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1

트라우마와 소설 속 베트남

by 하늬바람

(내 맘대로 문학기행)

베트남 1

- 트라우마와 소설 속 베트남



지금 저는 베트남에서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에 앉아 이런저런 생각들을 하고 있습니다.


2000년대 즈음일 거라 나름 헤아려 보는데 그때가 떠오릅니다. 지금은 돌아가시고 안 계시지만 저의 아버지와 어머니를 베트남 여행 보내드렸던 때입니다. 세월이 세월인지라 저의 기억 또한 모든 게 흐지부지합니다.


저의 아버지는 월남 참전 군인이었습니다.


앨범 속 파릇한 청년 군인의 모습과 훈장이 자신의 평생 자랑거리였고 그 이후로도 군인으로 사는 삶을 사셨습니다.


“트라우마” . . 외상 후 스트레스라고 정의하고 심리학, 정신분석학적으로, 요즈음엔 일상생활에서도 많이 쓰는 용어가 되었습니다.


외상이라는 게 몸의 직접적인 상처만이 아니러 외부의 폭력적인 상황에 노출되어 상처받은 인간의 신체와 감정기관들이고, 그 이후 그로 인한 스트레스를 트라우마라 보통 이야기합니다.


앞서 이야기한 부모님을 베트남 여행 보내드릴 때 아버지의 생각이 제일 궁금했습니다.


그 트라우마가 있지는 않을지,, 자랑삼아 여러 이야기를 하셨지만 막상 가지는 못하는 곳, 시간이 흘렀으니 이제는 편히 가실 수 있는지 ,...


그래서인지 저의 베트남행은 아버지의 그림자가 계속 따라다니는 여정이었습니다.


베트남은 지형 자체가 바다에 길게 연해 있기 때문에 바다자원, 먹거리도 풍부하고 인적자원도 높은 수준이고, 자연경관도 아름다운 나라입니다.


그래서 강대국들의 탐욕에 노출되어 고난의 시기가 길었지만 스스로의 힘으로 독립을 쟁취해 자존심도 굉장히 강합니다.

( 전통복장 아오자이를 입고 있는 여인과

수많은 오토바이들)


(과일을 나르는 베트남 전통방식의 여인들)



베트남에서 나온 책들이 그 나라를 이해하는 게 가장 좋을 텐데,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우리나라에 번역되어 소개된 책이 거의 없다시피 합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와 미국에서는 베트남 전쟁에 관한 문학, 뮤지컬, 논픽션은 굉장히 많습니다.

올해 노벨문학상을 받은 한강 작가님의 대표작 세 권에서도 베트남은 소설 속 사건의 소재로 등장합니다.

얼마 전 한강 작가님 노벨상 받은 날 집에 있는 책을 다시 읽으면서 베트남 부분을 다시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제 경험, 생각과 책이 만나는 과정입니다.

“소년이 온다” 에서는 5.18 진압군의 입에서 “내가 베트남전에서는... “ 이런 식의 폭력적 장면으로 소환되었습니다.


“채식주의자” 에서는 강제로 육식을 강요하는 가부장적이고 폭력적인 아버지가 월남전 참전 군인이었습니다.


“작별하지 않는다”에서는 주인공의 친구가 제주도가 고향인데, 사진과 다큐 작가입니다.


그 친구가 만든 다큐가 베트남 전쟁 중 성폭행당한 여인들의 이야기로 등장합니다.


전쟁이 인간에게 심어주는 폭력성과 악함 그리고 전쟁의 상흔이 얼마나 오래가고 큰 건지 이야기하고 싶은 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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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전쟁을 전체 소설의 배경으로 주제의식을 담은 문학작품으로는 황석영 님의 ‘무기의 그늘’ 이 제일 먼저 떠오릅니다.

황석영 작가는 직접 베트남 전쟁에 참여했었고 그래서 소설이 주는 구체성과 캐릭터의 생동감, 게다가 작가님의 서사를 풀어가는 능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입니다.


우리나라 역사를 배경으로 한 조정래 님의 ‘태백산맥’에 나오는 시대의 흐름 속에 어쩔 수 없이 다른 입장을 선택하게 되는 형제의 관계, 가족, 연인들 ,


이런 플롯들과 비슷한 역사소설 느낌이 납니다.

그리고 영화로도 만들어졌던 ‘하얀 전쟁’ 소설도 생각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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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국가 자체가 이 전쟁으로 인한 트라우마가 심했습니다. 미국 내 반전운동도 심했고..


통킹만 사건이라는 자작극을 벌려 전쟁을 시작했으나 결국 전쟁에서 패하고 물러나야 했던 자존심에 큰 상처를 벗어나고자


람보 류의 영화나 소설로 자기 위안을 삼았습니다.


‘미스 사이공’은 뮤지컬로도 만들어졌는데


‘나비 부인’이 일본 게이샤하고 미군 병사하고 사랑과 이별을 담은 것과 거의 흡사한 아류작으로


미국의 우월주의, 인종주의가 느껴지지만,

전쟁 중 일어나는 인간의 사랑을 애절하게 담았기에 지금도 인기가 많습니다.


(미스 시이공 표지 )



이에 비해 ‘지옥의 묵시록’과 ‘플래툰’은 좀 다른 시각으로 접근한 수작들입니다.


영화로 만들어졌는데 지금까지도 전쟁영화로는 최고라는 평가를 받는 ‘묵시록’은 전쟁이 인간을 얼마나 황폐화시키는지, 막다른 상황에서 인간성은 어떻게 되는지 등을 잘 표현했고,


플래툰은 같은 부대 내에서의 갈등, 전쟁을 접하는 인간의 악마성과 영웅심리, 그리고 최소한의 도덕성을 지키려는 주인공들을 만나게 됩니다.


그러나 이 책들과 영화 모두 미국이나 한국의 작가 입장에서 쓰인 작품이기에 우리는 베트남의 이야기를 그들의 목소리로 언젠가는 꼭 들어봐야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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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 아렌트가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이라는 책에서 악의 평범성을 냉철하게 증명하였고,


괴테는 괴물의 심연을 깊이 들여다보면 그 안에서 내 안에 있는 괴물을 보게 될 거라는 그런 이야기들이 떠오르네요.


베트남의 아름다움만을 이야기해도 부족할 텐데 너무 어두운 이야기만 주절거렸습니다.


아마 베트남이 우리에게 전쟁 관련 책과 영화로 강한 인상을 주었기 때문일 겁니다.


(베트남의 사원들과 풍경)


쓰고 싶은 이야기가 많은데 기회 되면 좀 더 정리해서 다음에 추가로 더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논픽션으로는 리영희 님의 ‘전환시대의 논리’ ‘베트남 전쟁’ 책에 대한 이야기 등등 할 이야기가 많은데..

-하늬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