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호
바람이 잠든 오후,
창가에 기대어
흩어지는 햇빛의 먼지를 바라봅니다.
손끝에 닿지 않는 저 빛처럼
그녀의 온기도
어디선가 천천히 번져옵니다.
말없이 스쳐 지나던 순간들이
빛의 얼룩이 되어
방 안에 고요히 내려앉고,
나는 그 속에서
지나간 웃음과
머뭇거리던 눈길을 다시 떠올립니다.
그 순간들이
아직도 창가에 머물러 있는 듯합니다.
햇빛은 오래된 사진을 비추듯
마음 한쪽을 따뜻하게 적시고,
그녀의 이름을 속으로 부르면
조용히 흔들리는 그림자 하나.
나는 오늘도
햇살이 고요히 머무는 이 자리에서
그녀의 모습을 그려봅니다.
한 겹, 또 한 겹
빛의 결을 따라
기억이 서서히 되살아나는
오후에 기대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