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원, 종복의 정체성 찾기가 이렇게 어려워서야...
'종복(종합사회복지관)'의 '종말'은 정체성 이야기에서 시작되었다.
종말(終末): 계속되어 온 일이나 현상의 마지막 (다음 사전)
종합사회복지관 혹은 지역사회복지관의 정체성 위기는 하루 이틀 겪는 일이 아니다. 사회복지관의 정체성과 역할 재정립에 대한 문제는 200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대두되었다. 다양한 복지서비스 기관들의 설립되고, 사회복지관을 비롯한 사회복지서비스의 국고 보조금 사업의 지방이양과 사회서비스 확대는 사회서비스 확대로 인해 사회복지관은 지소적인 역할의 축소와 이양이 되고 있다. 새삼 예전에는 다 사회복지관이 하던 일을 이제는 다른 전문화된 시설이 많이 생김에 따라 역할이 축소된 것이다. 그에 따라 사회복지관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복지관들과 협회들은 열심히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뭐 효과가 얼마나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요즘 복지현장에서 '동중심 지역밀착형'이 부각되고 있다. 정확히는 종합사회복지관들이 정체성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중점적으로 하고 있다. 뭐 나도 좋은 방향이라고 인정하고 있으나,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지역밀착형... 이건 종복의 종말이다. 참 취지나 의미는 좋은데, 중요한 건 이렇게 구조 변경을 하는 과정에서 대량으로 직원들이 집단퇴사를 한다... 물론 이것이 변화의 흐름 속에서 당연한 것일 수 있고, 지역밀착형만의 문제로만 볼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전에 모든 지역밀착형을 하는 기관들의 대부분이 구조를 변경하는 과정에서 혼란을 겪었다. 이에 대한 인과관계에 있어서 기회가 되면 연구를 해보고 싶지만, 할 것도 없이 이미 명확한 연관성이 있다. 90% 이상...
어쨌든 그럼에도 또 만들어낸 대안이 '동중심 지역밀착형'이라는 것이다.
주민중심의 지역밀착형 서비스의 필요로 동 중심의 복지가 시작되었다. 서울시 복지재단의 2022년 <지역밀착형 복지관 실천 안내도>에 따르면 서울에서 2015년부터 찾아가는 동주민센터 사업이 동단위 공공복지의 전달체계를 확충하여, 복지관 운영에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이후 2016년 읍면동 복지허브화를 거쳐 2020년 커뮤니티케어 사업을 추진하여 지역사회 내의 통합 돌봄을 강조해 오고 있다.
하지만 공공복지 전달체계를 개편하고 복지예산과 서비스 확충에도, 복지 사각지대는 지속되고 있는 현실이다. 이는 단순히 양의 확대는 한계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오히려 지역으로 세심히 다가가 주민을 만나고 함께 관계하며 살피는 관계중심 사업을 통해 주민과 협력하여 긴밀한 지역 돌봄 체계를 구축함을 알 수 있다.
이에 복지관은 변화하고 있다. 기존 사례관리, 서비스제공, 지역조직화 3대 기능은 유지하되 이를 주민에 맞춰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도록 지역 안으로 들어가는 거점형 복지관 형태와 통합의 실천이 대안으로 적용되고 있다. 2021년 서울을 시작으로 점차 그 범위가 확대되며, 경기도에서도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최근 사회복지관에 대해서 예비 사회복지사들과 구직자들의 이야기를 간접적으로 들을 수 있었다.
'그들은' 재미있지만, '나'는 심각한 이야기...
"종합사회복지관은 믿고 거른다"
"종복 가면 행사도 많고 일도 많아서 힘들다."
"다른 시설은 일이 10분의 1이다..."
"종복은 이것저것 다 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요즘 같은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시대에, MZ, 알파세대에게 동중심 지역밀착형이라는 복잡한 문제를 또 떠 안기다니... 당연히 이러면 퇴사를 하고 난리를 하지... 물론 현장의 관리자들은 요새 젊은이들, 사명감 없는 젊은 사회복지사들을 욕한다. 하지만 이런 모습은 젊은 그들만의 잘못만은 아니다. 믿음과 신뢰를 주는 못했던 사회도, 선임자들도 당연히 그 책임을 벗어날 수 없다. 그래서 나는 너무 욕하지 않기로 했다.
