형식을 파괴한(?) 복지 욕구조사 보고서

2편: https://brunch.co.kr/@2day1run1read/110


셋째는, 매우 이상적인 상황일 수 있는데, 기관에서 조사연구에 대한 높은 전문성을 가진 슈퍼바이저가 지도를 해 주는 거다. 그 분과의 직접적인 조율 과정을 통해 추진을 해나가면 된다. 제일 좋은 사람은 기관장이며, 직급이 높은 관리자일수록 좋다.


이런 느낌?


사회복지는 사회과학에서 파생된 학문으로 사회 연구라는 조사에 대한 역량이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여러 가지 실무 업무에 치여, 이런 ‘연구’가 주가 아닌 부수적으로 여겨지고, 형식적으로 수행되는 경우가 많다(전진호, 한상미, 2003; 이소영, 2014). 어쨌든 위에서 설명한 기관의 무관심, 담당에 대한 절대적 신뢰, 내부의 든든한 조력자라는 세 가지 상황은 대응에 있어서 논란의 여지가 없기 때문에 내려놓고 설명하겠다.


[출처: SBS 드라마 스토브 리그(2019)] 우리 팀 못하는 건 내려놓으시고!


지금부터의 전제로는 기관에서 올해 정말 '중요한' 그리고 '심각한' 욕구 조사를 해야 하는 상황인데,


이 미션을 ‘하필’ 내가 담당을 하게 된 경우이다.


물론 현실에서는 경험이 많은 사회복지사나 관리자가 담당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간혹 실무 사회복지사인 경우도 있다. 위치는 달라도 어떤 직급이나 상황에서도 다 이런 생각을 한다.

‘이렇게 하는 게 맞는 걸까?...’


담당자는 엄청난 부담과 고민을 한다. 지금은 상황이 덜하지만, 예전처럼 강압적인 업무 분장이 이루어졌던 예전에는(라떼), 이 욕구조사를 맡으면 막막함에 '울거나(?)', '퇴사하고 싶다'라고 말하는 사회복지사들도 있었다… ‘뭐 그렇게 까지?’라고 말할 수 있지만, 심지어 10년 이상 욕구조사를 담당한 나도 매년 할 때마다 엄청난 고민을 가지고 임한다. 그래서 어려움이 충분히 공감이 된다.


올해는 또 어떻게 만드나…


이에 현장에서 적용할 수 있는 진행 절차를 제안해보고자 한다.
순서대로 적용하면 되며, 담당자는 이를 참고하여 기관에 요청하면 된다.


첫째는, 이용자에 대한 관점에서의 욕구조사가 아닌 ‘복지기관’을 먼저 욕구 조사를 선행해야 한다. 사회복지는 비영리 영역으로서 영리 기업과 같은 이윤을 추구하지 않기 때문에 성과를 규정하는 요소들이 매우 복잡하며, 여러 이해관계자가 엮여 있다. 심지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주체 또한 실무 사회복지사, 즉 사람이 제공하기 때문에 누가 제공하느냐에 따라 서비스의 질이 확연히 달라지게 된다.


이에 우리 기관이 하고 싶은 욕구조사의 기획 방향을 정하는 게 무엇보다 우선이 되어야 한다. 담당자의 경험치의 차이에 따라 다르지만, 경험이 많다면 담당자가 우선 안을 제시하여, 이를 기관의 관리자와 기관장이 정하는 순서로 하고. 경험이 부족한 담당은 담당자의 초안을 기다리기보다는 기관의 관리자들이 이에 대한 세부적인 차원의 방향을 정해서 내려줘야 할 것이다.


둘째는, TF를 조직해야 한다. 이게 첫째가 아니냐고 할 듯한데, 아니다. TF는 어느 정도 방향이 정해지고 난 이후에 조직해야 한다. TF가 초기 단계부터 다 만들기 시작한다면 모두 죽어난다. 시간만 허비하고 헛손질을 할 확률이 크다. 조사연구는 그렇게 단순한 과정이 아니다. 전문적인 지식과 학습이 필수 조건인 고도화된 작업임을 부정할 수는 없다.


