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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 한국 포털의 생존 전략

네이버와 다음의 길

by 이정호

인터넷의 역사가 곧 검색의 역사였던 시대가 있었습니다. 필요한 정보를 찾기 위해 키워드를 입력하고, 수많은 링크 속에서 답을 찾아내던 시절, 네이버와 다음은 한국인의 디지털 생활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였습니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새로운 전환점에 서 있습니다. 단순히 정보를 나열하는 것을 넘어, 사용자의 의도를 이해하고 맞춤형 답을 생성하는 인공지능의 시대가 도래했기 때문입니다. 구글, OpenAI 등 글로벌 거대 기업들이 거침없이 시장을 주도하는 이 격변 속에서, 한국 포털들은 과연 어떤 길을 걸어야 할까요?


글로벌 인공지능 시장은 이미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습니다. 과거의 경쟁이 '더 빠르고 정확한 정보'를 누가 먼저 제공하는가였다면, 현재의 경쟁은 '더 인간적인 대화'를 누가 더 자연스럽게 이끌어내는 가로 바뀌고 있습니다.


구글은 검색에 챗봇 기능을 통합한 제미나이를 선보이며 전통적인 검색 시장의 판도를 뒤흔들고 있고, 중국 역시 자국 내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독자적인 AI 모델들을 키워내며 기술 주권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이처럼 글로벌 시장의 파고가 거세질수록, 한국 포털이 단순히 이들의 기술을 따라가는 방식으로는 한계에 봉착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제 검색의 주도권은 '키워드'에서 'LLM(거대 언어 모델)'으로 완전히 넘어가고 있습니다. 사용자는 더 이상 긴 검색어 대신 "가족과 함께 갈 만한 서울 근교의 조용한 여행지 추천해 줘"와 같이 구체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LLM은 이 질문의 의도를 파악해 여러 정보를 종합하고 정리된 답변을 내놓으며, 사용자는 원하는 답을 즉각적으로 얻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이 바로 '소버린(Sovereign) AI'입니다. 단순히 전 세계의 데이터를 학습한 AI가 아니라, 특정 국가의 문화, 정서, 언어적 맥락을 깊이 이해하고 있는 AI만이 진정한 차별점을 만들 수 있습니다. 한국의 네이버와 다음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지점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네이버와 다음의 가장 큰 자산은 지난 수십 년간 쌓아온 방대한 한국어 데이터와 한국인 사용자에 대한 깊은 이해입니다. 네이버의 지식인, 블로그, 카페 등은 한국인의 생활 방식과 사고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독보적인 데이터베이스입니다.


이를 기반으로 한 소버린 AI는 단순히 번역에 의존하는 것을 넘어, 한국인 특유의 유행어나 지역 정서가 담긴 표현까지 이해하며 소통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맛집'이라는 모호한 개념에 대해서도 전국 각지의 블로그 리뷰와 사용자 반응을 종합해 개인의 취향에 맞는 맞춤형 추천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독자적인 모델을 통해 기업 가치를 높이는 전략은 이러한 고유한 데이터와 사용자 경험을 결합해 글로벌 AI가 쉽게 모방할 수 없는 '한국형 AI'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AI 시대에 한국 포털이 생존하려면 '추격'이 아닌 '특화'의 길을 걸어야 합니다. 글로벌 AI 모델들이 거대한 범용성을 무기로 삼을 때, 한국 포털은 한국 시장의 특수성을 깊이 파고들어 '압도적인 전문성'으로 승부해야 합니다.


네이버와 다음은 그들이 가장 잘 아는 영역인 한국이라는 무대에서, 한국인만을 위한 AI를 만들고 이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가치를 제공하는 데 집중해야 합니다. 이처럼 독자적인 기술과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AI가 곧 한국 포털의 미래이자, 글로벌 AI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유일한 전략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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