우리는 초뷰카 AI의 시대를 살고 있다. 뷰카(VUCA)는 1990년대 미국에서 처음 나온 말로써 상황이 제대로 파악되지 않아 즉각적이고 유동적인 대응 태세와 경각심이 요구되는 상황을 나타내는 군사용어였다. 유동성(Volatility), 불확실성(Uncertainty), 복잡성(Complexity), 모호성(Ambiguity)의 약자로 이와 같은 사회적, 경제적 환경을 가리키는 용어이다. 오늘날은 이런 오프라인에서 전쟁을 상징하는 뷰카 시대를 넘어 온라인이 결합된 초뷰카(hyper VUCA) 시대를 맞고 있다.
빅데이터로 인한 몰개성화 사회이면서, AI알고리즘은 초개인화되고 있다. 이처럼 서로 상충되는 지점만 봐도 미래는 조금도 예측할 수 없는 시대이다. 이는 누구나 이해하는 사회적인 흐름이다.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은 이미 없다. 미래의 유망한 직업, 없어질 직업이라는 판단도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사회복지사는 어떤 전문성을 가질 것인가? 사회복지사가 전문가(Specialist)가 될 것이냐, 다방면의 능력자(Generalist)가 될 것이냐에 대한 판단은 현대 사회에서 의미가 없는 논쟁이다. 유명한 SF소설가 로버트 하인라이는 예상하고 표현했다. “전문화는 곤충들이나 하는 일이다.”라고.
이렇기에 내가 주장하는 지역밀착형에 있어서 주요한 기조는 명확하다.
장기적으로 복지관 종사자들은 ‘통합실천(제공, 사례, 조직)’이 가능해야 한다.
‘동 중심 지역밀착형’ 사회복지 흐름 및 지역의 요구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서는 통합실천을 해야 한다. ‘기관 운영의 안정성’과 ‘기존 업무 장기 수행 직원의 순환’이라는 기관의 오랜 입장도 감안하여, 기승전 지역밀착형을 추진하고자 한다. 그러나 장기적인 호흡으로, 종사자와 기관을 보호하며, 단기적 성과가 아닌 목적 중심의 지역밀착형이라는 방향을 보고 가고자 한다. 이미 주민중심의 복지서비스 전달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자 책무이다. 이를 위해서는 하나만 하는 전문성으로는 어렵다.
종합사회복지관은 '정말' 어렵다. 다른 시설은 서비스 대상이라던지, 진행 사업이 명확한데 반해, 종합사회복지관은 지역성에 기반한 이용자의 욕구를 탐색하여 어떤 사업도 다 할 수 있다. 그 포용성이 장점이지만, 복잡한 현대사회의 피로감은 예비사회복지사들과 현장의 사회복지사들에게는 심한 부담이다. 사회복지관의 기피현상은 이미 가속화되고 있다. 여기에 맞물려 앞서 이야기했듯이, 현장의 선배 사회복지사들은 젊은 복지사들이 편한 것만 하려고 한다로 이미 인식이 굳어지고 있다. 서로 종말에 가까운 제로섬 논쟁을 하고 있다.
지역사회복지관은 주민이 주체가 되어야 한다. 노인복지관, 장애인복지관처럼 대상이 명확하지 않고 다양하기 때문이다. 제한된 대상이 아닌 모든 주민을 위한 사업을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종합사회복지관의 정체성을 위해서는 주체로 서게 함이 해답이라고 생각한다. 그 주체를 위해서는 주민과 이용자뿐만이 아니라 사회복지사, 복지관 전체가 주관을 바탕으로 상호이해와 도전정신을 지향해야 한다. 헌신을 이끌고 난관과 장애를 넘어야 리더가 될 수 있다. 그리함으로써 모두를 주체로 세울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심한 변화는 분명히 종말을 앞당길 수 있다. 하지만 종말을 늦추기 위한 고민이 함께 필요한 때이다. 혹시 아는가? 버티다 보면 반전의 계기가 있을 수 있을지 말이다. 그리 되기 위해서, 최대한 피해를 줄이면서 변화를 극복하기 위한 리더십이 필요한 시점이다. 세상 그 어느 것도 한 번에 쉽게 이루어지는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나원, 사회복지관의 정체성 찾기가 이렇게 어려워서야...
그래서 결론은 지역밀착형이 종복의 종말을 앞당겨 버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쩌랴.
주민이 주체로 설 수 있도록 지원하며,
우리부터 먼저 버텨내고 이겨내야 할 것이다!
<참고자료>
*사회복지관의 역할 정체성을 찾아서: 제도적 맥락에서 본 정체성 확립의 방향(양난주, 2015)
*지역밀착형 복지관 실천 안내도 - 지역으로, 출발합니다(서울시복지재단)
*다음백과 에듀윌 시사상식 20178년 6월호 '뷰카(VUC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