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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4분대로 달리며 복지 욕구조사를 생각한다

by 철봉조사러너
오랜만에 5km를 4분대로 달렸다.


하루를 마무리하기 직전인 늦은 밤이었다. 새삼스러울 수 있지만 나는 이 빠른 달리기가 매우 어색하게 느껴진다. 너무 오랜만에 느껴본 바람결과 치열한 심장의 감각이 아직까지 기억에 남아 있다. 내가 다시 이런 속도로 달릴 수 있다는 사실에 그날 밤 쉽사리 잠을 이루지 못했다.

원인 파악도 안 되는 다리의 통증을 안고 결국 1년 가까이 달리기를 쉬었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조깅 수준 이상으로 달리지 못하고 있다. 그런 내가 비록 일시적이었을지 모르지만 다시 오랜만에 예전처럼 빠르게 달리게 되니 너무 기분이 고무되었던 듯하다. 그러면서 이르게 된 감정은 역시 나는 여전히 '러너'라는 사실이다. 심장이 터지게 달리는 건 너무나도 나를 행복하게 한다.


역시 저는, 조금 빨리 달려야 기분이 좋거든요!


달리기만큼 내가 좋아하고 잘하는 일이 있다. 바로 '조사연구'이다. 나의 사회복지 전공과 업에 맞물린 '지역복지 욕구조사'가 그것이다. 어떻게 보면 내가 사회복지 분야로 직업을 선택하고, 아직까지 이 일을 하고 있는 동기라는 생각도 든다. 이건 정말 나에게 있어서 아직까지도 가슴 떨리게 신나는 일이다.

간혹은 이처럼 드물게 조사영역을 좋아하는 '나 같이 정신이 이상한' 사람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연구직을 제외하고서는 일선 실천 현장에서 일하는 사회복지사들의 대부분은 '조사연구'를 굉장히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 평가를 위한 간단한 만족도 조사나 보고서 제출 증빙을 위한 수준의 보조적 차원을 조사며, 연구라고 한다. 많은 사회복지사가 실천 경험에 대해서는 신나게 이야기하면서도 조사연구에 대해서는 입을 다문다. 뭐 언급하는 거 조차 힘들어하는 느낌이다.


사회복지 영역은 '사회복지조사론'이라는 정식 전공과목이 있다. 사회과학에서 기반하여 파생된 사회복지라는 실천 학문은 사회에 대한 연구, 조사가 중요한 전문성의 영역이다. 실제로 외국의 사회복지사들은 실천 현장에서 정식적인 연구와 심지어 논문도 제출하지만 이런 형태는 우리나라의 대부분의 실천 현장은 이런 모습과는 다소간의 차이가 있다. 행정적인 수행의 연구가 사회복지의 업무라고 인식됨이 만연한 듯하다.



오늘날 우리의 조사는 벌레가 되었다.


프란츠 카프카의 유명한 소설인 <벌레>는 인간의 가치와 주체적인 삶, 심지어 역할에 있어서 쓸모에 대한 여러 가지 메시지를 주는 소설이다. 어느 날 잠에서 일어났더니 갑자기 벌레가 된 주인공 '그레고르 잠자'는 촉망받고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훌륭한 청년이었다. 그레고르에게 친절하고 의존적이기까지 했던 가족들은 점차 그를 멸시하고 죽음에까지 이르게 한다. 심지어 결론은 그 자신들은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 대한 희망찬 다짐을 하는 것으로 이야기가 마무리된다.


사회과학을 기반으로 한 사회복지 학문의 전문성을 대변하는 분야는 사회복지조사론이었다. 그러나 오늘날은 이 '조사'는 그레고르 잠자 처럼 갑자기 벌레가 되었다. 그리고 현장의 사회복지사들에게 멸시를 받는다. 복지의 실천에 있어서 더 이상 조사론이 없어도 우리는 충분히 전문가라고 주장하고 있는 듯하다. 과연 그 방향이 맞는가? 아니, 옳은가?



사회복지는 이용자의 욕구에 기반한 실천 학문이다. 클라이언트, 주민, 최근에는 당사자라고 표현되는 서비스 대상의 의견과 경향을 확인하고 이를 전문적으로 분석하는 건 필수적인 역량이다. 이는 매슬로우(Maslow)의 욕구이론으로 설명될 수 있다.


사람은 낮은 욕구의 단계가 충족되어야 그다음 단계로 발전할 수 있다. 매슬로우는 1단계 생리적 욕구, 2단계는 안전, 3단계 소속감 및 애정, 4단계의 자기 존중과 사회적 인정, 5단계 자아실현의 욕구까지 충족되는 단계에 따라 더 나은 욕구로 나아갈 수 있다고 설명한다. 다음 단계로 나타나는 계층화된 방식으로 표출되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더 많은 욕구를 확인하고 충족시켜야 할 책무가 있다. 그래야 더 높은 단계의 복지 욕구로 발전할 수 있다. 그 대표적인 실천의 방식이 '욕구조사'라고 주장하고자 한다.


그래서 나도 당분간 내가 좋아하는 이야기를 쓰며 욕구를 충족시켜 보려고 한다. 점점 무더워지는 날씨에 달리기 힘든 요즘인지라, 가만히 책상에 앉아 조사연구에 대해 구상하고 실천한 내용들을 써 보려고 한다. 그건 날씨와 내 건강 핑계를 대지 않고 할 수 있는 일이다.


복지 현장에서 욕구조사는 왜 필요할까?

복지 현장에서 욕구조사를 어떻게 해야 할까?

복지 현장에서 욕구조사를 잘하면 뭐가 좋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생각해 본다.

그건 '정신이 이상한' 나에게 있어서 너무나도 기분이 좋고 신나는 경험이다.


그리고 혹시라도, 이런 나의 욕구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라본다.



** 이 연재는 실제 강의하고 있는 내용을 토대로 정리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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