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 푸른 눈구름
(물음표 쉼표 느낌표)
- 등 푸른 눈구름
오늘 저녁에 반찬으로 청어를 먹었습니다. 고등어와 비슷한데 기름지고 더 맛있습니다. 그런데 잔가시가 많아 먹기에 조금은 불편합니다. 겨울이 제철이라 오늘 밥상에 올라온 건데 예전에 읽었던 시가 떠올라 책을 뒤적거려 봅니다.
월요일은 주말 이후이자 새로운 한 주의 시작이라 약간의 피곤함과 어떤 설렘과 기대 같은 게 있습니다. 주말들 잘 지냈는지 보고 싶은 이들과 일들이 저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런 느낌의 청어라는 시입니다.
- 윤의섭
버스를 기다렸으나 겨울이 왔다
눈송이, 헤집어 놓은 생선살 같은 눈송이
아까부터 앉아 있던 연인은
서로 반대방향을 바라보고 있다
저들은 계속 만나거나 곧 헤어질 것이다
몇몇은 버스를 포기한 채 눈 속으로 들어갔지만
밖으로 나온 발자국은 보이지 않았다
노선표의 끝은 결국 출발지였다
저 지점이 가을인지 봄인지 지금은 알 수 없다
눈구름 너머는 여전히 푸른 하늘이 펼쳐졌을 테고
먼저 도착한 사람들의 시간은
좀 더 빨리 흘러갈 것이다
끝내는 정류소라는 해안에
버스가 정박하리라는 맹목뿐이다
눈의 장막을 뚫고 나오기를
기다린다는 건 기다리지 않는 것들을 버려야 하는 일
등 푸른 눈구름이 지나가는 중이다
국적 없는 눈송이들의 연착륙이 이어졌고
가로수의 가지들만이 하얀 속살 사이에 곤두서 있다
버스를 기다렸으나 이 간빙기에서는
쉽게 발라지지 않았다.
끝-----
첫 문장부터 제 마음을 사로잡습니다.
버스를 기다렸으나 겨울이 왔다.
겨울의 그 차갑고 쓸쓸한 이미지를 기다림으로 대치시킨 이 문장부터 저는 빠져들어갑니다.
전반적으로 이 시를 지배하는 이미지는 기다림입니다.
그걸 위해 겨울과 버스, 정류장을 잘 배치해 놓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문장 사이사이에 청어의 이미지를 덮어놓았습니다.
청어와 기다림 사이에 무슨 관계가 있어서라기보다는 깊고 먼바다에 사는 청어의 등푸름, 속살이라는 그 이미지를 오버랩시켜서 시를, 기다림을, 이 겨울을, 더 외롭게 만든다는 느낌입니다. 이건 순전히 제 생각입니다. 읽는 사람마다 다르겠죠.
기다린다는 건
기다리지 않는 것들을 버려야 하는 일
이 문장이 가장 생각을 많이 하게 합니다.
내가 누군가를 기다린다면, 그 외의 것들은 접어두게 된다는 뜻일까요. 뭔가나 누군가에게 집중하게 되면 다른 것들이 시들해진다는 걸까요? 늘상 똑같이 반복되던 그런 일상들이 기다림으로 인해 변화가 온 걸까요?
기다리지 않아도 오는 겨울은 나이, 세월, 계절의 변화같은 것들이고, 기다려도 오지 않는 버스는 나의 희망이나 그리운 사람일까요? 못 보는 시간 들이려나요.
책에 나온 파울 클레가 그린 "황금 물고기"라는 그림을 보며 여러 생각을 해봅니다.
추상적이면서도 환상적입니다.
‘미술관에서 읽은 시’ 라는 책에 나온 시와 그림을 보며, 청어가 등푸른 눈구름이 되어 내 머리 위로 떠가는 상상을 해봅니다.
새로운 한 주의 시작인 오늘 저녁 편안한 휴식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