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일째) 금주(禁酒) 일기
나의 금주(禁酒) 일기 - 38일째
(opening)
저번 편 나의 금주(禁酒) 일기 37일째는 ‘때늦은 금주(禁酒)의 계절’ 이었습니다
여름은 매미의 계절, 가을이 되면 내 울음도 누군가의 가슴에 실려가는 노래가 될 수 있을까?
‘가을에 피는 국화는 첫 봄의 상징으로 사랑받는 개나리를 시샘하지 않는다.’
(opening 끝)
오늘은 여기부터입니다.
시대가 디지털화돼 갈수록 사람들은 아날로그적 감성을 찾게 되는 것 같습니다. 저만해도 디지털의 편리함을 만끽하면서도 예전 통기타 음악을 찾아 듣고 과거의 추억, 인간적 만남에 목말라하니까요.
책이나 자전거도 아날로그적이지만 디지털시대에도 없어지지 않고 살아남는 이유가 여기에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는 자전거로 강변길을 따라 출퇴근을 합니다. 어제는 퇴근길에 좀 더 멀리 가고 싶어서 집에가는 길을 넘어서 자전거 길을 따라 하릴없이 쭈욱 달렸습니다. 조금은 흐린 날씨에 가을 느낌의 어둑해지는 도시와 강변 풍경은 아날로그적 감성을 더욱 물들게 하였습니다. 도로의 가로등 불빛은 줄지어 늘어서서 가을의 꼬리를 물고 산을 넘어갑니다.
기계가 인간화되어가고 있지만 인간이 기계화되기는 힘듭니다. 여기에 우리의 딜레마가 있기도 하고, 아날로그가 살아남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어쨌든 지금 바라보는 이 가을 하늘과 주변 풍경은 운치 있고 아름답기만 합니다.
요즘은 제가 일하는 건물에 도서관을 만드는 즐거움에 빠져있습니다. 저는 약간 손 얹는 정도의 미약한 기여 (? ) 내지는 노력을 보태고 있습니다만, 실제 업무로 하시는 분과 제대로 관심 있는 분이 너무 열심히 하셔서 옆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집니다.
(새로 꾸이고 있는 책장)
새로 꾸미는 도서관 책장에는 이전 책들의 오래된 향기와 새로 구입한 책들의 덜 마른 인쇄 향기 같은 게 섞여있어 그 느낌이 좋습니다. 손때가 묻어 누르스름해지고 부드러운 옛 책표지와 뻣뻣한 새책들은 과거와 현대, 고전과 신간, 아나로그와 디지털 등이 책장에 함께 담겨있음을 알려줍니다. 그리고 적당한 소품들도 다 좋습니다.
옥상에는 새로 선보이는 야외 도서관이 착착 준비되고 있습니다.
(야외 도서관 준비 대청소)
데크 바닥과 유리벽들을 대청소하고, 심플하고 달덩이처럼 둥그런 조명도 새로 달았습니다.
그리고 잔디가 깔리고, 독서를 위한 스툴과 소품들이 웨건에 담겨졌습니다.
(잔디, 그리고 새로 준비한 조명과 웨건 박스)
이제 간판과 책을 담을 박스, 빈백 의자와 캠핑의자 등 몇 가지만 설치되면 준비완료입니다.
이 곳에 앉아 가을풍경과 시원한 공기를 마시며 책을 읽을 모습을 상상해 보며 벌써부터 행복에 빠집니다. 어떤 책을 읽을까 생각도 해봅니다.
. .
금주 38일째, 아날로그의 대표주자인 술과 책에 대한 공통점을 이야기하고 이 글을 마치겠습니다.
첫째, 둘 다 아날로그적인데 한 번 빠지면 헤어 나오기 힘든 매력이 있어 중독성이 강합니다.
둘째로, 혼자 즐길 수도 있고 누군가 함께 나누면 더 깊은 생각과 감성이 일어납니다.
마지막으로, 낭만을 느낄 수 있습니다. 외로운 시간, 고독한 마음을 달래고 감성을 풍부하게 만들어 주고 사람들과 소통하는 매개체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