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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철봉조사 이상은 Apr 19. 2024

사회복지가 정녕 이론과 실천의 학문이 맞는가?

새삼스럽게도 학교에서 사회복지를 공부할 때가 생각이 났다

"사회복지는 이론과 실천의 학문입니다" 


 라고 교수님들께서 말씀하셨던 기억이 난다. 대학교 때니 벌써 한 20년은 된 이야기 같다. 지금도 이런 말을 학교에서 하는지는 잘 모르지만... 한다고 했던 것도 같은데, 체감적으로 와닿지는 않는다. 


 갑자기 옛 생각이 난 것은 4월부터 추진하는 사회복지 조사연구에 대한 지점 때문이었다. 작년에 약 반년동안 기획과 조사설계, 연구모형, 가설을 수립하였다. 실제 조사를 시작하는 데 있어서 추가적으로도 상당히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다. 그리고 이제 설문지를 배포한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이거 왜 하지?"

"현장 전문가로서 복지의 실천과 내가 근무하는 기관의 운영이나 잘 챙기면 될 것을..."


 갑자기 현타가 오면서 주저하게 되었다. 그래도 오랫동안 준비 해 온 것이니, 몇몇에게 설문 응답을 요청했는데 더 큰 현타가 왔다. 응답을 잘 안 해줘서 그런 것도 있지만 내 마음속으로도...

 "만약에 나라면 이것을 응답해 줄까?" 

 "바빠죽겠는데, 이렇게 긴 설문을 해줄까?"라는 생각이 드니, 미안함에 제안하기 주저하게 되었다.


 어느 분야나 그렇겠지만, 현장의 전문가는 매 순간이 빠듯하다. 지금 당면한 문제와 실제적인 업무를 추진함에 있어 작은 여유나 틈이 존재하지 않는다. 당연히 내가 실무자라면 혹은 관심이 없다면, 나의 연구 설문 요청은 바로 쓰레기 통에 들어갈 것이다. 즉 '무응답'


 우선 연구는 최근 사회적으로나 사회복지계에서도 부각되고 있는 ESG와 복지 기관운영에 대한 주제이다. 요즘 복지현장에서 ESG를 실천한다고 하지만, 실제적으로는 미미한 수준이다. 그에 대한 증거로서는 연구에 대한 양적인 자료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2024년 4월 RISS 검색 기준 ESG 관련 논문 외 자료가 무려 6,604건이 검색되었다. 이에 반해 'ESG+복지'로 검색 시 단 96으로, 전체 ESG의 1.4%로 매우 낮은 수치의 연구를 보였다. 물론 유사 관련 연구는 있을 것으로 보이나 포함한다고 해도 2% 이하를 장담한다. 연구가 이렇게 적다는 것은 두 가지이다. ESG에 관심이 없거나, 사회복지는 연구에 관심이 없거나...  


어쨌든 시대적 흐름인 ESG 관련 연구를 복지계에서도 계속 늘려감이 필요하다!





 최근 현장에서 체감하는 바는 점점 더 복지 현장에 나오는 예비 사회복지사들이 줄어들고 있다는 느낌이다. 신입직원이나 대학생들에게 들어봐도 공무원을 하거나, 공사, 공기업 쪽으로 많이 진로를 선택한다고 이야기한다(물론 가는 사람은 소수다). 이전에 비해 우수하고 열정 있는 인재라고 느낄만한 신입 예비 사회복지사는 매우 부족하다고 느껴진다. 이러한 사실은 학교에서도 공공연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이럴 거면 그냥 사회복지 공무원과 공기업 지원 학과를 새로 만드는 게 어떨까? 그게 더 현실적이고 적성들에 맞는 인재를 찾을 듯하다. 


 학교만을 탓하는 것이 아니다. 현장의 사회복지사들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바쁜 그리고 치열한 현장이라는 핑계는 이제 레퍼토리가 낡았다. 헌신을 앞세워 순수 이론과 연구를 등한시 한... 벌은 부실한 사회복지 인재라는 자승자박(自繩自縛)의 결과를 낳았다. 학교와 학생들이 관심 없는 현장의 길은 뻔하다. 물론 현장 전문가들이 공부를 안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여전히 많이들 하신다. 그러나 연구의 목적이 아닌, 네트워크 혹은 자신의 승진과 알량한 월급을 늘리기 위한 경우가 대부분일 것 같다. 물론 나도 자유롭지는 않다.


 학교와 현장은 서로 아주 담을 높이도 '잘' 쌓았다.  


 현장에 근무하면서 이런 고민을 해왔던 것이 지금의 나의 무모한 도전으로 이어지지 않았나 싶다. 이런 피곤한 일을 굳이 왜 하나 싶기도 하다. 혹여나 오해할까 봐 밝히지만 개인 학위 취득을 위한 것도 아니다. 그냥 하고 싶었을 뿐이다. 


 이 연구 또한 현장 전문가들이 순수한 연구에 대한 의지로써 자발적인 비용과 시간을 들여 추진하는 내돈내산 조사이다. (돈이 왜 이리 많이 드는지...) 낭만적으로 이야기하자면 그냥 사회복지가 잘 되었으면 하는 기부에 가깝니다. 왜 여기서도 기부천사가 돼야 하는지 모르겠다...


 어쨌든 복지 현장에도 묻고 싶다.  

"지금의 복지는 연구와 현장의 통합 실천으로 가고 있는가?"


 나에게 응답했을 때 나는 답을 못할 것 같다. 부끄러워서, 그래서 나는 설문을 제안하는 데 있어서 미안해하지 않기로 했다. 


아무쪼록, 복지연구와 현장의 발전을 위해 많은 참여와 응답을 부탁드릴 뿐이다. 


부디부디... 응답 좀...



[이미지 출처: Microsoft Bing Copilot] 연구하는 사회복지 현장 전문가를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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