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오카 3

- 고독한 미식가

by 하늬바람

(물음표 쉼표 느낌표)


후쿠오카 3

- 고독한 미식가



이번 저의 후쿠오카 자전거 여행은 더 늦기 전에 해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작용했습니다. 그것도 혼자서만요.


‘혼자서 하는 후쿠오카 자전거 여행’


이 문장에서 가장 크게 다가오는 단어는 뭘까요?

제가 만든 문장이니 제 생각을 이야기하자면 첫 번째는 ‘혼자서’이고, 그다음은 ‘자전거’ 그리고 마지막이 목적지인 ‘후쿠오카’가 읽힐 거라 생각해 봅니다.


여행이란 게 그렇습니다. 장소가 제일 중요할 것 같지만 마음속에서는 누구와, 어떻게가 더 중요합니다.


그래서 이번 여행에서는 혼자서 가고, 순전히 자전거만 이용하고 필요할 경우는 최소한의 전철을 이용하는 것으로 계획했습니다.


후쿠오카 공항에서 숙소로 가는 첫 여정도 챠리챠리 자전거를 이용했습니다. 챠리챠리는 서울의 따릉이와 같은 일본의 공용 자전거입니다. 이 자전거는 후쿠오카 공항에서 하카타 시까지 왕복할 때 두 번 이용했습니다. 전철이나 버스보다 경치구경에 훨씬 좋습니다. 가격도 저렴하구요.

공용 자전거 에피소드가 좀 있는데 그건 첫날 20분이면 도착할 거리를 1시간 동안 돌아다녔습니다. 길을 못 찾아서가 아니라 챠리챠리 주차장을 못 찾아서입니다. 우리나라 따릉이는 전철역 주변에 바로 주차하게 되어있는데 일본은 거리미화 때문인지 주차장을 골목뒤나 건물 안에 꽁꽁 숨겨놓았습니다.


그런데 낯선 환경과의 만남이 주는 게 불편함보다는 특이함이나 새롭다 생각하니 오히려 즐겁기도 합니다. 그게 여행의 묘미입니다.


여행오기 전에 한비야 님의 최근책을 읽었습니다.

“그때도 좋았지만 지금도 좋아” 5년 만에 나온 뜨끈한 신간입니다. 책 내용 중 한 챕터가 이겁니다.


“힘든 여행은 있어도 나쁜 여행은 없다. “

모든 여행은 좋다는 건데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후회되거나 나쁜 기억의 여행은 없으니까요. 그래서 여행과 닮은 인생은 어떠할지 생각해 봅니다. 힘든 인생은 있어도 나쁜 인생은 없을까요?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옛 어른들이 남긴 말이 있죠.


"개똥밭에 굴러도 저승보다는 이승이 낫다"


이 옛 말은 아무리 힘들고 비루한 삶일지라도 죽는 것보다는 살아있는 것이 낫다는 뜻입니다. 유교가 지배이념이던 시절에는 기독교나 불교에서 설파하는 저승이나 지옥, 천당보다는 카르페 디엠(지금 현실을 즐겨라)에 대한 믿음이 더 강했을 거라 생각해 봅니다.

..

한비야 님은 이 책에서 세계를 돌아다닌 여행가이자 바람의 딸이 된 뒷 이야기들을 풀어놓았습니다. 힘든 여행 이야기와 구호전문가로 살아온 이야기들인데 그 결론은 좋았다는 희망적이고 긍정적인 그런 글들입니다. 그 글들이 저의 라이딩 여행에도 힘을 실어줍니다.



자전거로 다녀서 교통비용은 최소화돼서 음식에 쓰는 돈은 아끼지 않았습니다. 라이딩하다가 식사시간 때 만나는 식당에서 가장 맛있는 걸 골랐습니다.


그리고 고독한 미식가 느낌으로
맛을 제대로 느껴보았습니다.
여행은 눈과 입이 행복해야 된다는 게
제 지론입니다.


라이딩 중간 포인트인 이토시마에서 심야식당에 들렸는데 많이들 피곤한지 그릇에 얼굴을 묻고 있네요.


이곳은 윤동주 시인이 마지막 삶을 보낸 후쿠오카 형무소가 있던 곳이기도 합니다. 제가 머물고 있는 하카타 시 주변인데 지금은 그 형무소가 없어져서 기념비라도 찾아보려 했는데 일본땅인지라 그마저도 세워지지 못했네요.

나라를 잃은 시대에 북간도에서 태어나 여기까지 유학 왔고, 독립에 대한 열망을 가지고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괴로워했던 순수한 영혼이 마지막으로 머문 곳입니다. 안타깝게도 해방을 불과 몇 달 앞둔 1945년 2월이었습니다. 그의 평생친구인 송몽규도 여기에서 같이 운명했는데 그 이야기가 이준익 감독, 강하늘 주연의 흑백 영화로도 만들어졌습니다. 안보셨다면 한번 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이런저런 생각으로 후쿠오카의 시간이 저물어갑니다.


PS

여행에서는 물음표 쉼표 느낌표라는 문장부호가 일반 문장보다 더 돋보입니다. 이 부호들이 바로 여행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