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세 번의 서른 해로 수놓은 삶의 변주곡

by 이정호

한 사람의 일생을 길게 바라보면, 마치 세 번의 계절을 지나며 점진적으로 물드는 풍경화처럼 느껴진다.


인생의 첫 번째 서른 해, 우리는 배움과 시작의 길목에 서 있다. 맑은 아침 공기처럼 모든 것이 새롭고 선명하다. 학교 교실마다 쌓여가는 지식과 친구 사이의 웃음소리, 밤늦은 독서실 창가에 흐르는 불빛, 그리고 사회로의 첫 발걸음을 내딛기 전 다소 불안하면서도 설레는 마음은 이 시기의 고유한 빛깔이다.


이 시기에는 자신의 이름을 새롭게 만들어가는 공방 속에서, 인생이라는 도화지에 기초 선을 긋는다. 가족과 사랑, 결혼이라는 연결 고리를 맺으며, 어렴풋한 꿈을 구체적인 설계도로 바꿔나가는 시간. 말하자면 ‘삶을 위한 뿌리’를 단단하게 심는 과정이다.


두 번째 서른 해에 들어서면, 우리는 더 이상 서툰 연습생이 아니다. 직장과 사회라는 넓은 무대에서 자신의 재능을 펼치며, 경제적 자립과 성취감, 그리고 그 사이를 잇는 끈끈한 인간관계를 만들어나간다. 부모가 되어 자식을 기르고, 동료들과 함께 목표를 향해 달리며, 자신의 경험과 기술을 통해 세상에 실질적인 가치를 더한다.


이 시기는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마음 한편에는 울창한 숲처럼 책임감과 안정감이 자란다. 실패와 성공의 물결을 반복하며 무뎌지는 부분도 있지만, 그만큼 사람은 강인하고 단단해진다. 이때를 지나면, 어디로 가도 뿌리 뽑힐 걱정 없는 한 그루 나무처럼 삶의 중심축이 견고해진다.


마지막 서른 해, 인생의 후반부에 이르면 속도가 아닌 깊이가 우리의 길잡이가 된다. 수십 년간 쌓아온 경험과 기억은 독서등 아래 펼쳐진 서가(書架)와도 같다. 이제는 과거의 선택과 결과를 차분히 돌아볼 수 있는 지혜가 자리를 잡는다.


손주들의 웃음소리에 귀 기울이며, 사색의 정원 속을 천천히 거닐면서, 우리는 인문학과 철학의 맑은 시선을 빌려 삶을 새로이 곱씹는다. 이 시기는 삶을 결코 성급히 재단하지 않는다. 오히려 시간을 음미하고,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에 마음을 기울이며, 끝내는 스스로를 온전히 받아들일 준비를 한다. 꽃이 질 때의 색감마저 아름다운 것처럼, 이 시기에는 부드러운 여유와 차분한 낭만이 깃든다.


이렇게 세 번의 서른 해를 거치며, 우리는 단순히 나이를 먹는 것이 아니라 한 편의 미려한 교향곡을 완성해 간다. 처음엔 맑고 투명한 음색, 그다음엔 힘차고 뜨거운 선율, 마지막에는 고요하고 깊은 울림을 더하며, 인생은 점차 풍부한 화음으로 채워진다. 누군가는 이런 흐름을 ‘30-30-30 법칙’이라 할 수도 있지만, 더 중요하게는 각 시기가 품은 내면의 성숙과 공감 가능한 이야기다.


아마도 이런 흐름을 따라 걷다 보면, 우리 모두는 언젠가 뒤돌아볼 것이다. "처음 30년의 나, 얼마나 풋풋했나. 중간 30년의 나, 얼마나 강인했나. 마지막 30년의 나, 얼마나 너그럽고 잔잔해졌나." 그리고 그 세 단계가 합쳐진 인생 전체의 모습에서, 우리는 한 사람의 완성된 인간다움을 발견하게 된다.


이러한 시간이 흐르는 그림 속에서, 각자의 삶은 서로 다른 색채를 품고 서로를 비추며, 공감을 넘어 서로의 마음속 깊은 곳에 잔잔한 울림을 남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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