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걷는 법을 배우는 곳
(내 맘대로 문학기행)
- 걷는 법을 배우는 곳
일본을 열도라고 하는 이유는 100개가 넘는 섬이 줄을 서듯이 열 지어 있기 때문인데, 크게는 본섬(혼슈), 홋카이도(북해도), 시코쿠, 큐슈 이렇게 네 개로 나눕니다.
본섬을 다시 나누면 우리나라에서 영남, 영동, 호남 나누듯이 일본에서는 동북. 관동. 관서 등등으로 나눕니다. 그중 관서지역이 일본 발음으로 간사이, 관동은 간토, 동북은 도호쿠 이렇게 발음합니다.
제가 왔던 후쿠오카는 큐슈의 가장 대표적인 지역입니다. 큐슈의 후쿠오카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가까운 지방으로도 유명합니다.
모든 것에 빛과 그림자가 있듯이 일본은 지진대에 위치해 대형지진이 끊이지 않고, 화산도 많아서 늘 불안합니다. 그런데 그 화산대로 인해 온천이 많아 관광자원이 잘 발달되었습니다. 특히 큐슈지역은 자연환경이 그대로 남아있다 보니 조용하고 좋은 온천이 많아 전 세계적으로도 많은 여행객이 옵니다.
큐슈여행올 때 추천드리고 싶은 책은 유홍준 님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일본 편 1권입니다.
이 책은 후쿠오카를 중심으로 한 큐슈 지역 내 우리 문화의 흔적과 한일 교류사를 답사하며, 일본 문화의 근원을 규명한 인문학적 답사기입니다. "빛은 한반도로부터"라는 주제 아래, 백제·신라의 영향과 임진왜란 당시 도자기 기술의 도래 등 우리 역사의 흔적을 다양하게 기록했습니다.
요즘 이란 전쟁에서 보듯이 지형이 전쟁과 역사, 문화에 얼마나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 있습니다. 호르무즈 해협으로 인한 이란의 지리적 유리함, 걸프만에 위치한 국가들, 동양과 서양사이에 위치한 튀르키예의 지정학적인 입장 등 많은 걸 보게 됩니다.
일본과 우리나라도 지정학적으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죠. 특히 후쿠오카는 가까워서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역사, 전쟁, 문화 등으로 얽혀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백제때는 동맹이나 우호관계로 맺어졌고, 임진왜란 때는 갈등관계였고, 요즘은 관광문화지로 서로 교류하며 각광을 받습니다. 앞으로 어찌 될지는 모르지만 지난 역사를 통해 현재를 한번 바라보는 것도 의미가 있겠네요.
저번에 소개한 한비야의 신간에 나온 글을 옮겨봅니다. 대충 이런 이야기입니다.
경주마를 네 살 때까지 하고 나서 성적이 떨어지기 시작하면 일반 승마용으로 교육을 하는데 그 과정이 결코 쉽지 않다고 합니다. 눈가리개를 쓰고 주변을 살피지 않은 채 빠르게 달리는 것만 배운 경주마는 걷기를 배우다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평균수명이 25~30 정도라는데 승마용이나 교육, 관광용으로 적응하지 못한 경주마들은 폐기 처분된다는 겁니다. 그 숫자가 절반이 넘는다는데 더 놀랐습니다.
책에 나온 한비야의 글을 옮겨봅니다.
“그동안 천천히 걷는 법을 제대로 배운 적이 없었다. ‘자기 속도로 살아라’, ‘느려도 괜찮아’ 등 그럴듯한 말은 무성하지만, 실제로 그렇게 사는 사람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천천히 살면 뒤처질 것 같은 불안감이, 내 속도로 살다가는 밀려날 것 같은 초조함이 늘 따라다녔다. 퇴역 경주마’의 삶을 이야기하며 이렇게 고백한다. 더 이상 경주마처럼 뛰지 않아도 된다. 충분히 잘 달려왔다면, 이제는 나를 위한 걸음을 배워야 할 때다.”
여행기를 에세이로 주로 쓰신 작가의 서두가 경주마의 이야기인 게 다가옵니다. 여행은 경주가 아니라 경주 트랙에서 벗어나 다른 것들과 나를 돌이켜보는 시간이니까요.
이번 저의 후쿠오카 여행도 긴 인생을 위한
걷는 연습의 과정이라 생각합니다.
자전거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일본은 자전거 도로가 우리나라에 비해 좋다고 절대 말할 수 없습니다. 좀 다른데 우리나라는 운동하는 사람들 위주로만 자전거를 즐기는 경향이 강하고, 일본은 일반 생활이기 때문입니다.
자전거 도로가 별도로 분리되어 있는 경우보다 일반도로 안에서 파란색 표시만 해놓고 같이 다니는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그런데도 차들이 자연스레 양보해 주고 자전거들도 일반복장에 우산도 쓰고 앞 바구니에 아이도 싣고 잘만 다닙니다. 물론 도시와 시골풍경은 교통량이나 자전거 이동량이 많이 다릅니다. 후쿠오카 바닷가 주변은 한적하게 자연을 만끽할 수 있고 가는 곳마다 맛집들이 있어 가볍게 여행할 수 있습니다. 자전거 여행코스도 관광안내가 잘 되어있습니다.
그래서 수준급이어야만 자전거 여행을 하는 게 아닙니다.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호텔에서 빌려주는 것이나 전문대여점에서 빌려 탈 수 있습니다. 공용자전거도 쉽게 이용할 수 있습니다.
후쿠오카 자전거 여행을 이렇게 정리해야겠네요. 번잡한 곳보다 자연을 보고 싶다면, 자전거나 마을버스로 여행하고 싶다면 가야 될 곳입니다.
여행을 온 그곳에서 걷는 법을,
자전거 타는 법을,
나를 돌이켜보는 법을 배울 수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