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가 인공지능(AI) 컴퓨팅 인프라 확충을 위해 그래픽처리장치(GPU) 1만 장을 연내 우선 확보하고, 내년 상반기까지 총 1만 8천 장 분량을 추가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이는 국가 인공지능(AI) 컴퓨팅 센터 건립 추진과 더불어, 한국이 글로벌 ‘인공일반지능(AGI) 시대’ 선도 국가로 도약하기 위해 주요 자원이 될 고성능 인프라를 갖추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드러내는 행보다. 특히 프랑스 AI 데이터 센터 구축, 미국의 ‘스타게이트 프로젝트’ 등 주요 선진국이 앞다투어 국가 차원의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 흐름 속에서, 우리 정부가 적기에 대응하고 있다는 점은 의미가 크다.
정부가 밝힌 바에 따르면, 국가인공지능위원회 산하 ‘AI컴퓨팅 기반시설(인프라) 특별위원회’가 꾸려져 민·관이 함께 인프라 구축 현황을 점검하고 난관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 중이다. 이 특별위원회에는 금융위원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은행 등 다양한 정부 부처와 공공기관이 참여해 정책금융 지원책부터 전력 수급, GPU 및 반도체 수급 현황 등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사안을 다룬다. 여기에 업스테이지 김성훈 대표와 LG AI연구원 배경훈 원장 등 국내 AI 분야를 선도하는 전문가들이 참여해, 인공일반지능(AGI) 기술 개발 방향부터 추론 강화 모형 등 최신 연구 성과를 공유하고 있다. 이는 민·관 협업 체계를 한층 공고히 함으로써, 과거 ‘정보고속도로(광대역 통신망)’ 구축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낸 역량을 다시 한번 발휘할 기회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주목해야 할 점은, 정부가 기업뿐 아니라 학계와 연구 기관까지 폭넓게 지원하겠다고 천명했다는 것이다. 내년 상반기에 구축될 GPU 8천 장 규모의 슈퍼컴퓨터 6호기는 대규모 연산을 필요로 하는 연구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이미지·음성 인식, 자연어 처리, 자율주행 등 AI 기술 전 분야가 초거대 연산 능력을 요구하는 시대인 만큼, 확충된 인프라는 국내 AI 생태계 전반에 걸쳐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다. 또한, 정부가 강조하는 정책금융 프로그램의 활성화는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 등 상대적으로 자금 조달이 어려운 혁신 기업들이 높은 진입장벽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돕는 핵심 동력이 될 것이다.
이제 AI 컴퓨팅 인프라는 선택이 아닌 필수 인프라로 자리 잡았다. 국가 간 경쟁 구도가 ‘기업 대 기업’을 넘어 ‘생태계 대 생태계’로 바뀌고 있는 지금, 막대한 투자 비용을 감당하고서라도 고성능 AI 연산 능력을 갖추지 않으면 경쟁에서 뒤처지기 십상이다.
과거 우리나라가 광대역 통신망을 선제적으로 구축해 ICT 강국으로 발돋움했듯, AI 컴퓨팅 인프라를 통해 ‘AI 3대 강국’으로 거듭나고자 하는 정부의 이번 정책은 시의적절한 선택으로 보인다. 특히 빠른 기술·시장 변동성에 발맞춰 수시로 추진 상황을 점검하고, 민첩하게 정책을 보완하며 민간과의 협력을 긴밀히 유지하는 것이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앞으로 이 특별위원회가 현장의 목소리를 즉각적으로 정책에 반영하고, 대규모 GPU 인프라가 실제 산업·연구 현장에 효율적으로 안착할 수 있도록 촘촘한 운영·관리 체계를 마련하기를 기대한다. 대기업은 물론이고 중소·벤처기업, 스타트업까지 손쉽게 고성능 연산 자원을 활용할 수 있어야 국가 전반의 AI 역량이 빠르게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인공지능 시대에 가장 강력한 무기는 양질의 데이터와 이를 처리할 수 있는 ‘컴퓨팅 파워’라는 점은 자명하다. 정부와 민간이 긴밀히 협력해 GPU 인프라를 안정적으로 확보한다면, 대한민국은 미래 산업 경쟁력을 한층 더 공고히 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민·관 한 팀 체계’야말로 치열한 AI 패권 경쟁 시대에 우리가 반드시 갖춰야 할 필승 전략이다. 광대역 통신망을 통해 한국이 ICT 강국의 주춧돌을 놓았듯, 이번에는 AI 컴퓨팅 인프라로 새로운 비상을 준비해야 한다. 기술 발전의 속도가 과거 어느 때보다 빠른 현재, 민관의 통합 노력과 산·학·연의 동반 성장을 통해 대한민국이 글로벌 AI 무대에서 선도적 위치를 확고히 다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
※ 정보통신신문 링크 : [ICT광장] 광대역 통신망에서 AI 컴퓨팅 인프라로 경쟁력 강화 - 정보통신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