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에 ..
(짧은 생각과 짧은 글)
지금 쓰고 있는 글들 옆으로 짧은 글을 남기고자 합니다.
- 달빛에…
햇빛에 바래면 역사가 되고, 달빛에 물들면 신화가 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정사에 기록되지 못한 이면의 이야기와 달빛에 물든 신화를 보통 야사라고 부릅니다. 사람들은 정사보다 야사에 더 끌립니다.
승자의 역사보다, 졌지만 잘 싸운 이들의 역사를 알고 싶고, 그 안에 숨겨진 비사를 듣고 싶어합니다. 그래서 삼국사기보다 삼국유사를 더 읽고, 역사서보다 소설인 삼국지 연의를 사람들은 더 좋아합니다. 사마천의 사기는 정사로 분류되지만 사기열전은 저자의 의견이 많이 들어간, 잘 쓴 문학작품이기도 합니다.
삼국지나 삼국유사에 나오는 많은 이야기들, 아라비안 나이트라고도 불리는 천일야화, 보카치오의 데카메론의 글들이 달빛에 그을린 이야기들입니다.
조선시대 신윤복의 풍속화는 달빛아래 이루어지는 사랑을 그렸는데, 보는이로 하여금 은밀하고 짜릿한 감정에 물들게합니다.
친한 사람의 이름에 ‘루’ 자를 쓰길래 한자인지 한글인지 영어인지 궁금해서 물어보니 ‘아로새길 루’ 라는 한자라고 합니다.
한자 뜻도 좋고 발음도 좋은데 그냥 새기는 게 아니라 아로새긴다는 무슨 뜻일까 궁금해집니다.
(붓펜으로 써보았네요)
햇빛이고 달빛이고 그 아래서 인간은 기록을 시작했습니다. 종이에 적는 건 사라지기 쉬우니 새기기 시작했습니다. 활자를 새긴다는 건 후대에 까지 남기고 싶고 영원하길 바라는 욕망의 표현입니다. 그리고 우리 마음에 새기는 것들도 있습니다.
아로새긴다는 말이 순한글로 ‘또렷이 새긴다’는 뜻입니다.
또렷이 새기려면 파내서 흔적을 남기니
아프게 됩니다. 아로가 그런 의미라네요.
그래서 우리가 아프면 ‘아리다’고 하죠.
예를들면 손목이 아리다, 가슴이 아리다 이렇게 말합니다. 가슴이 많이 아리면 몸이 직접 다친 것보다 더 아픕니다. 긍정적인 의미로 보면 잊지 않고 잘 기억되게 오래오래 가슴에 새겨 담아둔다는 겁니다.
아로새기는 것 하면 떠오르는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의 ‘대성당들의 시대’ 를 들어야겠습니다.
….
대성당들의 시대가 찾아왔어
이제 세상은 새로운 천년을 맞지
하늘 끝에 닿고 싶은 인간은
유리와 돌 위에 그들의 역사를 쓰지
돌 위엔 돌들이 쌓이고
하루 또 백 년이 흐르고
사랑으로 세운 탑들은
더 높아져만 가는데
신들도 노래했지
수많은 사랑의 노래를
인류에게 더 나은 날을
약속하는 노래를
대성당들의 시대가 찾아왔어
이제 세상은 새로운 천년을 맞지
하늘 끝에 닿고 싶은 인간은
유리와 돌 위에 그들의 역사를 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