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처럼 걸려오는 전화를 받으며, 사회복지 조사연구를 생각하다
아 깜짝이야, 또 왔어!
끊었다. 그런데 좀비도 아니고, 계속 온다. 수신거부를 걸었다. 심지어 그러면 전화번호를 바꿔가지고 온다... 아주 대~단하다.
선거가 점차 다가오면서, 어김없이 여론조사 전화가 울린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런 조사에 관심이 있는 나 조차도 전화를 받으면 기분이 좋지 않다. 어떨 때는 바로 끊어버린다. 그런데도 집요하게 계속 오는 이 전화를 보며 치밀어 오르는 화는 어쩐단 말인가...
사실 알다시피 어떠한 의향 조사를 할 때 가장 보편적으로 많이 하는 것은 '전화조사' 방식이다. 표준화된 질문지를 이용하여 짧은 시간 동안 전화를 이용하여 자료를 수집하는 방식이다. 조사가 간단하고, 신속하며, 접근하기 어려운 대상에게도 조사가 가능하다. 면접자의 외모나 차림에 의한 설문의 영향이 적다는 것도 장점이다. 최근에는 당연히 사람이 직접 하지 않고, 자동응답 메시지가 대체하고 있다. 비용적인 부담이 적고, 대단위 조사에 적합한 간편한 조사 중에 하나이기 때문이다.
물론 내가 개인적으로 가장 관심이 많고 좋아하는 질문지법의 '설문지 방식'이 있지만, 이는 전화 방식에 비해서 응답자의 불편함과 추가적인 비용이 들어간다. (종이값, 펜 같은) 요즘은 웹 설문으로(구*, 네**) 확실히 비용이 절감되긴 했다. 개인적으로 간편하고 직관적인 구*을 선호한다. 어쨌든 전화조사가 지류 설문지에 비해서도 최선의 조사 방식임에도 대부분이 연락이 오자마자 바로 끊어버리기 일쑤이다. 왜 이렇게 안 좋은 인식을 갖게 되었을까?
일단 전화 조사는 외부적인 환경 요인이 통제되지 않는다. 설문에 응답할 사람은 전혀 답변의 준비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연락을 받게 되고, 이는 설문의 의욕을 불러일으키지 않는다. 대부분 바쁜 일을 하거나, 편안하게 집에서 휴식을 취할 때 방해를 하는 듯한 답변의 요구는 부정적인 감정이 들게 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성공적인 설문조사에 있어 가장 중요한 원칙은 보상성이다. 응답자에 대한 보상 즉 'fee(피)', '인센티브'에 대한 것인데 보상이 응답률 증가에 명확한 영향이 있다. 기본적으로 기프트콘, 기념품, 상품권 등 수고에 따른 소정의 상품을 주는 물질적인 측면의 형태가 중심이다.
이와 함께 나는 꼭 유형의 물품뿐만이 아닌, 정서적인 측면으로서 무형의 보상도 함께 설문의 응답률의 영향을 준다고 생각한다. 내가 이 설문에 응답하면서 얻는 보람과, 이후의 혜택 같은 측면 같은 것이다. 그러나 이 선거 여론조사는 위 둘 다의 보상을 주지 못한다.
물질적인 보상은 대단위 조사에 따른 비용문제로 지급되지 않는 것은 어느 정도 이해한다. 그렇다면 정서적인 보상은 있어야 하는데, 과연 내가 응답을 참여한다 해도 정치가 나의 삶을 나아지게 할 것인가? 생각하기 나름이겠지만 나는 잘 모르겠다. 심지어 설문조사의 결과를 신나게들 각 당들의 편의대로 해석하여 선거싸움을 한다는 것도 부정성을 높이는 한 요인이다. 이래저래 선거 여론조사는 유권자에게 매리트가 없다. 오히려 스트레스를 주는 요인일 뿐...
반면에 사회복지현장의 조사는 선거 조사에 비한다면 어느 정도 호의적인 편이다. 방법적인 측면에 있어서는 다소의 미흡함이 있다 하더라도 사회복지의 특성상 선한 일을 하는 측면에 대한 가점이 있다. 최소한 사회의 유익할 것이라는 긍정성과 함께 복지이용자는 자신이 직접 서비스를 받는 대상이기 때문에, 기념품을 받지 않거나, 덜 받는다 하더라도 응답을 성실히 해주는 편이다. 사회복지의 연구 조사는 그나마 먹고 들어가는 메리트가 있다. 사회복지현장에서 조사를 한다는 것이 나는 참 다행이다...
결론적으로 성공적인 조사의 핵심은 보상성의 원리라고 할 수 있다. 사회복지조사는 선거 여론조사보다는 물질적, 정서적 보상이 명확히 있어 보인다. 추후 응답률을 높이는 사회복지 설문에 대해서 내가 연구해 사례들을 좀 더 세부적인 글을 통해 이후 매거진에 써보고자 한다.
어쨌든 과연 우리의 여론조사는 보상을 받을 수 있을까? 결과는 모른다. 정치가 실망을 주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어쨌든 점점 복잡해지고, 혼란스러운 사회 상황에서 여론조사의 응답률은 점점 떨어질 것이다. 유권자와 국민으로서의 의무와 양심상 실제 투표까지는 하겠지만, 사전 조사까지 응해야 할 의무는 없으니까...
사실 누구나 계속 살아나는 듯한 좀비 같은 선거 여론조사 전화가 더 오지 않기를 바랄 수 있다. 다행히 사전투표 전에 더 이상 여론조사 결과는 유권자의 실제 투표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4월 4일 이후의 조사는 여론에 발표되지 않는다고 한다. 걸려오는 빈도가 어느 정도 줄 것이라 예상된다. 그래도 혹시나 온다면 최소한 당당하게 비판을 할 수 있게 한 번이라도 응답을 해 준다면 어떨까? 정치의 발전까지는 모르겠지만 통계와 조사의 발전에는 기여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나저나 아... 전화 또 왔어...
아직 투표 안 하신 분들은 4월 10일에 꼭 투표하세요!
<참고자료>
* 조사방법론 및 SPSS 통계분석(공동체), 이종환 저
* 사회조사방법론(센게이지러닝코리아), Earl Babbie 저
* 철산종합사회복지관 2021년도 지역사회욕구조사 설문지
* 철산종합사회복지관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