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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가 건네주는 작은 목소리

by 이정호

우주의 역사와 인간의 삶

우주라는 말만 들어도 마음 한구석이 묘하게 떨린다. 빅뱅에서 시작된 그 장엄한 역사는 우리가 상상할 수조차 없는 시간과 공간 속에서 끊임없이 변화하며 오늘에 이르렀다. 광활한 별들의 움직임, 생명의 씨앗이 흩뿌려진 듯한 행성들, 그리고 그 안에서 숨을 쉬는 우리 인간의 존재까지. 모든 것이 한 폭의 경이로운 풍경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우주의 이 위대한 흐름 속에 놓인 인간의 삶을 돌아보면, 우리가 누리고 있는 시간은 얼마나 짧고도 소중한 것인지 깨닫게 된다.


유한한 삶과 무한한 우주

인간의 일생은 평균 백 년 안팎에 불과하다. 우주의 나이가 수십억 년 이상이라는 사실을 떠올리면, 우리의 삶은 마치 먼지 한 알 같은 순간의 기록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영원히 살 것처럼’ 욕망하기도 하고, ‘끝이 없을 것’ 같은 자만에 빠지기도 한다. 우주는 무한한 만큼이나 우리에게 늘 겸손해야 할 이유를 상기시켜 준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이 짧은 생을 진정 가치 있게 만드는 것이고, 그 안에서 우주의 한 부분으로서 본연의 소임을 다하는 것이다.


현재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과의 소중한 관계

하지만 그 짧은 시간 안에서 우리가 누리는 기쁨 중 가장 큰 것은 사람 사이에 맺어지는 관계일 것이다. 학교에서 만나고 직장에서 스쳐 가는 인연, 가족, 사랑하는 사람들, 그리고 언제나 곁에서 힘이 되어주는 친구들. 한순간인 듯 지나가는 우리 삶 속에서 만나게 되는 사람들은 인생에 여러 색깔을 더하여 준다. 그들과 나누는 따뜻한 말 한마디, 혹은 작은 배려의 행동들은 한정된 시간 안에서 빛나는 별처럼 소중한 순간들이 되기도 한다.


인간관계에서의 겸손과 배려의 중요성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곳마다 다양한 이야기가 펼쳐지고, 때때로 갈등이나 오해가 생기기도 한다. 인생을 ‘나의 것’인 양 움켜쥐려 한다면, 그 안에서 이기심이 커지고 관계가 상처를 입게 마련이다. 진정한 ‘소유’란 것이 가능하기나 할까? 우리 삶에서 ‘소유’하기보다는 ‘함께 살아가기’를 실천할 때, 겸손과 배려라는 태도가 자연스레 빛을 발한다. 자꾸만 나를 앞세우지 않고, 상대를 먼저 헤아릴 때 비로소 서로에게 더 깊은 이해와 온기를 전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 작은 실천이 결국은 우주라는 거대한 울타리에서 우리가 서로를 지켜 주는 방법인지도 모르겠다.


생명의 탄생 과정과 존재의 경이로움

우리는 별에서 왔다. 먼 옛날 빛을 뿜으며 폭발한 별들의 흔적이 지금 우리의 몸에 스며 있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의학과 과학으로 이미 많이 밝혀진 생명의 탄생 과정도 여전히 신비로우며, 그 자체로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품고 있다. 한없이 연약해 보이는 작은 아기가 세상에 첫울음을 터뜨리는 순간을 떠올려 보라. 그 작은 몸 하나 안에 담긴 우주의 신비와 경이는, 우리 모두가 ‘살아 있음’에 감사해야 하는 충분한 이유가 된다.


우주의 역사 속에서 삶의 의미와 감사

수십억 년 동안 한 번도 멈추지 않고 이어져 온 우주의 율동 속에서, 우리는 잠시 머물다 가는 작은 여행자일 뿐이다. 그 여행의 순간을 어떻게 마주할지는 온전히 우리의 몫이다. 태양이 매일 같은 자리에 떠오르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매 순간 다르고, 별들은 하루하루 자신의 빛을 달리해 가며 찰나 같은 삶을 노래한다. 그 앞에서 우리는 과연 무엇에 감사하며, 무엇을 소중히 여길 수 있을까?


결국 인생은 우주의 무한함을 느끼고 그 앞에 ‘나’를 내려놓는 일에서부터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누군가에게 따뜻한 말을 건네고, 서로를 감싸 안는 마음을 잃지 않는다면, 짧은 생이지만 결코 허무하지 않을 것이다. 우주가 우리에게 전해 주는 메시지는 크고도 단순하다. 우리가 아무리 작은 존재라고 해도 서로 어깨를 기대고 영원처럼 보이는 그 순간을 품을 수 있으며, 그 모든 순간이 쌓여 우리의 인생이 되고, 나아가 우주의 일부가 된다는 사실이다.


마음 깊은 곳에서 울려 나오는 삶에 대한 경외심과, 그 경외심을 나누는 따뜻함. 이것이 우리가 갖춰야 할 겸손과 포용의 시작이 아닐까 싶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살아갈 때, 빛바랜 우리의 순간들도 우주 어느 별보다 소중하게 반짝거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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