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선과 실선

자전거 위에서 발견한 삶의 작은 부호들

by 하늬바람


(물음표 쉼표 느낌표)


점선과 실선

- 자전거 위에서 발견한 삶의 작은 부호들


추운 날씨에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건 어렵습니다. 그래도 한 시간 거리이니 계속하는 중입니다. 온몸이 드러난 상태에서 추위와 바람을 맞아야 됩니다. 몸뚱이야 옷을 단단히 입으면 되지만 손발이 여간 시린 게 아닙니다.


두꺼운 장갑을 해도 손가락은 동상이 걸릴 것처럼 아립니다. 게다가 어둡습니다. 예전과 같은 시간에 출퇴근하지만 해가 짧아져서 아침저녁으로 어둠을 헤치고 달려야 되니 위험하기도 하고 외롭기도 합니다.


추위와 어두움 그리고 외로움을 나와 자전거 단 둘이서 헤치고 나갑니다. 자전거는 오로지 나의 근력만을 에너지원으로 달려야 됩니다. 장치는 간단합니다. 가장 기본적인 구조를 이루고 있는 두 바퀴와 핸들, 페달, 안장, 그들을 연결하고 있는 프레임(틀)이 나를 지구바닥면에서 떼어내줍니다.


자전거의 구체가 나를 중력의 영향으로부터 불과 수십 cm 간격으로 공중부양시켜 주면 나는 페달을 돌려 자전거를 나아가게 합니다. 지구와 닿는 건 나의 발바닥보다도 작은 면적의 바퀴로 지구위에 선을 만들어냅니다.


내가 걸어갈 때에는 지구에 남기는 건 점선이었습니다. 점선은 띄엄띄엄 단절되었다가 다시 나타났다가 합니다. 깜빡거리는 점멸등 같은 두발의 발자국입니다.

자전거 위에 있을 때 비로소 나는 떠있으면서도 지구와 선으로 연결됩니다. 그 선으로 연결돼 있음으로 인해 지구는 나에게 자유와 속도를 허락해 줍니다.



이 자유에는 방종까지 허락되지 않았습니다. 자전거의 기본장치로는 나를 제어하지 못하니 브레이크와 기어를 달아주었습니다.


지구를 떠나 태양 가까이 가려했던 이카루스의 날개처럼 녹아내리지 않고 멈출 수 있게 브레이크를 달아주었습니다.

그래서 브레이크는 쉼표입니다.


시찌푸스처럼 바위를 산 위로 굴려야 되는 형벌을 받았으니 그 언덕을 올라갈 힘을 위해 자전거에 기어를 달아주었습니다. 정상에 올라갔더니 바위는 아래로 다시 굴러내려 갑니다.

그때서야 깨닫게 되니 기어는 느낌표입니다.


프로메테우스는 인간에게 불을 가져다준 죄로 코카서스 바위에 묶여 독수리에게 간을 쪼아 먹히는 죄를 받습니다. 그런데 프로메테우스는 불사신이라 간이 재생되고 다시 쪼이는 무한반복이 이어집니다.

나는 자전거로 여행하고, 자전거로 출퇴근하고, 그러면서 슬기로운 금주생활로 글을 쓰면서 간을 건강하게만들고나서 지금처럼 많은 것을 생각하고 궁금점을 갖게 되었으니 굳이 문장부호로 하자면 물음표입니다.




새벽 6시 출근길. 좋은 날씨에 해가 있는 날에는 보았던 것들이 추운 날씨에는 사라지고 없습니다.


새벽햇살, 운동하는 사람들, 길고양이들, 꽃들, 조금이라도 여유 있던 것들은 사라지고 없습니다.


하지만 이 추위에도 남아있는 것이 있습니다. 자전거 출근길 도중에 건축현장 입구 길목이 있습니다. 여기를 지나칠 때는 예전과 같은 새벽시간에 여전히 입김을 호호 불며 출근하는 현장인부들을 만납니다. 지구 저편에서 온 외국인 노동자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들의 발걸음에는 가족의 삶까지 실려있어서
지구와 연결된 점선이 한없이 무거워보입니다.



그 옆으로 저의 실선도 스쳐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