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를 보면 바다를 닮고.

- 그리움의 느낌

by 하늬바람

(물음표 쉼표 느낌표)


바다를 보면 바다를 닮고.

- 그리움의 느낌


- 시 : 신현림


바다를 보면 바다를 닮고

나무를 보면 나무를 닮고

모두 자신이 바라보는 걸 닮아간다.


멀어져서 아득하고 아름다운 너는

흰 셔츠처럼 펄럭이지

바람에 펄럭이는 것들을 보면

가슴이 아파서

내 눈 속의 새들이 아우성친다.


너도 나를 그리워할까

분홍빛 부드러운 네 손이 다가와

돌려가는 추억의 영사기


이토록 함께 보낸 시간이 많았구나.

사라진 시간 사라진 사람


바다를 보면 바다를 닮고

해를 보면 해를 닮고

너를 보면 쓸쓸한 바다를 닮는다


— 제목: 바다를 보면 바다를 닮고.. . 끝 --


(사진. Pinterest)


시는 이렇게 아름답고 슬프고 그리고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모두 자신이 보는 걸 닮아간다"는 글귀가 전체를 요약한 문장이네요. 그리고 "이토록 함께 보낸 시간이 많았구나"라는 대목도 그렇습니다.


좋아하는 사람은 닮아갑니다. 성격이나 취향도 그렇고, 좋아하는 것도 닮아갑니다. 자기도 모르게 말이죠. 그 사람이 좋으면 그 사람이 좋아하는 것도 좋으니까요. 그리고 같이한 시간동안 여러 소회와 함께 그리움이 가득 차면 그게 바로 바다를 보는 이유입니다.


늘 함께 있는 것 같은데 어느새 밀려왔다 사라지고 다시 파도가 밀려오고 그러네요. 우리 삶이 바다인지 파도인지, 그냥 그걸 지켜보고 있는 사람인지, 그 안에 휘몰아치는 생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사진. Pinterest)


"너를 보면 쓸쓸한 바다를 닮는다"는 마지막 문구를 보면서 내 마음을 들킨듯한 묘한 기분이 듭니다.

바다를 보면 바다를 닮아가는데 너를 보면 왜 그냥 바다가 아니고 ‘쓸쓸한’ 바다를 닮아가는 것일까요. 그건 그리움이겠죠. 보고 싶다는 그리움.
‘너를 보면’ 이라는 말에는 ‘보고싶어 그리워하는’ 이라는 의미가 읽힙니다.


내 가슴에 차오르는 그리움은 쓸쓸한 바다의 물결처럼 해안가에 밀려왔다 밀려가고,
닿을수 없는 수평선 저너머까지 이어집니다.



채사장의 책에 나온 글을 담아놓았는데 이 시와 어울리는 내용이라 여기 옮겨봅니다.


“만남이란 놀라운 사건이다. 너와 나의 만남은 단순히 사람과 사람의 만남을 넘어선다. 그것은 차라리 세계와 세계의 충돌에 가깝다. 너를 안는다는 것은 나의 둥근 원 안으로 너의 원이 침투해 들어오는 것을 감내하는 것이며, 너의 세계의 파도가 내 세계의 해안을 잠식하는 것을 견뎌내야 하는 것이다.”


“헤어짐이 반드시 안타까운 것은 아니다. 그것은 실패도 낭비도 아니다. 시간이 흘러 마음의 파도가 가라앉았을 때, 내 세계의 해안을 따라 한번 걸어보라. 그곳에는 그의 세계가 남겨놓은 시간과 이야기와 성숙과 이해가 조개껍질이 되어 모래사장을 보석처럼 빛나게 하고 있을 테니.”


타인을 안다는건 영원히 불가능할지 모릅니다. 그런데 사랑하는 것도 헤어지는 것도 나를 성장시킨다하니 느낌표 하나 찍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