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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철봉조사 이상은 May 27. 2024

내가 복지현장에서 조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

평균의 함정에 속을지라도, 야구는 사랑하지 않을 수 없어!

내가 복지현장에서 조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를 말하기 전에, 묻고 싶다.


혹시 야구 좋아하세요?


"선수가 아니라, 승리를 사는 거예요"

"수학과 과학으로 야구를 한다고?"

"야구는 사랑하지 않을 수 없어"

 - 영화 <머니볼>


"평균의 함정에 속지 마십시오"

"파벌싸움 하세요. 성적으로."

"어떤 사람은 3루에서 태어나놓고 자기가 3루타를 친 줄 압니다."

 - 드라마 <스토브리그>


 혹여나 통계와 야구의 흥미를 느끼고 싶다면 영화 머니볼(2011)과 드라마 스토브리그(2019)를 추천한다. 일단 브래드 피트와 남궁민이라는 남주가 멋있지만, 야구의 기록과 심리를 너무 재미있게 표현을 해 준다.


이미지 출처: 영화 머니볼(소니 픽처스 코리아), 드라마 스토브리그(길픽처스) 공식 포스터


 '수학 잘하나 보다. 통계 되게 좋아하네?'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나는 수포자이다. 그럼에도 개인적으로 수학이나 숫자는 별로 안 좋아하지만 통계는 좋아했다. 가장 큰 이유는 야구이다. 어렸을 때부터 좋아했고, 특히 야구 중계는 못 보더라도, 끝나고 스코어는 꼭 챙겨봤다. 숫자로 야구를 봤던 습관을 가지고 있었다.


 야구하면 떠올릴 수 있는 것들이 정말 많지만,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숫자다. 야구와 숫자는 떼 놓을 수 없는 관계다. 일단 이 스포츠는 턴제 방식으로 개개인들의 많은 수치들이 쌓이는 방식이다. 다른 종목과는 다르게 그 기록들을 추후에 확인해도 경기 상황을 보는 것처럼 잘 이해할 수 있다(도서_수학을 품은 야구공 참고). 야구를 정말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KBO, MLB - LOVE).


 다시 조사로 넘어와서, 어느 날 우리 과장이 보고를 해왔다. 

"올해 복지관 아이들 사회교육 프로그램으로 방송댄스를 개설할게요!"


 내가 "왜?"라고 물으니, 이미 부모님들 조사를 다 했고, 가장 많은 선택 빈도로 방송댄스가 나왔다고 한다.


 그런데 추후에 결국 인원을 다 모으지 못했다. 열어보지도 못하고 폐강되었다. 그래도 부서와 과장을 탓할 수는 없었다. 왜일까? 조사를 한 데이터와 수치에 기반한 실행을 했기 때문이다. 조사과정과 실제 모집 과정에 문제가 있지 않다면, 비록 실패했다고 해도 이는 중요한 것을 확보한 것이다.


첫째는 '명분'이다.


 사회복지현장의 조사의 이유는 기승전'명분'이다. 왜 해야 하는지 객관적이고 노력적인 데이터로 확보한 증거는 힘을 갖고 우리를 방어해 준다. 절차대로 욕구를 확인하고, 조사하고 결과를 확인하여 적용했다면 누구도 우리를 탓할 수 없다. 성공하면 제대로 필살기 창이 들어간 것이고, 실패하면 그럼에도 방패인 것이다.


둘째는 '가성비'이다.


 복지현장에서 욕구조사를 가장 잘할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을 소개하겠다. 먼저 기관에서 가장 높은 사람이 담당을 하고, 각 부서의 상위 관리자를 포함한 TF팀을 꾸려서, 전 직원 의견을 수렴하고, 계속 소통과 보완을 통해 전사적으로 전 직원이 수행한다. 내가 말한 절차를 다하면 거의 100% 가까이 성공한다. 그런데 현장에서 이것이 가능한 경우가 별로 없다. 거의...


 내가 생각하는 복지 조사의 지향점의 최우선은 가성비이다. 조사도 결론도 가성비 있게, 적은 투입으로 일정 이상의 성과를 뽑아내는 방식이다. 치열한 현장에서 정말 무결한 것을 쓸 수도 만들 수도 없다. 현실에서 그것은 불가능하다. 수없이 치고 들어오는 상황에서 어떤 것에 주력해서 훌륭한 성과를 만들 것을 판단해야 한다. 


 하면 다 좋다. 그런데 다 하는 것은 정말 최악이다. 예시로 학원 선생님이 학교 시험에 나올 것을 정확히 뽑아주는 선생님이 유능한 거지, 1쪽부터 끝쪽까지 책 전체가 다 중요하니 공부하라고 하는 것은 무능력한 것이 아닌가? 하물며 리더는 더 그렇다. 조사 연구를 통해 가성비 있게 우리의 성과를 포장하는 노력이 정말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



  또 고민할 측면으로서, 그저 그런 평균이 아니라 의미 있는 중앙을 찾아야 한다.



 산술평균은 어떤 집단의 특징을 잘 드러내는 최고의 숫자이지만, 일부 특이값이 발생 시 그 집단 전체의 특성을 왜곡하게 된다. 대표적으로 사회복지정책에 있어서는 대부분의 나라가 산술평균보다 중앙값을 사용한다. 상위 1%가 전체 소득에 미치는 빈부의 격차를 다들 알지 않는가?


 복지정책마다 다르지만, 중위소득(소득의 중위 값)의 4~50%에 미치지 못하는 대상인 저소득 가정의 지원 대상을 정할 때중앙값을 활용한다. 결국 국가정책에서는 주로 중앙값을 활용한다. 그리고 상품을 생산하는 경우에는 최빈값이 활용된다. 신발이나 옷을 만들 때는 가장 많이 팔리고 일반적인 사이즈를 많이 생산한다. 그래야 손실을 줄일 수 있으니까.  


 이처럼 산술평균이 아니라 의미 있는 수치인 산술평균 말고도 중앙값이나 최빈값 같은 다양한 통계를 고려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머니볼의 브래드 피트가 출루율을 보았고, 스토브리그의 남궁민이 평균의 함정에 속지 말라고 한 것처럼 말이다. 혹시 아는가? 복지 조사를 통해 그런 의미 있는 결론을 찾을지, 혹은 찾았다고 사람들을 믿게 할지. 그럼 성과의 스토리를 만드는 것이 아주 쉬워지니까.


 아, 끝으로 혹시 오해할 수도 있겠다. 내가 근무하는 기관의 직원들은 아주 죽어나겠다고 생각할 수도... 어쩌다 뭐 하나 조사 한다고 하면 내가 엄청난 피드백과 꼬투리를 잡는다고 생각할까 우려가 돼서 밝히려고 한다.


 나는 직원들이 뭐를 조사한다고 결재를 올리면, 진짜 틀린 것이 아니면 거의 피드백을 주지 않는다. 그냥 다 OK다(당연히 가르쳐 달라면 성심을 다해서 알려준다). 일단 사전 조사를 한다는 의도 자체가 중요하고 의미 있다 생각하며, 최대한 직원들이 의지를 갖고, 기분 안 상하게 조사할 수 있도록 밀어주고 싶은 마음도 있다. 물론, 뭘 해도 꼭 내 마음엔 들지도 않는다... 어쨌든 복지현장에서 조사는 꼭 해야 한다.


정말 '명분'과 '가성비'를 야구만큼 사랑하지 않을 수 없으니까

출처: SBS DRAMA 유튜브 '스토브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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