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의 향기

(40일째) 금주(禁酒) 일기

by 하늬바람


나의 금주(禁酒) 일기 - 40일째


- 비의 향기 -


( opening )


저번 편 나의 금주(禁酒) 일기 38일째는 ‘아날로그’였습니다

새로 꾸미는 도서관 책장에는 이전 책들의 오래된 향기와 새로 구입한 책들의 덜 마른 인쇄 향기 같은 게 섞여있어 그 느낌이 좋습니다. 손때가 묻어 누르스름해지고 부드러운 옛 책표지와 뻣뻣한 새책들은 과거와 현대, 고전과 신간, 아날로그와 디지털 등이 책장에 함께 담겨있음을 알려줍니다.


( opening 끝 )


오늘은 여기서 부터입니다.


저는 날씨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비 오는 날엔 우울하거나 침착한 글이 좋고, 화창한 날엔 밝은 톤의 글이 좋습니다.

비 내리는 아침에 자전거 출근을 고민하다가 강행했습니다. 조금 위험하긴 하지만 감수할만한 가치가 충분합니다. 비 오는 날을 온 몸으로 느끼는 건 풍경을 보는 정도와는 차원이 다릅니다. 시각, 촉각, 그리고 후각까지 동원되어 비의 향기까지도 맡게 됩니다. 비의 향기는 흙과 만나서 나오기도 하고, 강물이나 꽃과 만나서 나오기도 하고, 차가운 도시의 건물과 도로와 만나서 나오기도 합니다.

그래서 시각, 소리, 마음과 함께 다가오는 향기는 더욱 깊고 은은합니다.

저는 그 향기를 즐깁니다.

오늘처럼 비 내리는 날엔 그 향이 더 진하게 느껴집니다 그리고 살다 보면 좋은 향기가 나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럼 꽃향기 맡듯이 가까이 다가가고 싶고 알고 싶게 됩니다.

떠오르는 시 한 편 옮겨봅니다.

라일락 꽃

-시. 도종환


꽃은 진종일 비에 젖어도

향기는 젖지 않는다.


빗방울 무게도 가누기 힘들어

출렁 허리가 휘는

꽃의 오후


꽃은 하루 종일 비에 젖어도

빛깔은 지워지지 않는다.


빗물에 씻기면 연보라 여린 빛이

창백하게 흘러내릴 듯한

순한 얼굴


꽃은 젖어도 향기는 젖지 않는다.

꽃은 젖어도 빛깔은 지워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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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이패드로 끄적거림)


우리가 꽃이라고 인식할 수 있는 게 그 꽃의 빛깔과 향기라는 속성 때문입니다.

꽃처럼 사람도 그만이 가진 고유의 속성이 있습니다. 꽃도 사람도 향이 진하면, 비에 젖더라도 오래갑니다. 그리고 그 향기를 잊을 수 없습니다. 더 진해지기 때문입니다.


금주 40일째, 비 오는 날인데도 술을 못 마셔 서운하기도 하지만 좋은 일이 많아집니다. 운동도 더 잘되는 것 같고, 여러가지로 좋아집니다.


(배드민턴을 목탄화 느낌으로 아이패드에 끄적거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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