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정장을 입는 나의 이상한 습관에 대하여(브랜드 편)
이게 뭔 신박한 단어인가? 처음에 듣고 되게 생소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저 신기한 단어들은 주요 남성 정장 브랜드 합쳐 놓은 말이다. 검색해 보니 '나무위키'에 재미있는 자료가 나온다.
솔타시: 백화점 컨템퍼러리 남성 패션 브랜드인 솔리드 옴므, 타임 옴므, 시스템 옴므를 줄인 말이다. 셋 다 국내 최고 수준 남성의류 브랜드이며, 품질이 매우 좋다. 몇몇 해외 유명 하이엔드 브랜드(명품)를 제외하면 품질면에선 견줄 브랜드가 거의 없다고 평가받는다. 물론 그만큼 가격도 매우 비싸다.
지지엠티커: 패션 커뮤니티에서 국내 남성복 컨템퍼러리 브랜드 다섯 개를 묶어서 부르는 줄임말 용어다. 윗급 브랜드 묶음으로 솔타시가 있다. [지오지아 (ZioZia), 지이크 (SIEG), 엠비오 (MVIO), 티아이포맨 (T.I.For man), 커스텀멜로우 (Customellow)]
어이가 없게도 진짜 나무위키에 진지하게 쓰여 있다. 이게 뭐라고.. 참 신박하게도 잘 설명이 되어있는 듯 하다. 인터넷에 더욱 상세한 설명이 있으니 궁금하시면 찾아보시기 바란다(정장에 관심이 있다면 꽤 재미있다). 뭐 아무 생각 없이 산 나의 정장이 나름 급이 있었다.
세상 어디를 가나 계급사회가 아닌 것이 없다고는 하지만, 여기에도 해당되었다. 사실 특정 제품의 브랜드에는 대부분 다 급이 있다. 가방, 시계 같은 사치품은 그러한 것이 아주 명확하다. 뭐 나도 좋아했던 브랜드가 있는 정도였지 정장도 이렇게 급을 알고 나서는 참 신기하고 좀 허탈한 느낌도 들었던 것 같다.
그러나 상관은 없다. 내가 정장을 입는 이유는 명확하다. 첫째로는 단순한 삶과 루틴을 통한 일상의 관리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단순한 삶에 대한 대표적인 명작인 <월든>의 핸리 데이비드 소로의 말을 빗대어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간소화하고 또 간소화하자. 하루 세끼를 먹는 대신에 필요하다면 한 끼만 먹고, 100가지 음식 대신에 다섯 가지로 만족하자. 다른 것들도 같은 비율로 줄이자."는 나의 사례와 결은 다를 수 있지만 간소화를 실현시켜 주는 것으로 나에게는 정장이 해당된다.
루틴에 대한 부분에 있어 인상 깊고 재미있게 읽었던 책으로는 도서 <성공한 사람들의 세 가지 투틴>에 그 내용이 상세히 나와있다. 성공한 모든 이들이 거둔 최상의 결과에는 언제나 '루틴'이 함께한다고 책에서는 이야기하고 있다. 이들은 최상의 결과를 만들어 내는 데 있어서 루틴을 통한 최고의 컨디션으로 자신의 능력치를 폭발적으로 터트린다고 하며 그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나에겐 정장이 그 최상의 결과를 만들어 내는 능력치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다.
둘째의 장점은 바로 정장은 '계급'이 드러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장마다 브랜드에 따른 조금의 특성은 어느정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 정장의 겉감에 브랜드가 쓰여 있는 경우는 거의 없다. 정장 자체만으로 봤을 때 이게 무슨 브랜드인지 맞출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내가 '법칙에 맞게' '어울리게' '잘만' 입는다면 '못 입은 명품 정장 브랜드' 보다 훨씬 강한 힘을 발휘한다.
나도 사회 초년생일 때 아무래도 정장도 그렇고 옷을 입는 데 있어서 미숙했다. 예전 같이 일했던 동료가 정장 스타일이 그게 뭐냐고 나에게 구박을 한 적이 있었다(무엇 때문이었는지는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는다). 그래서 솔직히 반박을 잘 못하고 풀이 죽어 있었는데, 듣고 있던 다른 직원(나이가 있으신 누나였다)이
"됐다고.. 뭘 지가 지적이냐..."
"선생님이(나) 훨씬 쟤보다 더 잘 어울리니까(정장) 신경 쓰지 말아요."
라고 격려해 주셨던 때가 생각난다.
돌아보면 참 감사했던 기억이다. "그렇다." 사실 정장은 입는 방법, 스타일 등 뭐 조금의 미스매치가 있다고 하더라고 내 체형이 근사하고 나 자신이 괜찮은 사람이면 브랜드 급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 자신감이 생긴 계기가 되었다.
세상에 급이 있다는 것을 나는 부정하지 않는다. 사실 세상의 모든 일이 그런 것 같다. 특히 학창 시절의 공부만 해도 이미 대학에서 급이 있지 않은가? 이후 사회에 나오면 어느 정도 인생이 정해진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현실이지만, 상관은 없다.
나는 요즘 그런 생각을 한다. 일단 배경이나 급 치우고 누가 되었든 1:1로, 인간 기조역량으로 맞짱 뜬다면 자신이 있다. 배경이나 급 보지 말고 스타일과 소양, 실력과 집중력을 기준으로 보자고! 덤벼보라고! 얘기해 주고 싶다. 헛된 자만심 일지언정 최소한 이러한 생각이 이후 인생에 있어 변화의 가능성을 조금이나 높여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에겐 정장은 그 힘을 주는 원천이다.
"다 급이 있는 거 알지?" "알지 그러니까"
급 떼고 한 번 붙어보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