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날 이용자에게만 묻는 욕구조사에 대한 시선을 뒤집어야 한다
Top-down?
다들 욕할 준비가 된 듯하다. 위에서부터 내리꽂는 이른 비 민주적인 방식에 대해서 바로 거부감이 들 듯하다. 하지만, '사회복지조사'에 있어서 가끔은 이런 탑 다운의 방식이 굉장히 효과적일 수 있다는 주장을 펼치고 싶은 바이다.
일반적으로 사회복지현장은 욕구조사에 있어서 획일화된 편견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바로 Bottom-up 방식의 주민에게 물어서 답을 찾으려 하는 방식이다. 물론 이러한 방식을 부정하는 순간 벌떼처럼 공격을 당할 것이다... 사실 조사를 소수의 인원만 밑바닥부터 하는 것은 통계적인 측면으로 봤을 때 굉장히 대표성을 가질 수 없는 방식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가능한 지점이 있다.
일반적인 예시를 들어보자.
(예시 1) 복지관의 어르신 문화강좌 관련 만족도 조사에 대한 예시이다.
(예시 2) 복지관 초등학교 아동들을 위한 개설 프로그램 욕구 설문이다
특별히 이상한 점이 보이는가? 위 두 가지 예시는 무리가 된다고 보이지 않는다. 복지사업 세부 프로그램을 조사할 시에는 당연히 Bottom-up을 적용해야 한다. 실제 이용하는 분들을 조사하는 것은 당연하다. 반영이 가능한 보기들을 문항에 넣고 물어보면 된다. 이는 현실적이고 충분히 복지관 주민들 혹은 프로그램을 이용하시는 분들의 욕구에 맞춘 조사가 가능하다.
하지만 조금만 큰 조사를 했을 때에는 이런 방식은 전혀 무용지물이다. 특히 복지관이나 복지센터 수준의 인력과 전문성으로는 불가능한 영역이다. 물론 각자의 전문성을 내가 임의로 속단할 수는 없지만, 분명 이런 '큰' 조사에 투여할 여력 자체가 없을 것이다.
'큰 조사'에 진행에 있어서
또다시 일반적인 예시를 들어보자.
(예시 3) 욕구조사 시 많이 물어보는 설문의 예시이다.
설마 크게 무리가 없다고 생각하는가? 일반적으로 많이 묻는 방식이라서? 나는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10번, 15번 같은 경우에는 설사 많이 답변을 고른다고 해도 전혀 이게 시 차원에서 적용될 확률이 없다... 즉 필요 없는 조사라는 거다. 12번은 뭐 반영이 가능하지는 모르나... 꽤 큰 편향이 들어간다. 다 자신에게 관련된 사항만 선택할 것이고, 그 상황은 내년에는 얼마든지 변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즉 조금만 큰 조사를 한다고 했을 때, 실현가능성이 없는 조사가 될 뿐이다. 뭐 일반적인 경향을 알아보기 위해서 조사를 할 수는 있다. 그렇지만 이렇게 복지현장의 실무자들이 힘들게 '영혼을 갈아서' 조사를 하고 난 이후에는 전혀 반영과 실행이 안 되는 무용지물이 조사는 너무 투여가 아까울 뿐이다. 물론 반영할 수는 있지만, 만약에 헛발질의 조사가 되었을 시 앞선 경우보다 더욱 큰 노동력 손실이 일어날 각오를 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망해버린 복지기관의 평판은 아마 더 돌이킬 수 없는 리스크일 것이다.
문제는 이런 불확실 성을 가지고 있음에도 애매모호한 문항을 엄청 모아서 조사를 한다. 설문하는 이, 답변하는 이, 분석하는 이들 모두 엄청난 고문이 아닐 수 없다. 이걸 만드는데도 많은 고민이 들어간다. 담당자의 노동력을 어쩔 것인가?...
