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력을 거슬러 발견한 여백 <틈; 채우기 위해 비워낸 여정들> Ep4
독자님은 틈 없는 세상 속에서 언제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시나요?
길 위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은 저마다 보고 싶은 것만을 보며 스쳐 지나갑니다. 누군가는 손 안의 작은 화면을, 누군가는 곁에 선 이를, 혹은 무거운 발걸음이 머무는 바닥만을 응시하죠. 일상에서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끊임없이 교차하는 화려한 색감과 쉴 새 없이 쏟아지는 장면들이 우리의 머릿속을 잠시도 쉬게 두지 않으니까요.
저 역시 다르지 않습니다. 다만 저에게는 한 가지 습관이 있습니다. 잠시 숨을 고르고 싶을 때, 습관처럼 머리 위 먼 하늘을 바라보는 일입니다.
제게 2024년은 유독 밀도가 높은 해였습니다. 결혼이라는 인생의 소중한 페이지를 넘겼고, 여러 차례 해외 일정을 소화하며 숨 가쁘게 달렸습니다. 그해의 끝자락, 간신히 틈을 내어 찾아간 겨울 제주에서 습관처럼 이 하늘을 만났습니다.
사실 그날의 시작은 평온하지 않았습니다. 본래 늦잠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았지만, 그날은 휴가지임에도 이른 아침부터 걸려 온 업무 전화에 눈을 떠야 했습니다. 마음 놓고 쉬어야 할 곳에서도 끊임없이 메일을 확인하며 일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했죠. 온전히 쉬지 못한다는 사실은 자꾸만 저를 불안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런 무거운 마음을 안고 고개를 들었을 때, 마치 닫혀 있던 하늘이 열리는 듯한 이 풍경을 마주했습니다. 차디찬 겨울 바닷바람이 불어왔지만, 구름 사이로 쏟아지는 햇살은 그 무엇보다 따스하게 저를 비추어 주었습니다. 그 찰나의 온기는 제 마음을 어루만지기에 충분했습니다.
마치 하늘이 제게 “너 없어도 세상은, 그리고 일터는 며칠쯤 잘 돌아가니 걱정 말라”라고 다정하게 속삭이는 것 같았습니다. 그제야 저를 지탱해 주는 든든한 동료들을 떠올리며 모든 걱정을 잠시 그들에게 맡길 수 있었습니다. 비로소 마음 한켠을 비워내고, 온전한 휴식 속으로 걸어 들어간 순간이었습니다.
사진집의 두 번째 장, [시선]은 이처럼 압박스러운 일상에서 마주하는 다양한 경계선, 즉 '틈'을 발견하는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발견하는 작은 틈들은 예상치 못한 해방감과 희망을 전달합니다. 그것은 눈에 보이는 물리적인 여백일 수도, 숨 가쁜 일과 중 찾아낸 시간의 틈일 수도 있으며, 혹은 비로소 자신을 똑바로 바라보게 만든 내면의 시선일 수도 있습니다. 제가 발견한 그날의 제주 하늘이 그러했듯, 여러분에게도 각자의 틈을 찾는 하루가 되길 바랍니다.
이 에피소드는 사진집 <틈; 채우기 위해 비워낸 여정들>의 두 번째 챕터 '시선'의 첫장에 배치된 사진의 비하인드 스토리입니다. 8년의 기록을 비워내고 100여개의 사진으로 채운 저의 첫 사진집에는, 브런치에 다 담지 못한 더 깊은 사진들이 담겨 있습니다. 화면 너머로는 다 전해지지 않는 종이의 질감과, 손끝으로 책장을 넘기며 마주하는 '틈'의 여정을 소장하고 싶은 분들은 아래 링크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사진집 <틈; 채우기 위해 비워낸 여정들> 구매 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