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화가 할머니 콜레트와의 첫 만남

삶을 사랑으로 가득 채운 콜레트와의 인연의 시작

by 첫여름

호주에 사는 동생과 함께 케언즈 여행을 떠났던 올해 8월.

우연히 만난 타국의 누군가와 진심 어린 교류를 하는 것은, 여행의 가장 큰 아름다움 중 하나일 것이다.


우리는 시드니에서 케언즈로 가는 비행에서 우연히 소중한 인연을 만났다.

옆자리에 앉은 뉴질랜드에서 온 밝은 미소를 가진 할머니 콜레트.

그녀는 자리에 앉자마자 소설책 하나를 읽기 시작했다.


안쪽에 앉은 나는 화장실을 가야한다며 부탁을 드리고, 립밤도 떨어뜨리고 번거롭게 굴며 옆에 앉은 콜레트에게 몇 번 말을 걸게 되었다.

콜레트는 괜찮다고 말하며 우리에게 어떤 여행을 하는지 먼저 대화의 물꼬를 텄다.

그렇게 우리는 2시간 넘게 대화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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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레트는 뉴질랜드에서 그림을 그리는 화가였다.

과거에는 요리사였던 적도, 영어선생님이었던 적도 있고, 지금은 아티스트로 지내고 있다.

그래서 지금은 본인이 만든 작품을 케언즈에 있는 갤러리에 걸 수 있을지 물어보러 가는 길이라고 했다.

작품이 담긴 책자를 줬는데, 직접 그리신 그림들이 너무 예뻤다.

채도 높은 색깔들과 동글동글한 느낌들이 뭔가 환상의 나라를 그린 것 같았다.

무엇을 표현하는 거냐고 물어봤더니 그냥 본인 안에서 떠오르는 것들을 그리는 거라고 했다.


image-6.png 콜레트의 작품들 중 하나, 'She'


콜레트 평소에 소설책을 읽는 걸 좋아한다며 책도 잔뜩 추천을 해줬다.

나에게 제일 애정하는 소설이 뭔지도 물어봤지만 어떤 걸 말해줘야 할지 잘 모르겠어서, 한강 작가의 작품들과 분위기를 설명해줬다. 노벨상도 받았다고 말이다.

나는 우리의 이름을 한국어로 적어주면서는 한글이 어떻게 모음과 자음으로 구성되는지도 이야기해줬다.

내 이름에서 '림'을 발음할 때 어떻게 'rim' 이 아니라 '림'인지도 말해줬는데, 콜레트는 그 발음도 잘했다.

다른 나라 언어를 하나 배웠는데 거기서도 그 발음이 비슷하다고 했다.


SE-c083e263-d5e3-4a2b-95f1-8821413a7c15.jpg 추천받은 책들


신기하게, 콜레트는 영어를 추가로 배워야 하는 점이 불편하겠다는 공감을 먼저 해줬다.

전세계에서 당연하게 영어를 공용어로 쓰고 있는데,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나라에서는 추가로 영어를 익혀야 하는 입장에 놓이는 게 불편할 것 같다고 말이다.

이건 다음날 배에서 만난 호주 여행자들에게도 비슷하게 들은 말이었다.

영어가 모국어인 사람들에게서 우리의 이러한 심정을 이해하려는 태도를 경험한 건 처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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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다른 환경에서 자라 완전히 다른 문화를 지닌 채로,

각자가 소유한 것이 무엇인가와 무관하게

온전히 그저 존재하는 대상으로서 교감할 수 있는 그 순간이 너무 좋았다.

우리는 '이런 삶의 태도를 가지고, 이러한 삶을 살 수도 있구나'를

완전히 낯선 타인을 통해서 비로소 깨달을 수 있게 된다.


콜레트가 예쁜 하얀 머리를 가지고 아들과 손주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도,

아직 20대인 나와 동생이 대화를 나눌 때 전혀 나이의 장벽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게 신기했다.

말을 할 때 반짝이는 눈, 웃는 표정, 주위의 사람들에게 말을 걸 때 느껴지는 살가운 모습들에서 느껴지는 따뜻함.

콜레트는 주저 없이 사람들을 사랑하고, 진심을 느끼고, 주변의 아름다움을 즐기고, 춤추고 노래하는 사람 같았다.

나는 콜레트에 대해 아주 잘 알지는 못하지만, 그때 내가 느꼈던 콜레트의 순수하고 밝은 에너지가 이 세상을 물들였으면 좋겠다.


IMG_7318.jpeg 케언즈의 너무 귀여운 수하물 나오는 입구


공항에 내려서는 케언즈에 사는 콜레트를 데리러 온 절친한 친구와 인사도 나눴다.

한 번의 만남이 아쉬울 법도 했지만, 콜레트가 본인의 그림 인스타그램과 홈페이지를 알려줘서 괜찮았다.

sns는 요즘 잘 하지 않지만, 홈페이지에서 구독을 하면 한 달에 한 번씩 레터를 보내준다고 한다.

우리의 만남에 대해서도 레터를 쓰실 거라고 해서 기대가 됐다.

레터도, 책도 읽고 나서 후기로 연락을 전하기로 했다.


그리고 그렇게 나는 콜레트와 메일을 주고받으며 호주가 준 선물을 지금까지 생생하게 경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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