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가에 머무는 오후(詩)

by 이정호

창가에 머무는 오후


이정호


바람이 잠든 오후,

창가에 기대어

흩어지는 햇빛의 먼지를 바라봅니다.


손끝에 닿지 않는 저 빛처럼

그녀의 온기도

어디선가 천천히 번져옵니다.


말없이 스쳐 지나던 순간들이

빛의 얼룩이 되어

방 안에 고요히 내려앉고,


나는 그 속에서

지나간 웃음과

머뭇거리던 눈길을 다시 떠올립니다.


그 순간들이

아직도 창가에 머물러 있는 듯합니다.


햇빛은 오래된 사진을 비추듯

마음 한쪽을 따뜻하게 적시고,

그녀의 이름을 속으로 부르면

조용히 흔들리는 그림자 하나.


나는 오늘도

햇살이 고요히 머무는 이 자리에서

그녀의 모습을 그려봅니다.


한 겹, 또 한 겹

빛의 결을 따라

기억이 서서히 되살아나는

오후에 기대어.


D-323.jpg (Photo by J.H.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