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은 킹스맨 8 - 다 급이 있다는 거 알지?

아직도 정장을 입는 나의 이상한 습관에 대하여(브랜드 편)

by 철봉조사러너

솔타시, 지지엠티커


이게 뭔 신박한 단어인가? 처음에 듣고 되게 생소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저 신기한 단어들은 주요 남성 정장 브랜드 합쳐 놓은 말이다. 검색해 보니 '나무위키'에 재미있는 자료가 나온다.


솔타시: 백화점 컨템퍼러리 남성 패션 브랜드인 솔리드 옴므, 타임 옴므, 시스템 옴므를 줄인 말이다. 셋 다 국내 최고 수준 남성의류 브랜드이며, 품질이 매우 좋다. 몇몇 해외 유명 하이엔드 브랜드(명품)를 제외하면 품질면에선 견줄 브랜드가 거의 없다고 평가받는다. 물론 그만큼 가격도 매우 비싸다.


지지엠티커: 패션 커뮤니티에서 국내 남성복 컨템퍼러리 브랜드 다섯 개를 묶어서 부르는 줄임말 용어다. 윗급 브랜드 묶음으로 솔타시가 있다. [지오지아 (ZioZia), 지이크 (SIEG), 엠비오 (MVIO), 티아이포맨 (T.I.For man), 커스텀멜로우 (Customellow)]


어이가 없게도 진짜 나무위키에 진지하게 쓰여 있다. 이게 뭐라고.. 참 신박하게도 잘 설명이 되어있는 듯 하다. 인터넷에 더욱 상세한 설명이 있으니 궁금하시면 찾아보시기 바란다(정장에 관심이 있다면 꽤 재미있다). 뭐 아무 생각 없이 산 나의 정장이 나름 급이 있었다.


세상 어디를 가나 계급사회가 아닌 것이 없다고는 하지만, 여기에도 해당되었다. 사실 특정 제품의 브랜드에는 대부분 다 급이 있다. 가방, 시계 같은 사치품은 그러한 것이 아주 명확하다. 뭐 나도 좋아했던 브랜드가 있는 정도였지 정장도 이렇게 급을 알고 나서는 참 신기하고 좀 허탈한 느낌도 들었던 것 같다.


그러나 상관은 없다. 내가 정장을 입는 이유는 명확하다. 첫째로는 단순한 삶과 루틴을 통한 일상의 관리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단순한 삶에 대한 대표적인 명작인 <월든>의 핸리 데이비드 소로의 말을 빗대어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간소화하고 또 간소화하자. 하루 세끼를 먹는 대신에 필요하다면 한 끼만 먹고, 100가지 음식 대신에 다섯 가지로 만족하자. 다른 것들도 같은 비율로 줄이자."는 나의 사례와 결은 다를 수 있지만 간소화를 실현시켜 주는 것으로 나에게는 정장이 해당된다.


루틴에 대한 부분에 있어 인상 깊고 재미있게 읽었던 책으로는 도서 <성공한 사람들의 세 가지 투틴>에 그 내용이 상세히 나와있다. 성공한 모든 이들이 거둔 최상의 결과에는 언제나 '루틴'이 함께한다고 책에서는 이야기하고 있다. 이들은 최상의 결과를 만들어 내는 데 있어서 루틴을 통한 최고의 컨디션으로 자신의 능력치를 폭발적으로 터트린다고 하며 그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나에겐 정장이 그 최상의 결과를 만들어 내는 능력치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다.


월든.jpg
루틴.jpg
(왼쪽) 고전의 명작 월든.. 개인적으로 정말 읽기 힘들었다.. (오른쪽) 루틴에 관한 인물별 사례로 이루어져 너무 재미있었다!


둘째의 장점은 바로 정장은 '계급'이 드러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장마다 브랜드에 따른 조금의 특성은 어느정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 정장의 겉감에 브랜드가 쓰여 있는 경우는 거의 없다. 정장 자체만으로 봤을 때 이게 무슨 브랜드인지 맞출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내가 '법칙에 맞게' '어울리게' '잘만' 입는다면 '못 입은 명품 정장 브랜드' 보다 훨씬 강한 힘을 발휘한다.


나도 사회 초년생일 때 아무래도 정장도 그렇고 옷을 입는 데 있어서 미숙했다. 예전 같이 일했던 동료가 정장 스타일이 그게 뭐냐고 나에게 구박을 한 적이 있었다(무엇 때문이었는지는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는다). 그래서 솔직히 반박을 잘 못하고 풀이 죽어 있었는데, 듣고 있던 다른 직원(나이가 있으신 누나였다)이

"됐다고.. 뭘 지가 지적이냐..."

"선생님이(나) 훨씬 쟤보다 더 잘 어울리니까(정장) 신경 쓰지 말아요."

라고 격려해 주셨던 때가 생각난다.


돌아보면 참 감사했던 기억이다. "그렇다." 사실 정장은 입는 방법, 스타일 등 뭐 조금의 미스매치가 있다고 하더라고 내 체형이 근사하고 나 자신이 괜찮은 사람이면 브랜드 급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 자신감이 생긴 계기가 되었다.


세상에 급이 있다는 것을 나는 부정하지 않는다. 사실 세상의 모든 일이 그런 것 같다. 특히 학창 시절의 공부만 해도 이미 대학에서 급이 있지 않은가? 이후 사회에 나오면 어느 정도 인생이 정해진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현실이지만, 상관은 없다.


나는 요즘 그런 생각을 한다. 일단 배경이나 급 치우고 누가 되었든 1:1로, 인간 기조역량으로 맞짱 뜬다면 자신이 있다. 배경이나 급 보지 말고 스타일과 소양, 실력과 집중력을 기준으로 보자고! 덤벼보라고! 얘기해 주고 싶다. 헛된 자만심 일지언정 최소한 이러한 생각이 이후 인생에 있어 변화의 가능성을 조금이나 높여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에겐 정장은 그 힘을 주는 원천이다.


KakaoTalk_20240127_185248978.jpg
KakaoTalk_20240127_185030490.jpg
KakaoTalk_20240127_185137614.jpg
(왼쪽) 정장 입고 철봉 해 봤나요? (가운데) 둘째의 돌스냅, 잘 자라렴. (오른쪽) 저래뵈도 미국


"다 급이 있는 거 알지?" "알지 그러니까"

급 떼고 한 번 붙어보자고!!
이전 07화이상은 킹스맨 7 (셔츠) - 노타이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