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문학과 시의 대화

by 이정호

문학과 시가 조용한 공원의 벤치에 나란히 앉았다. 문학이 먼저 입을 열었다."시여, 네가 과연 문학의 일부일까? 짧은 너로도 세상의 진리를 담을 수 있느냐?"


시가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문학이여, 당신은 넓은 바다와 같고, 나는 그 바다에 비치는 한 줄기 빛이오. 당신의 품 안에서 나도 빛나지 않느냐?"


문학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니야, 너는 나의 일부분일 뿐이야." 시는 부드럽게 속삭였다. "그러나 나처럼 함축적이고, 마음 깊이 울림을 주는 것은 오직 시뿐이지."


문학은 다시금 생각에 잠기며 말했다. "나는 시, 수필, 소설, 희곡, 대본, 에세이, 동화 등 무한한 우주를 담고 있지."


시는 미소 지으며 말했다. "하지만 그 무한한 우주를 단 몇 줄로도 표현할 수 있다는 걸 잊지 마시오."


문학은 깊은 생각에 잠긴 채 말했다. "시여, 네가 함축적인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음은 인정한다. 하지만 너의 짧은 행간에 모든 것을 담을 수 있느냐?"


시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문학이여, 나의 짧음 속에는 무한한 깊이가 숨어 있소. 한 줄의 시가 영혼을 울릴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마시오."


문학은 미소 지으며 말했다. "그렇다 해도, 나는 세상의 모든 이야기를 품을 수 있는 그릇이란다.


시는 부드럽게 말했다. "하지만 그 이야기를 가장 간결하고 아름답게 전달하는 것은 시가 아닐까요?"


문학은 잠시 생각에 잠기며 말했다. "어쩌면, 우리 둘은 서로를 보완하며 완전한 이야기를 만들어가는지도 모르겠구나."


시는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 지었다. "그렇습니다. 당신의 품 안에서 나는 더욱 빛나고, 당신도 나를 통해 깊이를 더하니, 함께할 때 비로소 완전해지는 것이오."


그들은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며, 조용히 벤치를 떠났다.

keyword