이렇게 조직해 준 이후 욕구조사 TF에게 권한을 줘서 업무를 추진해 줄 수 있게 해야 한다. 또 중요한 지점은 방향을 우선 기관장이나, 관리자가 정해 주되, TF에서 검토 이후 혹시나 이 결정이 변경된다고 해도 지지해줘야 한다는 점이다. 그만큼 신뢰감을 부여해 주는 게 중요하다. 이 TF의 구성원은 되도록 관리자를 포함하고, 다양한 각 부서가 참여하여야 한다. 직급은 무관하나 경험이 많거나 조사연구를 해 본 경험자라면 조금 더 유리할 수 있다. 석, 박사를 나와 논문을 써본 사람이 있다면 매우 좋다.


셋째는, 전문 자문 위원을 붙여 주어야 좋다. 물론 기관 내에서 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매우 이상적이다. 이런 지역 분석, 욕구 조사와 같은 연구 과정의 경우 자문해 줄 수 있는 사람의 영향력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만약 정 마땅한 사람이 주변에 없다면, 외부에 현장을 잘 아는 대학교수나 연구원에게 소정의 비용을 지급하고 모시면 된다.


사회과학의 실천 응용학문인 사회복지는 연구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미국의 경우 사회복지 관리자가 연구 슈퍼바이저의 역할을 하며, 실천 연구에 대한 논문 지도를 해주기도 한다. 특히 연구와 논문 작성에 있어서는 슈퍼바이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실제로 학계와 석, 박사 논문 작성 시 지도 교수님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며, 연구실의 도제식 문화가 매우 철저한 모습을 보인다.


단, 현장에서 은근히 자주 쓰는 방식이지만 연구기관에 용역을 맡기는 건 개인적으로는 추천하지 않는다. 체계적인 조사 연구를 수행해 주긴 하나 형편이 빤한 복지 영역에서 봤을 땐, 부담하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도 현장과 우리의 상황을 아무래도 완벽히 파악할 수 없는 용역의 특성상 좋은 결과를 내는 경우가 거의 없다.


어떻게 보면 세련된 멋진 보고서를 만들어 줄지는 모르지만, 우리의 이야기가 빠진 형식적인 보고서가 나오는 경우가 발생한다. 연구 기관의 역량이 부족하다고 주장하는 게 아니다. 단지, 우리가 내는 비용 대비 그렇게 까지 열심히 지원해 줄리 만무하다는 거다. 경제적 논리에 있어서 가성비 자체가 맞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좋은 결과물이 우리에게 올리가 없다는 의미이다...


AI가 대세인 거처럼 사회복지도 대행해도 되지 않을까?


물론 해도 된다. 그러나 챗GPT가 알려준 지식이 우리에게 딱 맞는가? AI가 준 초안을 가지고 우리 스스로 주도적으로 사고하고 우리 기관에 맞는 결과물로 가공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다. 본질적으로 중요한 것은 사회복지사로서의 주체성과 전문성이다.


마지막 방법으로서, 기관에서 합의가 되어야 한다. 이게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욕구조사에 대한 결과를 중요하게 쓰고, 반드시 기관 운영과 사업에 반영한다는 약속과 협의이다. 초기 단계부터 자문 위원 이후 그 어디라도 상관은 없다. 물론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이 이용자에 대한 욕구조사 보고서를 명확하게 '중요하게' 꼭 쓴다는 가정하에 추진해야 한다. 그래야 정말 TF부터 모든 직원이 진심을 다해 참여한다.


제목 없음1.jpg 이게 핵심!


다음은 욕구조사에 있어 몇 가지 의문 사항에 대한 답변이다.


첫째는, 어떤 방식으로 해야 되느냐에 대한 질문이다. 이에 대한 나의 생각은 기본적으로는 서베이 즉, 양적은 조사 연구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무조건 양적만 하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양적 연구 70% 이상과 보조적인 수준의 질적 연구를 추천한다. 내가 양적주의자 주장하는 측면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현장의 욕구조사는 순수 연구가 아니다. 탐색적인 연구가 아예 아니라고 하기도 어렵지만, 파급력이 크지 않기 때문에 질적인 연구가 그다지 적절하지 않다.


