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연말로 다가갈수록 슬럼프를 겪었다....
이는 대부분 그다음 해의 년 초까지 이어졌다. 어느새 이런 식의 패턴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하지만 작년부터 독서와 다양한 공부를 시작했고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올해는 좋은 예감이 들었다. 어느 때보다 희망차게 시작했고, 이제는 다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 오히려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지독한 슬럼프를 겪고 있다.
연초부터 건강을 잃었다. 내가 가장 즐거워하며, 나를 표현해 주는 달리기를 더 이상 하지 못한다는 진단을 받았다. 그래도 참아내고 버티어 올해 강의와 글쓰기라는 새로운 나의 길을 만들었다. 그래서 괜찮다고 말해왔다. 하지만 실은 내색하지 못할 뿐이지, 견디기가 힘들다.
여기에 더해 몇 년 전부터 준비했던, 나의 꿈같았던 경제적인 투자도 끝장이 났다. 너무 현실을 모르고 큰 욕심을 부렸다. 그 시작부터 나를 힘들게 하더니, 결국은 마지막에 와서 산산조각이 나 버렸다. 우리 가족의 꿈이 되려는 순간이 이제 찾아왔는데... 마치 기만하듯이, 가장 중요한 순간에 나를 비웃으며 도망가 버렸다.
올해는 아예 슬럼프가 차원이 다르다. 이전의 소소한 투정 같았던 수준이 아닌, 나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들 중에 두 가지나 사라져 버렸다. 이럴 때 달리기라도 한다면 기분이 나아질 듯도 한데, 원인을 모르는 나의 무거운 다리는 다시금 나를 짓누를 뿐이다. 정신적으로도 이미 한계가 왔다.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
이처럼 기적은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라고 아인슈타인이 말했다. 필연성의 법칙으로 결국 일어날 일은 일어나게 되어있다. 아마, 내 나이에 다리가 이렇게 되는 경우는 아무리 달리기를 많이 하는 사람이라도 1%도 안 되는 확률일 것이다. 이처럼 인생은 통계가 아니다. 결국은 내 일이 되었고, 받아들여야 할 뿐이다...
"성공확률 50%인 사업을 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고, 성공 확률 90%인 사업은 이미 늦은 것이다"
일본 소프트뱅크의 창업자 손정의는 위와 같이 이야기하며, 성공확률 70%인 사업을 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하였다. 최소 30%의 실패 리스크를 예상한 빠르고 과감한 추진을 강조한다. 하지만 나의 50%에 훨씬 미치지 못했던 '어리석은' 무리한 베팅은 강한 현실 의식만 안겨주었다. 심각한 정신적 충격과 함께...
"이것이 인생이었는가? 그래 좋다! 이제 다시 한번!" (니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며칠을 앓아누웠다가 정신을 차렸다. 아니 차릴 수밖에 없었다. 다 잃었지만, 가족까지 잃을 수는 없다. 아내와 아이들을 보며 정신을 차릴 뿐이다. 그동안 참 인생을 너무 우습게 알았던 내 책임이다.
꼭 그렇게, 다 가져가야만, 속이 후련했, 냐!
그리고, 이제야 다시 책상 앞에 앉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