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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 현장에서 이용자의 욕구가 정말 그렇게나 중요할까?

by 철봉조사러너

일단 굉장히 도발적인 제목임을 알고 있다.

복지의 핵심이자, 기본 근간(根幹)에 대한 도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질문해보고 싶다.


정말, 복지 '현장'에서 이용자의 욕구가 그렇게나 중요하다고 생각하는가?

물론 이용자의 욕구를 등한시하자는 것이 아니다. 욕구 자체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더욱 아니다. 하지만 복지 현장 실천가로서 확실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 하나 있다.

"이용자의 욕구만이 최우선이라고 볼 수 없다고"

"이용자의 욕구 외에 다른 중요한 지점도 매우 많다는 것을" 주장하고자 한다.

너무 이야기가 커질 수 있기 때문에 '지역복지 욕구조사'에 대한 것을 중심으로 이야기하고자 한다.


사회복지 현장에서 욕구조사를 제일 잘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복지 실천 이론에 따르면 '이용자의 욕구'를 중시해야 한다고 가르친다. 이는 영리 기업 경영, 마케팅, 비영리 영역의 공공, 보건 등 어느 분야라도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대상의 지칭을 이용자, 손님, 클라이언트(Client), 당사자 등으로 다양하지만, 모두 지향점은 같을 것이다. '고객 만족'을 위한 욕구의 파악은 일의 성패에 있어서 핵심이다.


사회복지 영역은 좀 특수한 면이 있다. 일반적으로 영리 영역은 수익의 창출이 우선이기 때문에 성과에 대한 달성이 명확하다. 수익을 내느냐, 내지 못하느냐의 단순한 논리가 적용된다. 하지만, 비영리인 복지는 수익에 대한 개념이 없다. 말 그대로 비영리이기 때문이다. 성과라는 개념 자체가 모호하고, 그렇기 때문에 이를 평가하는 이해관계자들이 매우 많고 복잡하게 얽혀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다소 복지 현장이 가진 고정된 개념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중에 복지 기관들이 이용자(혹은 지역주민)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노력으로 시도하는 '지역복지 욕구조사'는 적절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 이용자가 아무리 만족한다고 해도 위탁이라는 특수한 구조로 엮여 있는 법인과 지자체와의 욕구와는 맞지 않을 수 있다. 또한 앞에서 내가 계속 혼용해서 쓰고 있지만, 복지기관을 이용하는 '이용자'의 욕구가 일반 '지역주민'의 욕구가 상이할 수 있기 때문에 대표성 있는 표본을 찾기도 어렵다.


복지기관에서 수행하는 조사 연구의 방식은 대부분 '양적, 설문지 조사'로 이루어져 있다.

사회복지는 사회과학의 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체계적 이론에 근거한 논리가 중요하다. 역사적으로 오래되고, 공신력을 가질 수 있는 양적 조사방법론인 서베이 연구(Survey Research)에 기반한 조사연구가 중요한 영역으로 적용되고 있다. 현대에 들어 부각되고 있는 '질적연구방법론'도 중요한 축이긴 하나, 시간이 너무 많이 투여됨에 따라 현장에서의 활용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나마 이와 유사한 종류인 FGI(Focus Group Interview) 방식은 많이 적용되지만, 질적연구의 수준이라고 보기에 미치지 못하는 감이 있다.


어떠한 연구 방식을 사용한다고 해도 문제는 어떤 '공신력 있는 대상'을 조사할 것이냐는 점이다. 그나마 지도점검이나 평가 등에서 무난하게 지적을 받지 않을 수 있고, 많은 사람에게 물어보는 '양적 설문 조사' 방식을 욕구조사로 많이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연구라는 분야 자체가 일반적인 기준으로 봤을 때 워낙(?), 재미가 없는지라... 그냥 했다 수준의 형식적인 측면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연구 기관에 용역을 주는 경우도 있지만, 한정된 적은 예산을 사용하는 복지 현장이 넉넉한 용역비를 줄리 만무하다. 결국, 서비스가 굉장히 허접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개인적으로 연구기관에 욕구조사 의뢰한 복지 기관 중 만족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이용자의 욕구가 '제일' 중요한 것이 아닐 수 있다.


이용자의 의견만을 믿고 '복지 욕구조사'를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개인적으로 나는 이용자보다는 복지 서비스를 실제 제공하는 주체인 '복지 기관'을 욕구조사 하는 것이 제일 먼저 수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복지 기관 내에서 어떤 '조사'를 할 것인지에 대한 목적의 합의가 제일 중요하다. 욕구 파악의 대상은 내가 근무하는 '기관'부터 해야 한다. 그리고 그 다음은 '지역'이다. 12년 동안 복지관 욕구조사를 한 나는 확신한다.


나는 욕구조사를 뒤집으려고 한다. 이용자에 대한 조사가 아닌 기관에 대한 조사, 지역에 대한 조사를 토대로 이용자의 욕구를 확인하는 방식으로서, Bottom-up이 아닌 Top down의 차원이 조사이다. 일반적이지 않기 때문에 민주적이지 않냐고 오해 받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아니다. 가장 효과적인 욕구(Top)를 잡고 조사를 한 방식이다.


그래서 결론적으로 복지 욕구조사를 어떻게 해야 하냐고?


2년째 하니 더욱 확실해졌다.


'트렌드'하게 하면 된다.


철산복지관 홈페이지 공지사항에서 자유롭게 다운로드하실 수 있습니다.

https://www.happyc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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