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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땅끝 마을, 키웨스트

by 탁톡tacktalk


Key west,

the south end of America main land and

the beginning of Hemingway’s 20C masterpiece.



영화 ‘파이트 클럽’에서 주인공 에드워트 노튼과 그의 분열된 자아인 브래트 피트는 파이트클럽을 결성하면서 누구와 처음 싸우고 싶은지 서로에게 묻는다. 노튼은 아버지라 대답하고, 브래드 피트는 헤밍웨이라 답한다. 특히 서양인들에게 아버지는 넘어서야 할 권위의 상징이기에 그러려니 할 수 있지만 헤밍웨이는 좀 의외라 생각될 수도 있다. 그러나 알고 보면 헤밍웨이야말로 마초의 전형이다. 시가와 술을 입에 달고 살았고 1,2차 세계 대전과 스페인 내전에 참전했으며 사냥과 낚시도 무척 즐겼다. 게다가 권투도 했기에, 생계에 쪼달릴 땐 스프링파트너로 돈을 벌기도 했다. 좋은 말로 용감했고 솔직히 말하면 무모했다. 그런 헤밍웨이와 함 붙어 보고 싶은 것은 당연한 일이다. (나도 손봐주고 싶은 넘 하나 있는 데 참는다)


마초 헤밍웨이는 9년간 키웨스트에 살면서 불후의 명작 ‘무기여 잘 있거라’와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를 탈고한다. 각각 1차 세계대전과 스페인 내전을 배경으로 한 것이다. 마음에 새겨진 전쟁의 상흔을 키웨스트에서 발효시켰던 것이다. 마초답게 그의 문체도 건조하다. 그 특징을 가리키는 ‘하드 보일드 문체’라는 말이 생겼을 정도다. 그러나 또 알고 보면 그의 문체는 신문기자 시절에 습득된 것이다. 간결 단문체다. 행간을 읽어야 하는 수고가 필요하지만, 동시에 그 일이 그의 글을 읽는 즐거움이다. 내가 처음 헤밍웨이를 접한 것은 그에게 퓰리처상과 노밸 문학상을 안겨준 ‘노인과 바다’를 읽었던 중학교 때였다. 그가 살아있을 때 발표된 마지막 작품이었다. 집에는 위대한 작가의 ‘전집’이 많았다. 헤밍웨이, 셰익스피어, 도스토예프스키…. 출판사에서 케이스에 책을 끼워 넣은 양장본 전질을 내던 시절이었다.


미국의 땅끝 마을, 1번 국도의 종착지 키웨스트에 도착했다. 온몸을 녹여버릴 듯한 더위는 밤늦게까지 대지를 뒤척이게 했다. 날이 밝았다. 한 발자국도 물러 서지 않은 더위를 헤집고 ‘헤밍웨이 하우스 앤 뮤지엄’을 방문했다. 집 안은 고양이의 천국이었다. 헤밍웨이가 키우던 30여 마리의 고양이가 새끼를 낳고 낳아 지금의 일가를 이루었다. 고양이들은 헤밍웨이의 집을 그들의 집으로 생각한다. 아무 곳에서나 널브러진 수십 마리의 고양이가 마치 헤밍웨이가 자신의 작품에 열광하는 독자를 대하듯 관광객의 손길을 아주 무관심하게 즐긴다. 헤밍웨이가 여러 마리의 고양이로 환생한 듯했다.


키웨스트는 이후에 헤밍웨이가 살았던 쿠바에서 겨우 90마일 떨어져 있다. 수영해서 건널 거리다(마이클 펠프스라면 가능하다). 스페인과 마이애미 키웨스트 쿠바, 그리고 말년에 아이다호에 살았던 헤밍웨이는 살던 지역에서 작품 하나씩을 순풍순풍 출산했다. 그때마다 함께 사는 여자도 바뀌었다. 개인적으론 그의 초기 장편 ‘해는 또다시 떠오른다(The sun also rises)’를 좋아한다. 전후 ‘잃어버린 세대(lost generation)’의 불안을 건조하게 조명했다.


헤밍웨이가 살았던 집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는 호텔에 묵었다. 저녁을 먹으며 땅끝마을을 물들이는 노을을 보았다. 아름다웠다. ‘이제 저 노을을 봤으니 죽어도 여한이 없겠다’란 생각이 들 정도로. 헤밍웨이도 그 노을을 보았을 것이다. 어쩌면 자신의 작품보다 아름답다 생각했을 것이다. 그는 더 많은 여자를 사랑하고 싶었을 것이고, 더 많은 술과 시가를 축내고 싶었을 것이다. 무엇보다 더 좋은 글을 쓰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힘겹게 써봤자 잡아 올린 거대한 물고기가 항구에 도착했을 때 뼈만 남은 시체가 돼 있는 데자뷔가 반복될 것임을 예견했을 때, 그는 자신 옆에 있던 엽총이 눈이 들어왔을 것이다. 아버지의 권총 자살에 이어 그 역시 자살의 계보를 썼고, 그 계보는 손녀 마고 헤밍웨이에게 까지 이어졌다. 그는 하고 싶은 것을 모두 해 본 남자다. 심지어 죽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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