이 문제에 있어서 깔끔한 정리가 가능하다. 나는 욕구조사지라고 수십 개의 혼란스러운 질문이 아닌 각 프로그램 별 조사 시 복지 욕구에 대한 조사를 단 1개로 정리하였다. 1개 믿기는가? 이 문항에 어떻게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을까?
(예시 4) 내가 근무하는 기관의 욕구조사를 위한 문항이다. 딱 이것 1개만 물어봤다.
이 문항을 어떻게 선정하고 만들 수 있었을까? 욕구조사를 왜 Top-down으로 해야 할까? 정확히는 이것은 욕구조사가 아니다. 지역의 트렌드 조사이다. 바로 지역의 트렌드를 기반으로 문항을 만들었던 것이다.
이는 복지뿐만이 아니라 기억의 경영 전략에 대한 파악으로도 활용될 수 있다. 작년에 챗GPT관련 도서를 보다가 <챗GPT와 기획분석보고> 책에서 유용한 내용을 확인하여 참조하였다.
"대기업의 경영전략은 보통 신년사로 나타납니다. 신년사를 보면 그 기업이 과거와 현재를 어떻게 리뷰하고 미래 전략을 짜는지 알 수 있습니다."
이처럼 오너의 말과 글은 절대로 그냥 내키는 대로 쓰지 않는다. 유능한 참모진이 이제껏 축적된 데이터를 기반하여 외부, 내부 환경, 새해전망, 비즈니스 제약, 팀 및 회사 전체의 경영전략을 집약한 문장이다. 우리가 허접하게 조사하는 범주와는 차원이 다른 구조화된 보물 데이터라는 것이다.
다시 사회복지로 돌아오자면 큰 단위의 지역의 욕구조사를 할 때에도 Top의 입과 말을 틀어잡고 시작해야 한다. 지자체 시장의 신년사, 시정에 대한 글은 지역의 매우 유용한 자료가 될 수 있다. 만약 직전의 글 하나가 불안하다면 최근 2년 새에 내용을 참고하면 벗어날 것이 없다. 결은 웬만하면 비슷하게 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러한 욕구 중 중복되는 문항을 필터링해서 트렌드를 모아 하나의 설문 문항으로 만들면 된다.
이게 더 번거롭지 않겠느냐고? 아니다. 일단 첫째로는 실질적이라는 점이다. 검증된 내용들을 반영함에 따라 전혀 관련이 없는 욕구가 나올 수는 없다. 둘째는 지역사회의 인식이다. 시정을 확실하게 반영한다는 인식과 함께 민관의 협력을 실제 반영함은 확실한 파트너십의 실천은 혹여나 조금 다르게 했다고 해도 긍정적인 이미지를 확실하게 부여해 줄 수 있다.
혹여나 만약에 최고 윗사람을 어떻게 믿을 수 있냐고? 신뢰성에 있어서 의심이 된다면,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다. 이미 나온 말과 글은 충분히 bottom-up 된 데이터와 조사 내용들을 기반으로 했을 것이다. 그게 되지 않는다면 그 사람은 Top이 될 자격이 없다. 우리 기대 이상으로 사회와 주민들은 그렇게 어리석지 않으며, 윗사람들은 유능하다.
그런데 다시 한번 보수적으로 Top-down이 사회복지에서 꺼림칙하다면 가끔씩 사용하면 된다. 개인적으로 매년 이렇게 조사하기보다는 2~3년 주기로 1번 해주면 좋을 듯하다. 기존의 방식과 병행하면 시너지 효과가 분명히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이런 생각으로 내가 만들었던 것이 '2024 철산종합사회복지관 트렌드 노트'이다. 효과는 확실했다.
갑자기 예전 어떤 광고가 생각난다. "병사들아! 응? 이 산이 아닌가 보다..."
어느 곳에 있던 이런 식이면 안되지 않겠는가?
목표를 안정적으로 확실히 찾아가고 싶다면,
Top의 말과 글을 쥐어 잡고 흔들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