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정장을 입는 나의 이상한 습관에 대하여(스타일 편)
아조씨 무시하지 마!
재미있다. 아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피지컬 100(넷플릭스)' '유 퀴즈 온 더 블럭(tvN)'에서 추성훈 형님의 명대사이다(나만 명대사일 수도..). 어투도 재미있지만, 나에게 특히 메시지가 강하게 남았다.
사실 아저씨가 된다는 것은 서글픈 일이다. 아줌마보다는 부정적인 어감은 덜하지만... 아저씨도 그에 못지않게 "나이 들어감", "별 볼 일 없음". "그냥 그럼" 등과 같은 부정적인 어감이 내포되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 옛날 원빈의 아저씨가 있다지만 감히 거기에 비빌 사람은 없다고 생각한다...
나는 아저씨다. 심지어 그냥 아저씨. 논란 없는 그 완전함. 아저씨가 된 지금. "나는 무엇일까?" "남은 인생의 후반전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꽤 많이 생각하게 된다. 혹여나 나에게 잘생김 혹은 멋짐이라는 게 남아 있을까에 대한 허망한 생각까지도 든다. 다행인 것은 아주 가끔씩이나마 어떠한 의미로든 젊을 때보다 지금이 낫다고(내적이나, 외적이나) 간혹 이야기해 주는 주변이 있을 때 힘을 얻는다.
영화나 드라마 등에서 정장은 주인공에게 상당히 중요한 이미지 전환의 도구로 쓰인다. 결심을 하거나, 여정을 떠나거나, 복수를 하거나, 주인공은 정장을 입고 각성을 한다. 사실 나는 매일 아침에 이러한 잔상을 품고서 각성을 하고 있었던 것 같다. 월요병이 들려다가도, 시작하는 하루가 두렵고 미치겠더라도 정장을 입은 나의 모습을 보면 자신감이 생기게 된다.
이 시대 최고의 명작 자기 개발서 데일 카네기의 <인간관계론>에 보면 타인에 대한 존중에 기반한 인내와 친절, 응대에 대한 내용들이 나온다. "꿀을 얻으려면 벌통을 걷어차지 마라" "개에게도 좋게 말해주자" 같은 표현은 인간관계론에서 와닿는 문장이었다. 하지만 반면에 그렇게 좋게만 상대를 대해주면 나를 무시하지 않을까? 너무 이상적이지 않나? 에 대한 의문이 생기는 것 같다. 그래서 상대가 나를 소위 말하는 우습게 보지 못하는 시각화된 이미지로 정장은 중요한 갑옷과 같다.
도널드 밀러의 <무기가 되는 스토리> 책에서는 이야기한다. "스토리가 없는 곳에는 몰입은 없다." "헷갈리면 이미 진 것이다." 같이 명확하되 구체적이고 선명하게 상대에게 메시지를 정하라고 한다. 물론 말이나 글 스토리는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불특정 다수의 상대를 맞닥뜨렸을 때 나에게 이런 무기를 꺼낼 시간이 주어질까? 그래서 그냥 입어서 보여주고 있다. 나의 심플하면서 모던함, 약간의 고지식함과 권위자스러운 이미지를 말이다. 그런 데다가 심지어 반전의 매력(?)으로 인간적이기까지 하다. 나의 정장을 이런 명확하면서 매력적인 브랜딩이면서 스토리의 무기와 같다.
요새의 정장은 좀 안타깝다. 영업사원, 정치인, 트로트가수... 이들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정말 특정인만 입고, 심지어 어떨 땐 상갓집을 대표하는 우울한 복장의 이미지까지... 정말 정장의 수난시대다. 거기에 더해 개인적으로는 아저씨 같은 스타일로 마지못해(?) 정장을 입는 사람들을 보면 너무 마음이 아프다. 저럴 거면 안 입는 게 나을 거 같다는 생각까지 든다. 뭐 나도 완벽하지 않진 않다. 그러나 나의 소중함이 남들에게는 소홀함으로 표현되었을 때 드는 개인적인 안타까움이다.
최소한
자신의 체형에 좀 핏해서 입어주시고
바지길이는 너무 길지 않게 해 주시고
셔츠는 좀 반듯하게 해 주시고
혹시나 하게 된다면 넥타이 길이도 좀 적절하게 빼주시면 된다. 뭐 없다.
정장은 참 쉽다. 입다 보면 더 편해진다. 논란이 없으니까.
그러니 그냥 깔끔하게 기본만 입어주시면 된다고 생각한다...
영화 007 시리즈의 다니엘 크레이그, 킹스맨의 콜린 퍼스 모두 중년의 남성이 정장을 입었을 때 젊은 애들보다 더욱 강렬한 멋짐을 비추게 한다. 킹스맨에서 애거시보다 해리가 더욱 중심인 이유는 정장이 주는 느낌과 아우라는 아저씨에게 더욱 강한 무기이기 때문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그래서 주장해보고 싶다.
아저씨 무시하지 마!
정장은 아저씨가 더 낫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