또한 평가와 점검 등 이해관계자들이 워낙 많기 때문에, 우리의 성과를 드러내고 보여 줄 수 있어야 한다. 그렇다고 한다면 질적인 부분이 중심으로 가게 되면 이를 잘 드러내가 어렵다. 국민 독서 관련 매년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람들 절반은 책을 1년에 한 권도 읽지 않는다고 한다. 디지털화로 인해 점차 문자를 보지 않는 시대인데... 우리의 성과를 질적인 글로만 표현한다는 건 굉장한 한계가 있을 수 있다.


둘째는, 어떻게 시작해야 하느냐는 질문이다. 이전에 설문지를 써도 되느냐? 다른 기관의 질문지를 참조하거나 심지어, AI로 문항을 만들어야 되느냐고 많이들 물으신다. 답은 당연히 된다. 물론 실제 학위나, 학술지 등의 순수 연구를 해야 할 시에는 표절과 저작권이 문제가 되기 때문에 사용하면 안 된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는 어느 정도 이런 문제는 관행적으로 용서가 되곤 한다.


또한 한정된 현장의 인력이 순수한 연구를 지향해서 함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최대한 쉽게 할 수 있는 부분은 참고해서 한다고 다른 무수히 많은 실무들을 병행하면서 추가적으로 연구 업무를 위한 설문지를 받고, 정리하고, 분석하는 등의 일련의 과정들 때문에 어느 정도 현실적인 부분은 충분히 감안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내가 제시한 복지기관의 욕구조사 선행, TF의 조직, 기관 내 합의 같은 원칙만 준수한다면 나머지 방법적인 부분은 모두 상관이 없다.


셋째는, 그렇다면 '직접 조사'가 아닌 '간접 조사'로만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느냐에 대한 질문이다. 시에서 나오는 통계 연보나 패널 조사 등 기존의 자료를 가공해서 사용하는 부분에 대한 질문이다. 내가 진행했던 '트렌드 욕구조사'도 어떻게 보면 쉽게 하는 '간접 조사'의 방법을 찾기 위한 방안의 하나였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구조화된 체계로서 연구를 하는 상황일 시에는 편법은 거의 불가능하다. 왜냐면 이는 우리가 가진 지역성에 근거한다.


일단 지역복지 욕구조사는 지역을 중심으로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게 된다. 만약 전국, 광역단위의 재단이나 법인 연구소, 정책기관이라면 이런 2차 자료의 활용이 더 가능하다. 하지만 일부의 지역을 관할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우리의 경우는 일부에 해당하는 이 자료를 정확하게 추출하는 건 내가 알고 경험한 지식의 차원에서는 좋은 자료를 발견하기 어렵다. 된다고 해도 우리에게 딱 맞는 자료가 없기 때문에 실제 '직접 조사'를 통해서 진행하는 것이 더 정확하고, 지도점검이나, 감사 등의 외부적 공격에도 방어할 수 있다.


결론은 양적 연구를 중심으로 모든 편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의 동원하되 실제 조사는 해야 한다는 결론이다.


담당으로서 방향과 범위를 기관에서 정해주고, 지원받을 수 있는 사항들을 요청하면 된다.


만약에 기관이 요구를 들어주지 않는다면 어떻게 하냐고?

그럼 그 욕구조사는 '중요한' 업무가 아니었던 거다.

아니, 이 어려운 업무를 비용도 많이 투여하지 않으면서, 함께 나눠서 하자는 요구를 기관이 거절한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

만약에 정말로 기관이 거부한다면, 서두에 밝힌 중요하지 않은 상황을 참고하여 '대충' '적당히' 하면 된다.


그냥 형식적으로 쓰인 보고서가 중요한 게 아니다. 이 자료가 정말 중요하고, 우리의 실천에 의미가 있다고 믿어야 좋은 결과물이 나온다. 그게 어떻게 보면 정말 실질적으로 중요한 지역복지 욕구조사가 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중요한 욕구조사를 하는 사회복지사들은 혹여나 슬퍼하거나, 다른 직장을 고민하지 않았으면 한다.


이 업무를 맡은 당신들은 정말 복지 현장에서 '중요한' 전문 사회복지사일 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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