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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 하바나: 쿠바의 별책부록

by 탁톡tackta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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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ttle Havana, the city of Cuban vibes but no more Castro’s political vibrations


1926년에 출생한 호랑이띠 피델 카스트로가 쿠바의 공산혁명을 완수한 것이 만 33세였던 1959년이었다. 이어 곧바로 카스트로 정권을 피해 쿠바의 정치적 난민들이 마이애미에 정착하기 시작했다. 혁명 1년 뒤에는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피터팬 작전’으로 1만4000명의 아이가 마이애미로 공수되기도 했다. 그들은 리틀 하바나라는 이름으로 정착촌을 형성했다. 마이애미를 찾은 많은 관광객들이 쿠바 하바나의 바이브를 별책부록처럼 느낄 수 있는 이 곳에 흠뻑 젖는다. 하지만 이주 1세대가 혁명을 피해 이 곳까지 흘러들어 정착한 슬픔과 아픔이 새겨진 스토리엔 별 관심이 없다. 우리는 쿠바의 혁명을 아름다운 것으로 묘사한 수많은 이야기에만 노출돼 왔기 때문이다. 그것이 만들어낸 난민의 비극에는 초점이 맞춰지지 않는다. 남자가 봐도 섹시한 아르헨티나 의대생 체 게바라의 활약은 쿠바 혁명을 더욱 섹시한 것으로 만들어낸 신화였다. 이제 카스트로나 체게바라는 티셔츠나 머그컵에 박힌 얼굴로 존재한다. 자본주의 물신의 상징이 된 것이다. 공산주의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리틀 하바나에선 창문 너머로 시가를 말고 있는 여인네가 보인다. 부에노비스타 소셜 클럽에서 본 듯한 노인네가 밴드 연주에 맞춰 춤을 추며 관광객을 흥겹게 만든다. 관광객들의 손엔 몰디브의 모히또가 아니라 쿠바식 모히또가 들려 있다. 컵에 꽂혀 있는 사탕수수 줄기를 나무젓가락으로 혼동하지만 않으면 된다. 길거리엔 닭들이 활보하고 차 사이로 곡예하듯 길을 건넌다. 닭은 쿠바에서 상서로운 동물이기에 사람과 자동차는 닥치고 닭을 보호해야 한다. 하루 종일 이 거리는 쿠바의 흥에 들떠 있다. 마이애미 최고의 관광지인 리틀 하바나 역시 티셔츠의 체 게바라 처럼 물신의 상징이 된 것이다. 암튼 먹고 살아야 한다.


사람은 평등하게 태어났다. 그러나 삶은 결코 평등하지 않다. 마르크스는 삶의 평등을 주창한 사람이다. 마르크스주의자는 그의 유물론의 섹시한 이상주의를 사랑하는 사람들이다. 공산주의자들은 결코 이뤄질 수 없는 삶의 평등이란 이상을 지구에 심으려 억지를 부려온 사람들이다. 결국 그들이 이뤄낸 것은 다같이 못사는 가난의 평등이었다. 북한이 그나마 세련된 품질로 생산할 수 있는 제품은 핵무기 뿐이다. 인민의 절대 가난을 담보로 제조한 것이다. 북한의 공산품을 소개 판매하는 엑스포에 가 보면 술, 담배, 벌꿀, 우표, 자수 공예가 전부다. 정말 가슴이 미어진다. 북한에선 1994년 ~ 2000년경까지 이어졌던 고난의 행군 당시 대기근과 경제난으로 약 33만 명의 아사자를 포함 60만명이 죽었다. 원시시대도 아닌 20세기의 일이다.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을 설립한 마오쩌둥은 대약진 운동과 문화혁명을 거치며 인민을 지옥으로 몰아넣었다. 대약진 운동 기간 동안 4천5백만명이 기아로 목숨을 잃었다. 2차세계대전 당시 전체 희생자수와 맞먹는다. 1995년 남한 인구수 전체가 몰살당한 것이다. 문화혁명 당시엔 자식들이 부모를 고발해 처형하는 일이 다반사로 펼쳐졌고 문화재는 유실됐다. 우리는 히틀러의 유대인 인종청소만 부각하지 국민을 굶어 죽게 만든 마오쩌둥의 포악함엔 별로 관심이 없다. 이처럼 마르크스의 정치적 이상주의는 공산주의를 표방한 대부분의 나라에서 권력 유지 프로파갠더로 전락했다.


공산주의 독재자들은 또한 인민의 평등을 볼모로 권력을 누렸다. 북한은 전대미문의 3대째 세습을 하고 있고 시진핑이나 푸틴은 전제군주로 종신집권할 태세다. 우리나라 처럼 5년 단임 끝내고 운 좋으면 감옥행을 면하는 나라가 아니다. 쿠바 역시 52년간 독재 통치를 누린 피델 카스트로가 세계에서 가장 오래 동안 집권한 독재자라는 역사를 썼고, 이어 그의 동생 라울 카스트로가 정권을 물려 받아 10년을 더 집권한 후 2021년 90세에 물러났다. 민주적인 정치 권력 분산을 위해 물러난 것이 아니라 다 쓰고 난 물건이 헤지듯, 나이가 너무 들어 몸과 정신이 헤졌기 때문이다. 이로서 쿠바 국민들은 카스트로라는 이름의 통치자 아래 60년 넘게 이어져온 독재의 역사를 뒤안길로 보냈다.


리틀 하바나엔 특유의 바이브를 느끼려 수많은 관광객이 몰려 든다. 밥을 사먹고 술을 마시고 각종 기념품을 사들이는데 정신이 없다. 길거리에 퍼져 나오는 쿠바 음악에 관광객의 몸은 룸바나 차차차로 반응한다. 티셔츠의 프린팅된 얼굴로 존재히는 체 게바라, 카스트로는 작금의 공산주의 현주소를 말해준다. 공산주의는 평등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빈곤을 나눈다. 사람들은 체 게바라를 카스트로를 마오저뚱을 더 이상 숭배하지 않는다. 그저 소비한다. #탁톡 #킴사이다 #travelnote #리틀하바나 #쿠바의별책부록 #마이애미 #yesiwasthere #오늘의공산주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