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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기술, 연구개발을 넘어 선도국의 시대로

by 이정호

최근 대전 한국표준과학연구원에서 열린 양자전략위원회 출범식은 우리나라 양자과학기술 정책의 새로운 전환점을 알리는 의미 있는 장면이었다.


이제까지 양자기술은 주로 실험실과 학계 차원의 연구개발(R&D)에 집중되어 왔다면, 앞으로는 산업화와 글로벌 경쟁 구도를 본격적으로 견인할 ‘퀀텀 이니셔티브’ 추진이 본궤도에 오른 셈이다. 이는 정부가 산업 전반에 걸쳐 양자기술을 실용화하고, 국제무대에서 기술 패권을 확보하기 위한 가속 페달을 밟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무엇보다 주목할 점은 정부가 2035년까지 ‘양자경제선도국’으로 도약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는 사실이다. 대통령 권한대행 주재로 열린 첫 회의에서, 세계를 선도할 첨단 양자기술을 보유하고 글로벌 공급망까지 구축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그간 우리나라는 양자기술산업법 제정, 국가전략기술 지정, 대규모 예산 투자 등으로 발판을 다졌지만, 인력 부족과 산업화 미흡이라는 두 가지 큰 장애물이 있었다. 이번 ‘양자전략위원회’ 출범은 바로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범부처·민관 협업체계를 강화하겠다는 선언이자, 가속도를 내겠다는 다짐이기도 하다.


핵심 과제를 살펴보면, 첫째로 ‘혁신도전형 연구개발’을 통해 미래 양자경쟁을 주도할 혁신기술을 발굴하겠다는 부분이 눈에 띈다. 선도국에 뒤처진 기술을 무작정 따라가기보다는, 아직 ‘1등이 정해지지 않은’ 영역에 과감히 투자해 파괴적 혁신을 일으키겠다는 계획이다. 둘째로, 천 큐비트(1,000 큐비트) 양자컴퓨터, 양자중계기 기반 양자관계망, 무위성 항법체계(無GPS) 양자항법 감지기(센서) 등 대규모 대표사업(플래그십 프로젝트)을 통해 산업 역량을 확보하겠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즉 산·학·연 간 협력 구도를 구축해 연구성과가 실제 기업 경쟁력으로 이어지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양자생태계가 튼튼해지려면 인력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정부는 ‘양자대학원’, ‘선도연구센터’ 등을 중심으로 물리·반도체·전기전자·화학·생명과학 등 여러 인접 학문 분야의 우수인력을 흡수하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내놓았다. 해외 인력 유치와 거점 기관(퀀텀 플랫폼, 퀀텀 팹) 육성은 여전히 ‘사람이 곧 기술력’ 임을 재확인시켜준다.


아울러 양자 소프트웨어(SW)·알고리즘 개발,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산업 육성, 국제 협력 및 기술안보 강화 등 구체적인 추진전략은 양자기술의 산업화가 더 이상 먼 미래의 꿈이 아니라 오늘부터 현실화해야 할 과제임을 일깨운다. 특히 ‘양자 거대 신생기업(유니콘)’을 배출하겠다는 포부는 스타트업의 발굴·육성을 통해 글로벌 시장 선점을 노리겠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양자기술은 암호체계, 통신, 감지기(센서), 나아가 국방·안보에 이르기까지 국가 역량 전반과 맞닿아 있다. 이런 다면적 특성은 국제공조와 기술안보가 필수적임을 시사한다. 정부가 다양한 국가 간 협력, 표준화 작업, 그리고 민군협력 연구개발 등을 추진하겠다는 것은 궁극적으로 ‘기술주권 수호’와도 직결된 문제이다.


시대가 요구하는 도전 앞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두려움을 허용하지 않는 과감한 투자와 도전 정신이다. 양자기술은 이미 ‘미래의 경제·사회·안보를 송두리째 바꿀 게임체인저’로 인정받고 있다. ‘양자전략위원회’ 출범을 계기로, 실험실을 넘어 시장과 산업 현장을 누비는 진정한 ‘퀀텀 이니셔티브’가 성공적으로 정착하기를 기대한다. 더 나아가 대한민국이 AI와 함께 양자경제선도국으로 비상하는 데 필요한 인력, 기술, 산업 생태계가 빈틈없이 갖춰지길 바란다. 이는 단지 미래 기술을 선점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우리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 동력과 국가 안보의 든든한 버팀목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 정보통신신문 링크 : [ICT광장] 양자기술, 연구개발을 넘어 선도국의 시대로 - 정보통신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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