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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피아노 맨, 빌리 조엘

고마워 빌리, 우리는 서로를 모르지만, 개같은 삶의 연대기를 같이 썼지!

by 탁톡tacktalk


석 달 전 시카고에서 오는 비행기 안에서 매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있었던 빌리조엘의 100번 째 공연 영상을 보았다. 한국에 도착해서 그가 정상뇌압 수두증을 앓게 돼 일체의 활동을 중단한다는 뉴스를 접했다. 필 콜린스도 이제 더 이상 드럼스틱을 잡을 수 없다고 한다.


개인차가 있긴 하지만, 음악은 대부분의 사람들의 청소년기를 휘몰아잡고 그들의 가장 친밀하고 은밀하며 영원한 친구가 돼 함께 늙어 간다. 좋아하는 노래나 가수를 꼽아 보라면 손쉽게 100곡, 100명 이상을 줄줄이 댈 것이다. (수많은 아이돌의 이름과 그들의 성장사를 쉼표 없이 외워대는 것은 내겐 홍해가 갈라지는 기적이다.) 그러나 좋아하는 예술작품이나 문학작품을 말해보라면, 글쎄 열 편 남짓 될까…? 그만큼 음악은 우리 마음 속에 deep dive 한다. 그러니 뮤지션들은 때론 가족보다 더 친근한 베프가 될 수 밖에 없다. 빌리 조엘처럼 나이가 들어 공연을 해도, 공연장이 꽉꽉 들어차는 것은 거기 모인 팬들이 그와 함께 성장하고 늙어왔기 때문이다. 연대기를 함께 쓴 동지를 응원하러 가는 것이다.


그의 대표곡 피아노맨은 사실 멜로디나 가사가 슬픈 노래는 아니지만, 이상하게 그 노래를 들을 때마다 눈가가 촉촉해진다. 그 것 또한 음악이 가진 이상한 힘이다. 음악은 감정을 최대한 요동치게 만드는 창작물이다. 파티에서 음악에 맞춰 격하게 춤을 추거나 공연장에서 떼창을 하며 눈물을 흘린다. 뮤지엄에서 벽에 걸린 미술작품을 보고 흥에 겨워 춤을 추진 않는다. 미친놈 소릴 들을 것이다. 고마워, 영원한 피아노 맨 빌리. 그동안 너의 노래를 들으며 행복했고, 따뜻했고, 흥분됐어. 인생에 그런 거 가져다 줄 수 있는 게 또 있으면 나와보라고 해. #탁톡 #킴사이다 #빌리조엘 #오늘의피아노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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