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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호 Jun 16. 2023

날로 높아지는 전파의 가치

전파가 세상에 등장하게 된 계기는 스코틀랜드의 물리학자 맥스웰이 1864년 주장한 전자기파의 존재를 독일의 물리학자 하인리히 헤르츠(Heinrich Hertz)가 1887년 실험으로 증명함으로써 시작되었다.

     

전자기파는 빛과 같은 속도로 전달되며 직진, 반사, 회절, 굴절, 산란하는 성질을 가졌고 고유의 주파수를 가지고 있다.

     

현재 국제전기통신연합(國際電氣通信聯合, International Telecommunication Union, ITU)에서는 3 kHz ~ 3 THz(3,000 GHz) 까지를 전파의 영역으로 보며 이 영역을 초과하는 주파수대역은 적외선, 자외선 등으로 분류하고 있다.

     

전파의 사용영역은 이루 다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고 다양하다. 전파를 처음 사용하던 당시에는 의사를 전달하는 통신용으로만 사용이 되었으나 현재는 물체를 식별하는 레이더, 지하의 금속물질을 탐지하는 탐지기, 이동체를 식별하고 감지하는 각종 센서, 비행기의 항로를 알려주는 무선표지, 강우량 등을 측정하는 전파측정, 음식물이나 공업용 재료를 가열하는 전자레인지, 우주를 관측하는 전파망원경 등 그 용도와 활용목적은 해를 거듭할수록 다양하고 많아지게 되었다.

     

선박의 조난통신을 목적으로 사용되던 전파는 이제 개개인의 손에 쥐여있는 스마트폰부터 차량에 달려있는 내비게이션, 하이패스, 자율주행 영역까지 실로 전파가 없는 사회생활은 불가능한 상태에 이르렀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수요에 비하여 전파의 주파수는 한정이 되어있고, 많은 사용량으로 인한 주파수간섭, 혼신 문제와 전자파 장해 문제는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이제는 전파를 사용할 때 가장 중요한 문제인 간섭과 혼신 문제에 대해 모든 기술이 집중되어가고 있다.

     

한정된 대역 내에서 많은 사람이 보다 빠른 정보를 제공받고 양질의 통화를 하기 위해서는 디지털기술이 접목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첫 시도는 국방용에서부터 시작되었고 CDMA(Code Division Multiple Access : 코드 분할 다중접속), OFDMA(Orthogonal Frequency Division Multiple Access : 직교 주파수 분할 다중 접속) 등 보다 다양하고 첨단기법을 전파기술에 접목시키면서 예전에는 상상도 하지 못하였던 양의 트래픽을 소화시키고 있다.

     

전파의 품질은 3요소로 규정하고 있다. 

    

첫째, 주파수 허용 편차(周波數許容偏差, Frequency tolerance)로 이는 실제 무선 송신기에서 발사되는 전파가 규정된 주파수와 얼마나 벗어나는지의 정도를 나타낸다. 이 값은 적을수록 타 통신기기에 영향을 적게 준다.

     

둘째, 점유 주파수 대역폭(占有周波數帶域幅, Occupied bandwidth)으로 이는 한 개의 통신로가 차지하는 대역폭을 의미한다. 아날로그 통신에서는 한 개의 통신에 한 개의 대역폭이 필요하였지만, 최근 디지털기술이 발전하면서 한 개의 대역 내에서 다수의 통신로를 구현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되면서 점점 점유 주파수 대역폭은 좁게 사용이 가능하게 되었다. TDMA, FDMA 등 시간과 주파수의 차를 이용하는 방법도 복합적으로 사용되어 더욱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셋째, 스퓨리어스 발사(Spurious emissions)이다. 이는 필요 주파수 대역 외에서 생기는 것으로 타 대역에 영향을 주는 직접적인 요인이 되므로 전파의 품질에서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원인은 발진소자의 불량, 필터를 적게 쓰거나 효율적으로 사용하지 않았을 때, 기타 RF 회로의 설계 미흡 등으로 매우 다양하며 고조파, 저조파, 기생발사, 상호 변조곱, 주파수 변조곱 등이 원인이 된다.

     

따라서 전파를 사용하는 기기에는 반드시 정부의 주파수 분배와 할당, 지정, 사용승인, 허가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하며, 전파를 사용하는 모든 장비는 무선설비 기술기준에서 정하고 있는 적합성평가 시험에 통과하고 KC 마크를 받은 제품만 사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외에도 냉장고, 세탁기, TV, 노트북, 전자레인지, LED 등기구와 같이 가전기기나 전기를 쓰는 기기에서는 우리가 예상하지도 못한 전자파가 발생하게 되는데 이를 방치하게 되면 크게는 정전사고, 자동차 급발진, 엘리베이터가 멈추는 사고에서부터 작게는 주위의 전자기기나 통신기기가 영향을 받아 제대로 된 성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하게 된다.

     

맥스웰이 전자기파의 존재를 세상에 발표하고 160여 년 밖에 되지 않은 상황에서 전파를 사용하지 않는 일상생활은 생각조차 할 수 없을 만큼 중요한 상황으로 급속한 변화가 있었다. 오늘도 각자의 손에 들려있는 스마트폰을 이용하여 은행 간의 송금을 자유롭게 하고, 차에 탑승하면 바로 내비게이션 어플을 실행시킨다.

각종 웹사이트에서 물건을 구입하고 최근 chatGTP 등의 대화형 AI를 활용하여 내게 필요한 정보를 쉽게 얻기도 한다.

     

음식 배달을 시키는가 하면 택시를 부르고, 실시간으로 정보를 공유하는 SNS 망에 항시 눈이 가있다. 이 모든 것은 이동하면서 일을 볼 수 있는 기반을 주는 전파의 편리함 때문이다. 항공기나 선박 나아가 자동차까지 자율운항을 할 수 있는 것도 전파가 있기 때문이요, 우리가 잠을 자는 시간에도, 쉬는 시간에도 필요한 데이터의 축적이 가능한 것은 전파가 주는 편리함 때문이다.

     

그러나 세상 모든 이치가 좋은 것이 있으면 그에 비해 좋지 않은 것도 있다는 원리를 생각해 볼 때 전파가 주는 편리함과 함께 그에 비례해서 나타나는 해킹에 대한 보안문제, 전파간섭과 혼신으로 인한 문제는 항시 염두에 두어야 한다.

     

특히 미국, 캐나다 같은 땅덩어리가 넓은 나라에서의 전파이용 정책과 주파수 활용은 우리나라 같이 ICT 기술이 매우 잘 활용되고 인구밀집도가 높으며 도심이 번잡한 곳에서의 전파 활용 문제는 달리하여야 한다. 직진성이 강하고 건물이나 장애물에 의한 손실이 적으며 투과율이 좋은 높은 주파수대역은 도심에 유리하며, 밀집도가 낮고 통달거리가 먼 시골지역이나 산악지역은 회절이나 굴절에 의한 통신에 유리한 낮은 주파수대역을 활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현재 통신정책에서 가장 중요하며 기본적인 요인이 되는 것이 주파수를 어떻게 잘 할당, 지정, 활용하는가 이다. 향후 우주와 위성시대의 개막과 함께 6G 시대를 대비하여 보다 높은 주파수대역의 가치를 중요시 여기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이 앞으로 국제시장에서 지속적으로 반도체와 함께 통신기술 시장을 석권하기 위해서는 전파공학을 전공하고 연구하는 인력을 늘리고 예산을 적극 투입하여 전파의 가치와 주파수의 소중함을 다시금 정립하여야 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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