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못다 한 이야기

사과대추

by 하늬바람

( 내 맘대로 문학기행 )

베트남, 못다 한 이야기 - 사과대추


베트남에서 맛본 열대과일 중 사과대추가 있었습니다. 맛과 크기는 대추인데 묘하게 모양은 사과를 닮았습니다. 사과대추처럼 우리나라와 베트남도 비슷한 듯 닮았고, 또 다르기도 합니다.


이걸 맛보면서 이 시( 詩 )가 떠올랐습니다.


대추 한 알

― 장석주


저게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태풍 몇 개

저 안에 천둥 몇 개

저 안에 벼락 몇 개

저 안에 번개 몇 개가 들어 있어서

붉게 익히는 것일 게다


저게 혼자서 둥글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무서리 내리는 몇 밤

저 안에 땡볕 두어 달

저 안에 초승달 몇 날이 들어서서

둥글게 만드는 것일 게다


대추야

너는 세상과 통하였구나…


- 끝.


올 한 해 저라는 인간의 대추 한 알이 영글기 위해 무엇이 들어왔을까 생각해 봅니다.

여러 경험들이 햇살처럼 저에게 들어왔고,

친한 벗들, 새로 만난 사람들이 저에게 시원한 빗줄기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여행과 책을 통해 얻은 소중한 추억과 지식, 처음 맛보는 사과대추 같은 색다른 경험과 시간들, 그리고 장마비와 태풍을 피해 가면서 혼자 했던 제주도 라이딩과 한 달 살기..

- - -

모두 다 제 몸과 마음에 담기고 잘 영글어 대추 한 알 같은 한 해가 만들어졌습니다.


( opening )

여기서 잠깐 저번 글들 소환합니다.

베트남에서 찍은 사진 몇 장과 베트남 전쟁으로 우리에게 기억되는 문학들을 이야기했습니다.


한강님 작품 속 소재로 나온 베트남과

소설의 전체배경이 된 황석영 님의 무기의 그늘, 하얀 전쟁, 그리고 영화로 만들어진 ‘지옥의 묵시록’과 ‘플래툰, 미스 사이공.

생각해 보니 ‘지옥의 묵시록’은 ‘대부 ‘ 영화를 만든 거장, 프란시스 코플라 감독 이야기를 빠트렸습니다


하지만 오프닝은 이 정도만 하고 본 주제로 돌아가겠습니다.


최근 뉴스에서 리영희 님이 쓰신 전환시대의 논리 책이 50 주년 되었다는 걸 접했습니다.

이 책은 외신기자 출신이었던 리영희 님의 걸작인데 군사정부 시절 지식인들의 필독서였고, 지금은 고전의 반열에 오른 책입니다.

이 책의 일부를 발췌해 만든 책이 ‘베트남 전쟁’입니다.


이 책들이 고전이 된 이유는 우리나라의 한쪽 눈으로만 이해하던 사건을 다른 시각으로 보게 해 주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이런 겁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개미의 눈으로 인간을 보게 해 주고 , 로맹가리(에밀 아자르)는 내 앞의 생이라는 책에서 어린이의 눈으로 세상을 보게 해 주는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객관적 시각을 갖는다는 건 정말 어렵습니다만 가끔 다른 입장과 시각에서 보는 경험은 책과 여행을 통해 얻게 됩니다.


그래서 우리가 고전이라 정의하는 게 뭘까 생각해 봅니다. 그냥 오래된 책이 고전은 아니겠죠.

저는 시대와 세대를 넘어 인류의 보편적 가치, 감정을 담아내서 많은 이들에게서 공감을 얻는 책이 고전이 되는 거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어떤 이는 고전이란 ‘한 문장으로 요약되는 책’이라고도 말합니다.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셰익스피어의 햄릿은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다’.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은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이런 명문장은 그냥 나오는 게 아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